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대한 이야기야

이혼녀다 어쩔래?

by 하루

그림을 그리게 된 이야기


정말이지 내가 이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하지만 믿어지든 믿어지지 않던 나에게 그런 일은 벌어졌고, 처음에는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그렇게 허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살아왔고, 어린 시절부터 자라오면서 어른들이 하지 말라면 거의 하지 않던, 착하고 성실히 살아온 나였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슬펐고, 분했다. 아이에게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했다. 모든 게 내 탓같아서 아이에게 정말로 미안했다. 그렇게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에 휩싸여 일여 년을 보내면서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아이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달래 가며 어떻게든 회복해보려고 애를 썼다. 아이가 있으니까, 아이를 잘 키워야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도 살아야 하니까.


시간이 약간은 흐르고 나니, 괜히 의기소침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랬다. 그러다가 문득, 화가 나고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나 정말 열심히 살았잖아. 어른들만 잘 듣고 살았잖아. 그리고 일도 공부도 열심히 했잖아. 그런데 이혼했다고 뭐?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는 거냐고. 내 잘못이냐고..’ 하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에 물고 점점 커져갔다.

‘이혼 안 한 사람들이라고 이혼한 사람 우습게 보거나 비난해도 되는 거야? 나도 열심히 살고 착하게 산 사람 맞는데? 왜 이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이렇게 죄인 같고 움츠려 들어 살아야 해? 그리고 내가 금지옥엽 키운 아들도 내가 이혼했기 때문에 동정받거나 불쌍한 홀어머니의 자식이 되어야 하냐고.. 그건 아닌 것 같아. 숨어 지내는 게 능사가 아니겠어. 사람들에게 이혼가정의 홀어머니인 내가 아들을 키우는 이야기를 공개해야겠어.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이혼가정이라 겪는 일들을 이해하게 되겠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이를 혼자 잘 키우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사는지 다들 알게 될 거야. ‘ 처음엔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이혼하고 일 년쯤 지난 때에 웹툰으로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개월 동안 망설이고 생각을 뒤집고 했었다.

내가 감춰야 하는 결점을 드러내 일을 크게 만드는 건 아닐까? 우리 가족에게 누가 되진않을까? 누가 내 이야기를 드러나 줄까?

온 용기를 내어서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일단 시작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만 하면 생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나는 그림 관련 전공도 아니고 그림은 학교 미술시간에 그린 것과 종이에 끄적이던 낙서 정도인데, 과연 잘 시작할 수 있는 걸까?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시작 앞을 가로막았다.


싱글맘이라는 것을 세상에 공개하는 건데, 정말 걱정스럽고 두근대기도 했다.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거나, 이혼한 주제에 조용히 살지 않고 나댄다고 손가락질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친구와 별로 싸우지 않고 남 눈치나 보며 조용히 살아온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결과가 이혼이라니… 화도 나고 오기도 났다. 같이 살면서 나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잘 안됐을 뿐이라고 내 자신을 다독이고 위로해도 아이를 데리고 이혼한 사람.. 아이가 있는데도 이혼한 사람.. 죄책감과 좌절, 실망, 화, 오기, 우울 그 많은 감정들이 뒤얽히고 엉망진창이 돼버린 것 같았다.


마음을 먹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하고 석사과정 후 몇 년간 열심히 영어 관련 경력을 쌓아왔던 시간을 뒤로하고, 아이를 위한 생각에 새로 유아교육도 전공했었는데… 그게 이혼하고 내 길이 될 줄 몰랐다. 그리고 내가 여태껏 좋아했고 열심히 쌓아왔던 그 길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롭게 다른 전공의 길을 시작하려던 것은 생각보다 엄청 힘들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훨씬 좋은 선택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렇게 이전 경력을 다 포기하고 내려놓을 만큼 나에겐 아이가 소중했고 잘 기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 큰 아픔이 될 이혼을 결정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노력과 상담 끝에 내린 결론인 이혼은 내가 내린 선택이었다. (혹시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나에겐 잘못이 절대 없을 거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서로 노력을 해도 안됐을 뿐이라는 게 최선의 결론이다.) 아이가 나를 비난하는 건, 부모이고 내가 이혼이란 선택을 한 것이 맞으니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내가 사과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이 이혼녀니 싱글맘이라는 이유로 이상한 색안경이나 편견을 가지고 나를 대하는 건 정말 싫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언급한, “뭐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나보고..? 내가 이혼했는데… 나 밥 사 준 적 있어? 보태준 적 있느냐고..”

싱글맘, 싱글대디들.. 특히 일하며 양육해야 하는 한부모들은 직장에서 일하고 와서 아이 돌보고 밤에 시간 쪼개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정말 지지와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쉴틈도 항상 부족하고 어디 나누기도 쉽지 않고, 연애하기도 힘들고… 외벌이로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들고, 그런데 사회에서는 괜히 손가락질받는 것 같아서 숨기고 위축되고…


그래서 한부모의 육아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다. 양 부모가 있는 가정과 다르지만 또 어떻게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는 걸. 그리고 같이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싱글맘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일상을 그림으로 그려 공개하고 싶었다. 싱글맘으로서 겪는 일들, 아이를 기르는 집이라면 누구나 겪을만한 그런 일상들도 담고 싶었다. 이런저런 걱정들이 내 앞을 막아서고 있었지만, 괜히 내 스스로가 위축되는 것 같아서 더 당당하게 일어서고 싶어서 시작했다. 두려우니까 그 정 가운데를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그런 의미의 시작이었다.


토끼 캐릭터, 그리고 이름


또 고민 끝에 캐릭터를 정했다. 바로 토끼.

20대부터 14년간 나와 같이 살았던 ‘꼬마’ 토끼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캐릭터를 그렸다.


그리고 귀 한쪽은 꺾어서 그리기로 했다. 이혼했으니까, 다른 토끼들이랑은 뭔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엄마 토끼, 즉 나의 이름이 하루인 이유는 하루하루를 잘, 행복하게, 살자. 하루를 잘 버텨내자는 의미를 담아서 정했다. 덤으로 일본어로는 하루가 봄이라는 의미라는 것도 이유였다. 그리고 아기 토끼, 내 아들의 이름을 봄이라고 지은 이유는, 아이가 내게 ‘봄’처럼 따스한 존재이기도 하고 아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냥 새싹같이 푸르고 생동감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 둘의 이름은 ‘봄’이라는 의미의 공통점으로 이어져있다. 아이도 봄이고, 나도 사실은 봄이다.


웹툰의 이름은 i봄툰이다. 이 이름에도 이중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아이(i)인 봄이를 담은 웹툰, 그리고 어린아이(i)를 바라보는(보다, 봄) 엄마의 시선을 담은 웹툰.


필명의 이름은 i보는 mom으로 정했다. 이는 아이 보는 마음이라는 뜻과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라는 뜻을 담아 고심 끝에 골랐다.


이렇게 아이와 나의 이름, 웹툰명, 필명까지 결정했다.


이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다. 지금은 내가 좀 더 단단해졌지만, 그래도 이 단계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다. 내가 고민하고 괴로웠고 슬펐던 그 시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과 상황들을 같이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