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동료와 이야기하다가 내 어릴 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동료의 딸의 심정을 내가 조금은 알 것 같아서였다.
아마 이래서 이랬을 것 같은데요?
내 엄마인데 공유해야 하니까 아마도 그런 마음이 충분히 들죠.
다른 사람들은 100프로 공감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나는 확신에 차서 이야기했다. 내가 겪어본 거니 분명하다고.
그리고 그날은 바빠서 잠시 어릴 적의 나를 떠올리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금요일이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퇴근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어릴 때, 외할머니랑 엄마는 겸직을 하셨는데 두 분 다 교수하면서 사립유치원 원장과 원감이셨다. 그래서 나는 영유아 시기에 엄마와 외할머니를 다른 아이들과 공유해야 했었다.
유치원에서 보는 거 아니면 두 분 다 강의하러 가시고 자리에 없어서 나는 퇴직하고 항상 책과 논문 연구 중이신 할아버지와 하루 종일 집에 없는 그 당시 젊었던 외삼촌들, 그리고 일하고 늦게 오시는 아빠.. 유치원에서 일하시는 분들, 버스기사아저씨, 가정부아줌마 그리고 나랑 놀아주는 대학생 언니들이 왔다 갔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 있었다.
일 년 전부터 상담받다가 나의 애착에 대해 생각하니, 아.. 내 애착은 부모님이 아니라 계속 바뀌었던 아르바이트 대학생 언니들, 가정부 아주머니와 연관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도 엄마나 할머니가 원감, 원장이었으니 아마 오전시간엔 나한테만 집중할 수 없을 거고 난 그냥 그걸 참고 이해하려는 쪽으로 나를 달래 왔겠지.
그런데 생각의 끝에 새로운 것이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그때 집이 유치원이었지??? 그러면 나는 집도 공공 재였던 거네?라는 깨달음.
지하와 1층은 모두 유치원이었고 2,3층은 집으로만 썼었는데 어린이였기 때문에 오전시간에 내 집을 다른 아이들 그것도 수많은 수십 명의 아이들과 나눠 써야 했겠구나.
나 어릴 때에 질투 굉장히 많은 아이였는데 쉽지 않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는 조용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데 평일에는 온갖 사람들로 바글바글 한 곳.
어쩌면 내가 집을 신성한 동굴이라고 생각하고 제아무리 친해도 초대하기 어려운 마음이 드는 게 그런 것 때문일까?
어렸기 때문에 내 것, 내 집, 내 엄마, 내 할머니가 잠깐 다른 공간 다른 역할 중이라는 게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 왜 이렇게 어릴 때 표정이 안 예뻐 보이고 뚱해 보이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였을 수 있겠다. 생각하니 눈물이 또 터졌다.
그때 내가 사람들을 참 싫어하고 유치원 뜰에 나가면 언니 오빠들이 애기라 귀엽다고 당기고 찌르고 해서 맨날 울면서 들어왔다는 말을 그냥 웃어넘기고 에피소드겠거니 했는데 이 생각과 맞물리면서 어쩌면 나의 깊은 감정의 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다. 이건 엄청난 발견이다라는 생각에 외국에 사는 동생에게 그곳이 새벽 3시임에도 불구하고 카톡을 남겼다.
내가 엄청난 발견을 했어.
엄마랑 할머니는 우리에게 공인이었던 거고
우리 집은 공공재였어!!
뭔가 나를 한층 더 이해하게 된 기분이다.
맞아 싫을 수 있지. 싫을만했다.
이제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실마리를 찾은 느낌. 이걸 토대로 나의 관계에 대한 생각과 느낌, 나누는것, 포기하는 것 양보하는 것 등에 대한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대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