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대한 이야기

아이봄툰 1화

by 하루


이혼하고 나서 일 년쯤 지났을 때 웹툰을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개월 동안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일단 시작해봐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그림과 관련 있는 전공도 아니었고.. 그림을 그려본 적도 없는데 내가 과연 잘 시작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시작하기가 조금 겁났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내가 싱글맘이라는 것을 세상에다가 공개하는 건데 두렵기도 한 마음이 들었다.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 비난하거나, 이혼한 주제에 조용히 살지 않고 나댄다고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 말씀대로 살고.. 일탈하지도 않고 남 눈치나 보며 살았는데.. 결과가 이혼이니 화도, 오기도 났다. 같이 살면서 노력했는데 잘 안된 거고, 아이가 있는데도 이혼했고.. 뭔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돼버린 그 느낌.


석사과정 후 몇 년간 열심히 경력을 쌓아왔던 전공을 뒤로하고 아이를 위한 생각에 다시 다른 전공을 공부한 건데.. 살아온 길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해보려던 것은 생각보다 엄청 힘들었지만 아이를 위해 훨씬 좋은 선택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렇게 이전의 경력을 다 포기하고 내려놓을 만큼 애를 잘 길러보고 싶었는데, 아이에게 큰 아픔을 주게 될 이혼을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안될 것 같아서 내가 내린 선택이었다.(혹시 노파심에 얘기하지만.. 전남편을 비난하거나 뭐라 하는 거 아니다. 그냥.. 서로 노력을 해도 안됐을 뿐이라는 게 결론이다.)

아이가 나를 비난하는 건,, 부모이고 내가 한 선택이 맞으니 당연히 감당할 거고 아이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사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이 이혼녀. 싱글맘이라는 이유로 이상한 색안경이나 편견을 가지고 나를 대하는 건 정말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내가 이혼했는데?”

이런 생각과... 싱글맘, 댇들.. 특히 일하며 양육하는 한부모들은.. 직장에서 일하고 와서 아이 돌보고... 밤에 시간 쪼개서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하고.. 정말 힐링이 필요하고 지지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쉴틈도 부족하고, 어디 나눌 데도 없고, 연애하기도 힘들고.. 외벌이로 아이들 키우기도 힘들고.. 그런데 사회에서는 괜히 손가락질받는 것 같아서 위축되고..
그래서 한부모의 육아 얘기도 해보고 싶었다. 다른 가정이랑 다르지만 또 크게 다르지도 않은. 그리고 같이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싱글맘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상을 그림으로 그려서 공개해보고 싶었다. 싱글맘으로서 겪는 일도 있겠지만.. 아이를 기르는 집이라면 누구나 겪을만한 그런 순간도.. 담고 싶었다. 이런저런 걱정도 되기는 하지만.. 괜히 위축되니까 더 당당해져 보려고 시작했다. 두려우니까 그 정 가운데를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그런 의미의 시작이었다.


그림이 토끼인 이유는 14년간 나와 같이 살았던 ‘꼬마’ 토끼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서 선택하였다. 귀가 한쪽이 꺾여서 다른 이유는.. 이혼했으니까 다른 토끼랑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엄마 토끼 이름이 하루인 이유는 하루하루를 잘,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에서였다. 아기 토끼 이름이 봄이인 이유는, 아이가 내게 ‘봄’처럼 따스한 존재이기도 하고 아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냥 새싹같이 푸르고 생동감 있기 때문에 골랐다.

그래서 웹툰의 이름은 i봄툰이다. 이 이름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아이(i)인 봄이를 담은 웹툰, 그리고 어린아이(i)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을 담은 웹툰. 필명은 i 보는 mom으로 정했다. 이 또한, 아이 보는 마음이라는 뜻과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라는 뜻을 담아서 고심 끝에 생각해낸 필명이다.


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2년 전쯤이다. 지금은 조금 더 단단해졌지만, 그래도 이 단계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민하고 괴로웠고 슬펐던 그 시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과 상황들을 웹툰을 통해 같이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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