열심히 일하되, 억울하지 말자

‘열심히 일하되, 억울하지 말자.’ 단순한 이 공식은 의외로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성실하게 일에만 집중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억울한 감정 없는 사회생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라는 곳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정치가 발생한다. 인간의 여러 감정 중에 특히 이 억울함은 외부 세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면서 인간이 만드는 사회는 어디서나 비슷한 양상을 띠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회사 내의 작은 부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 아파트와 다르지 않다. 

한정된 자원-한정된 상위 고과

자원의 결정권자-고과권을 가진 상사

자원의 수요자들-피고과권자인 평범한 직장인들 

해결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존재하지만, 인간은 로봇이 아니기에 각자의 열심과 결과가 다르다. 열심과 결과가 정비례하지도 않고, 결과가 성과와 정비례하지 않다. 균열은 누군가 억울함을 느끼면서 시작된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이, 정치성을 타고난 사람들은 발 빠르게 두 가지 기술로 상사를 공략한다. 

먼저, 입으로 자신을 어필한다. 말로는 이미 회사에 엄청난 공을 세운 것만 같다. 작은 고난과 고비는 블랙버스터급 스토리로 재탄생하고, 프로젝트를 혼자 다 이끌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가? 실제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어필을 할 수 있는 수다의 장이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기술로는 상사와의 시간 보내기 신공. 자연스럽게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방법에는 점심 메이트 되기, 술상무, 담배친구 등이 있다. 상사 시간점유율을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충과 성과를 어필하고 관계를 돈독히 한다. 특히, 술상무, 담배친구는 감정적인 부분까지 교류하면서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직장인 생태계에서 정치성이 발달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억울해지기 십상이다.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인 드라마와 영화에서야 캔디처럼 일하는 직원을 알아봐 주는 ‘실장님’이라도 있지, 현실에는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은 그거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평가시즌이나 피드백을 받을 때는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온다. 10년 이상 일해보니 억울하지만 않아도 괴로움이 덜 찾아온다. 

 ‘열심히 일하되, 억울하지는 말자’를 보완책이 필요하다. 우선,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명확하게 영역을 나눈다. 그래야 프리라이더들과 엮이지 않고, 인풋과 아웃풋이 명확히 보인다. 그들과 엮이지 않는 것이 열심히 일하고 손해를 덜 보는 방법 중 하나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혼자만 알고 해결하는 것을 지양한다. 문제는 혼자 해결하더라도 공통의 이슈로 공유해야 한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특징 중에 하나는, ‘별일’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없다며, 혼자 해결하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이슈만이라도 공유를 하면 프로젝트나 문제해결의 난이도를 이해시킬 수 있다. 열심히 일해도 성과는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고과는 한정되어 있고 고과는 타이밍과 운빨이 어느 정도 작용을 한다. 하지만, 억울함을 멀리할수록 장기근속자로 살아가기 수월해진다. 요령껏 억울함을 피하자. 그렇게 열정적이던 영탁은 왜 무너졌는가. 아마도 억울함 때문이 아니었을지 그에게 감정이입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