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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entcOllectOr Aug 26. 2015

#1 '나'를 외치는 사람들

감성 심리치유 에세이

나는 가끔 무급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바로 지인의 커피트럭 보조인데요

정해진 시간은 없이 바쁠때나 말동무가 필요할때,

어느땐가는 저녁 바람이 좋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러갔었네요.

주인이 화장실을 갈때면 카페도 지키고 원두도

 갈고 음악도 틀고 새로 들여온 원두로 내린 커피시음도 하고 정말 제게는 최고의 아르바이트입니다.

벗꽃이 한창인 여의도 길가나 일요일 저녁 어느

시내 한적한 도로가에 세워진 커피트럭에서

손님인듯 알바인듯 길가에 내놓은 의자에 앉아

노래도 흥얼거리고 트럭에도 왔다갔다하는 여자가

있으면 저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카페는 고퀄리티 커피를 지향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아닐땐 심리상담 관련일을 하고 있습니다.(아직 햇병아리랍니다^^)

그런 저에게 그 커피트럭은 카페이자 때로는

상담소이자 가끔은 극장이 됩니다

주로 한가한 장소에서 비정기적으로 영업을 하는 그 카페의 특성상 주인과 알바생인 저는 느긋한 리듬으로 움직이는데요

보통은 커피만 사가는 바쁜 손님들과 이따금씩은 꽤 오래머무는 바로 '그분'  들이 오시기도  합니다.


'그분'들이 누구냐구요?


보통은 혼자오십니다.

처음에 주뼛주뼛하며 커피를 주문하십니다.

그리곤 장사한지 얼마나 되었냐

이곳에선 장사가 잘되냐,잘 안팔릴 것  같은데

매상은 어떤지 우리를 걱정해 주시기도 하는등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하십니다.

당시 초보사장과 초보 알바인 저희둘은 열심히 대답해드렸습니다. 그리곤 그분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느날엔 한 공원 근처에서 어떤 손님의 오십 평생을 다 들은듯하고 양화대교 위에선 어느 업체 사장님의 사업 실패와 재기 스토리를 모두 들었고 교도소에서 출소한지 얼마안된 분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셨습니다.

혹시나 오해가 있으실까봐 말씀드리지만 술을 드신 '그분'들은 한분도 안계셨습니다.

어떤분은 부인과의 갈등을 이야기하시고 또 어떤분은 대학생인 두 아들들의 취업문제를 걱정하셨습니다. 자녀자랑을 하시는분들도 많으시더라구요.

대부분은 본인들의 인생에서 힘들었던 순간들...

이었던것 같아요

직장에서 힘들게 나와야 했었을때, 동업자가 배신했을 때, 가게가 망하고 가까웠던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는 그런때들이요.

어느날은 이게 메뉴판입니다-커피값은 적당히주세요^^


저와 카페주인이 커피트럭에 무슨 상담소 간판이라도 내걸었냐구요? 아니면 저희의 미모가 뛰어나 근방의 손님들을 끌어모아 모두의 입을 열게 만든거냐구요?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오히려 당황한건 카페사장과 저였으니까요. 처음엔 손님이 온다는것과 가볍게 인사하는것에 반가웠던 우리둘은 나중에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도망갈곳 없는 ( 트럭을 몰고 사라지면 되긴 합니다만 영업장이잖아요) 저희에게로 쏟아져내려오는 그 분들의 인생사들이 때로는버겁기도, 계속 호응해드리기에 쉽지 않았던거죠.

거기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연배높은 분들의 힘들었던 

인생사다보니 중간에  끊고 일어나버리기도 힘들어 

어떤날은 꼼작못하고 1시간 반씩 듣고 있기도 했습니다.


네, 전 상담일을 하고 있죠.

하지만 전 그곳에선 그냥 알바생이므로 상담을 하려하거나 그분들의 이야기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진 않았었습니다. 다만 그분들을 바라보며 그분들을 들으며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이 분들은 무엇을 외치고 있는걸까?


자신을 , 자신의 인생을 알아달라 외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때가 많았습니다.

무대위 독백을 하는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 우리둘 관객을 앞에 두고 공연을 하고 있는것 같단 생각을요. 심지어 공연에 너무 열중하여 몇몇 분들은 단 둘뿐인 관객이 곤란해하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듯했고 몇분은 알아도 이야기를 멈추려하지 않는것처럼 보였습니다.


누군가가 필요해보였습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어떤이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친구이고 다른이에겐 상담사가 또 누군가에겐 그냥 '누군가'인듯 

합니다.

'그분'들은 어쩌다 커피트럭을 발견했고 또 우연히 아니면 작은 호기심이 가져온 약간의 의지로 그냥 '누군가'인 저희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누군가 필요하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체 이야기가 터져나오는 순간을 맞은듯 

합니다.

상담을 공부할때 나왔던 너무 흔해 가슴에 와닿지 않던 

글 한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이야기할 대상이 필요하다.



말함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인정받고 그 당연함이 ...힘든세상인가봅니다

그래서 어느순간 그 쌓여왔던 이야기가 폭발하듯이

넘쳐나와 외치게 되나봅니다.

마치 그럼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듯이 말입니다.



얼마전 매드맥스란 영화를 봤습니다.

황폐해진 미래 지구에서 갈곳을 잃은 사람들이 과거 고향이자 그들에겐 구원의 땅에 돌아가지만 이미 그곳은 파괴되어버렸고 결국 그들은 떠나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게됩니다.

마지막에 감독이 저희에게 묻더군요.

"Where must we go?" 이 말과 더불어

그 영화를 본 많은분들이 기억하고 계실 대사가 한줄 더 있었습니다.

“witness me"

영화속에서 목숨을 건 주인공이 말한 "remember me" 보다 이 대사가 더 아프게 들렸던건 기억보다 증명에 가까운 목격이란 단어를 써서가 아닐까합니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는것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선택적이란 느낌인반면 목격은 그 주체가 사람일때 한생명일땐 안타깝고 비장하기까지 느껴집니다. 그런데 영화가 아닌 이곳 현재지구에서도 많은 이들이 "Witness me"를 외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이야기를 깊게 들어줄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에게 길거리 커피트럭에서 만난 알바생에겐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혹시 못하진 않나요?

상대방과 관계때문에 편집한게 아닌 여러분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누군가에게 그렇게 절실히 말하고 싶었던 때처럼 다른이를 그렇게 절실히 들어주었나요?


알바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며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이렇게나 많은 누군가들이 들어줄 사람을 찾아 지구를 헤매고 있구나. 말한 사람이 다 말하고 이번엔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께 그럴 순 없는걸까라고. 그렇게 마주할 수 있으면 어떨까.

또한, 저도 어쩌면 여기 이곳에서 이글로 저를 외치고 있는듯도 합니다.


손님인척 가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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