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과 장기근속. 상반된 선택처럼 보이는 두 갈래의 길이다. 어느 길이든 남의 돈을 획득해야 하므로 쉽지 않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일까? 그동안 내 주변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변들을 모아 비교를 해보자.
이직. 떠나는 이들의 이유.
이직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옆 동료의 이직계획을 비밀처럼 알고 있으면서 옆에서 지켜본 것이 여러 번이다. 그들은 바쁜 업무 중에도 에너지를 끌어모아 만료된 어학점수를 재정비하고 신입시절을 떠올리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쓴다. 그들이 그쯤에 갑자기 개인사정으로 연차를 사용한다고 하면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을 보는 것이리라. 이직 후, 허니문 기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찐 반응이 나온다. “더 늦기 전에 너도 빨리 도망쳐.”라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다 파와 “여기가 더해. 거기는 양반이었어.”라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파. 아무리 연애를 오래 해도 결혼을 해봐야 아는 것처럼 이직의 성공의 여부는 일단 옮겨봐야 알게 된다.
장기 근속자. 그들이 떠나지 않는 이유.
통계학적으로 설계된 설문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두 가지 이유로 분류가 가능한다. 가장 많은 대답은 “귀차니즘, 에너지 부족”. 이직을 하려면 만료된 토익 시험이 생각난다. 영어 시험을 다시 보고 굳어진 머리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허들이다. 일에 시달리느라 에너지도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부서에서 “일이 몰리는” 사람일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이직의 생각이 들어설 틈이 없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여기보다 더한 사람들을 만나면 어쩌냐”는 것이다. 이직한 곳에 어떤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는데, 커리어만 보고 갔다가 사람 때문에 힘들지 모르다는 논리다. (필자가 장기근속자로 살아가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직자과 장기 근속자는 상반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이직의 성공여부, 장기 근속자로 살아가는 배경에는 “사람”이 상당 부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직을 결심하는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람이 힘들어서,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라는 이유들이 자주 언급된다. 나 또한 장기 근속자로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다. 회사 내에서도 상사가 변함에 따라, 혹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조직의 공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하물며 이직은 얼마나 변화가 크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있는 조직에서 피하고 싶은 사람들보다 더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장기근속자인 내게는 머물거나 옮기거나 크게 다른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에는 어딜 가나 ‘사람’이다. 그래서 이직자와 장기근속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만족하는 데에는 사람이 변수다. 그러니 처음 던진 질문에 대한 결론은 어느 쪽도 쉽지 않고, 어느 쪽도 쉬울 수 있다는 사실. 주변을 둘러보시라. 당신은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은 조직 내에 어떤 사람일지? 대한민국의 직장인으로서 우리도 모르게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영향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