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이혼가정의 면접이란…

by 하루

이혼하기 전에 나에게도, 면접이라 하는 단어는 그냥 구직활동과 관련 있는 말이었다. 정장 입고 면접관들 앞에서 나의 기량을 뽐내고, 나오면서는 합격여부를 기다리며 맘 졸이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떠오르고 끝이다. 하지만 이혼하고 나면 이 단어는 완전히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바로, 아이를 데리고 생활하면서 키우는 양육자가 아닌 다른 부모들, 비양육자와 아이가 만나는 그것 또한 면접이다.


면접교섭권. 비양육자인 부모가 자식을 주기적으로 만나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 줄여서 면접한다고 사용하는 것 같다. 이혼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카페에 가면 오늘 아이 면접하러 가요. 양육자가 면접을 방해해요라는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게 사용되는 단어이다.


이혼하게 되면, 법으로 최소한 얼마 만에 몇 번은 만나도록 하라고 쌍방이 합의한 조건으로 면접일이 결정된다. 꼭 그 날짜만 만나라는 건 아니고, 최소한 이 정도는 아이와 비양육부모가 만나게 하라는 의도에서 서류에 명시하는 것이라고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실상은, 면접하지 못하는 가정이 많은 것 같지만 말이다. 면접은 부모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아이의 권리이다. 아이가 이혼을 했을지라도 양쪽 부모와 관계를 계속 맺고 그 상황에서 최대한으로 아이가 다른 부모를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간혹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비양육자가(생각보다 아주 많다. 나 또한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만나려고 하면 주변에서 더 화내면서 말한다.


“야, 돈도 안 보내주면서 아이는 만나겠다고? 양육비 보내는 조건으로 아이 만날 수 있다고 말해!”


내 지인들은 내 편일 테니까 그렇게 일단 흥분하면서 내게 말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내 마음은 더 답답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양육비와 면접교섭권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육비를 안 보낸다고, 아이의 권리인 면접교섭권(양육비도 안 내면서 아이를 만나겠다는 게 고마운 건지 뻔뻔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내 마음과는 별개로 아이의 권리이다.)을 박탈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역으로 면접교섭 불이행으로 내가 신고당할 수 도 있는 입장이 된다.

양육비를 내지 않으면, 수중에 돈이 없다는 것만 꾸며내서 증명해도 강제로 받아 주지는 않으면서… 양육비 미지급 시 출국금지나 운전면허 금지 등 무슨 법적인 장치가 생긴 것처럼 뉴스에서 발표했었다. 하지만, 출국금지는 6개월, 운전면허 금지는 100일이면 끝나고 이 또한 구멍이 많다. 그래서 시행이 얼마큼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유튜브에서 ‘아는 변호사’가 말하셨다. 변호사인 본인도 양육비를 못 받고 있으니 말 다한 거라고.


다시 면접에 대해 말하자면, 나 같은 경우 아이가 아빠를 만나러 가는 건 2주에 한번, 한번 시행 시 1박 2일로 정해두었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초반엔 몇 번 만나러 오다가 이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면접을 하러 오지 않는 상황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첫 번째 세 번째 주말이었던지 두 번째 네 번째 주말이었던지 그랬다.

하지만 아이 아빠는 그렇게 정해진 주말이 아니라, 자기 상황에 따라 이번 주말에 만날 수 있냐고 하루 이틀 전쯤 연락이 왔었고, 나는 그걸 당연히 예상하지 못하고 아이와 뮤지컬이나 연극 등을 예약해둔 날이면 속으로 욕을 하면서 취소하고 수수료를 내곤 했다. 이건 정말 아이를 위해서였다. 안된다고 하면 또 언제 아이를 만나러 올 거며 아이가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서 내가 감당하고 열 받고 말자 하는 그런 마음에서 말이다.


면접하는 날은, 아이와 양육자 그리고 비양육자에게 모두 힘든 날이다.

비양육자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아이를 만나니 슬프기도 하고 반갑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혼낼 일이 생겨도 혼내기 어려워 모두 받아줘야 하고, 아이가 다음에 꼭 나올 수 있도록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좋은 하루를 만들어주려 노력해야 하니 힘들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다시 돌려보내야 할 때도 그 마음이 참 어렵겠다고 추측한다.

아이 입장에서도 오랜만에 비양육자를 만나러 가니 좋으면서도 괜히 혼란스럽고 불안할 것 같다. 대부분 양육자라 엄마일 텐데, 항상 같이 있던 엄마랑 떨어져서 아빠랑 시간을 보내면서 아마도 그 작은 머리로 이런저런 생각 중에 혹시나 본인의 거처가 또 바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이도 있을 것 같고, 양육자가 조금이라도 비양육자와의 면접에 대해 부정적인 눈치를 주면 아이는 편하게 면접을 하고 오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아이가 아빠를 만나고 돌아오면 헤어진다는 그 마음 때문에 며칠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곤 했다. 아빠를 만나면 좋으면서도 헤어지면서 힘들어했었다.

양육자 입장에서도 힘든 날이다. 다른 여러 다양한 상황이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렇게 아빠를 만나고 돌아와 울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마주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나도 마음을 굳게 먹어야 했다. 아이가 울면 안아주고 사과했다. 미안하다고.. 그리고 나는 속으로 울었다. 아이 앞이니까 울지는 않고, 면접하고 돌아온 그날 밤이면 나도 숨죽여 울고는 했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하느라 잠을 쉽게 들지 못했다.

내가 정말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하지만 돌이킬 수도 없고 난 돌아갈 수도 없어. 너에겐 내가 정말 큰 잘못을 했지. 미안해 정말.


면접하고 돌아오면, 눈치를 보면서 아이가 기분이 좋아지도록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가 외식하거나, 케이크를 사주거나 그랬었다. 뭘 사주면서 달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들어 알고는 있었어도 그 앞에서 나는 정말 속수무책 같은 기분이어서 그렇게라도 아이의 기분이 나아지길 바랬다. 또 면접하고 난 며칠 뒤까지, 아이를 혼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비교당하기도 하였었다. 아이가 어릴수록 그랬던 것 같다. 아빠는 혼내거나 하지 않고 친절한데 엄마는 나 혼내서 섭섭하다는 식으로 한두 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럴 때는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정작 니 옆에서 너의 모든 걸 챙겨주고 뒷바라지하는 건 나야!’라고 말하고 싶었다. 양육하는 나로서는 아이를 혼낼 상황이니 혼내는 건데 고작 며칠 아빠랑 보내고 왔다고 그렇게 비교당하고 나니 기운 빠지고 섭섭했다. 나도 사람이니까. 하지만 아이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에는 면접하고 비교적 잘 돌아왔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고 속상한 마음을 애써 누르려하는 게 보여서 내입장에선 비슷했다. 미안하고, 속상하고 어려운 마음.


아래의 그림은 이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면접에 대해 그렸던 그림이다. 예전 그림과 지금 그림체가 약간 달라서 다시 그려서 올렸는데, 그 당시의 아이의 모습과 나의 감정들이 떠올라 다시 그리기 쉽지 않았다. 그냥 다시 펼쳐보지 않고 그대로 두고 싶기도 하지만, 이 또한 우리 가족에겐 중요한 기록이다.

그리고 혹시나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라도 위로가 된다면, 또는 사람들에게 이혼가정에 대해 뭔가를 알릴 수 있어 한부모가정에 대한 편견을 없애거나 여러 사정에 대한 이해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면 더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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