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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희 Apr 14. 2023

챗GPT와 교육

챗GPT는 오픈 AI가 개발한 대화형 언어 모델이다. 규칙 기반이나 검색 기반 방법에 의존하는 기존의 대화형 AI모델과 차별화되는 트랜스포머 기반의 언어모델이다. 이전의 모델과 비교할 때, 문맥과 관련된 반응을 생성할 수 있기에 언어를 더 정교하게 이해하여 다양한 응답을 생성해 낸다.


처음 챗GPT를 접했을 때의 위기감이 생생하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며 결국은 사고력, 정보처리과정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과정마저도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그 사고의 초기단계 역시 인공지능에 의존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텍스트 기반인 챗GPT가 향후 다른 매체기반으로 발달이 확산됐을 때에는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자체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시점에는 대체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챗GPT에게 '네가 학교 교육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이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는데,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제가 인공지능 언어모델로서 교육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공되는 정보나 답변이 부적절하거나 오류가 있을 경우 학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인공지능 언어모델이 완전한 대안으로 대체될 경우, 학생들이 적극적인 학습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는 동시에,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잠재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언어모델은 학생들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보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결국 인공지능 모델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사용 방식과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토록 유려한 답변이라니. 스스로의 한계를 제시하고 인간의 두려움을 다독이며 활용가능성까지 제시해 주는 수준이라니.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 버린 이 기술을 외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만큼 생각회로에 빠져 두려움에 잠식당하기보다 현시점에 이 기술과 공존할 수 있는 교육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시점인 듯하다. 교사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 기술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이 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챗GPT가 제시했던 답변과 같이 학습자가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한다면 부작용이 매우 클 수 있다. 결국 챗GPT가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제대로 그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는 만큼 활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여전히 챗GPT보다 더 많이 아는 인간의 '지식의 힘'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지식을 습득하는 데 학생들이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고, 이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학습을 설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 도구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고.

현시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백워드 수업 설계를 하는 것이다. 백워드 수업 방식은 학생들이 사전에 자료를 탐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업에서는 토론과 발표, 질의 응답을 하는 것이다. 챗GPT를 활용하여 자료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연습이 선행되어야 하기에, 이 수업 방식은 문제 발견 단계에서의 비판적 사고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인공지능처럼 챗GPT가 제시하는 답은 짜깁기에 불과함을 인지시켜 그렇게 얻어진 정보를 활용하여 관계와 맥락에 맞춰 사유를 한걸음 진전시킬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통찰의 근간이 되는 단계로 창의적 역량을 신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챗GPT를 정보습득체계의 하나로 기능하게 한다면,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러한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의 수고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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