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지운 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빈 시간이라도 있을 때면 습관처럼 핸드폰을 열어 인스타그램을 누르던 나였다. 그렇기에 앱을 삭제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인스타그램의 부작용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맛집 혹은 새로운 브랜드 등을 검색할 때도 많이 활용해왔던 지라 인스타그램 없는 삶은 굉장히 불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지우고 살아보니 그저 좋기만 하다.
인스타그램을 지우게 된 이유는 첫째, 시간이 아까웠다.
언젠가부터 아이를 재우고 옆에 누워 릴스나 랜덤한 피드물을 보고 있다 보면 1-2시간이 금세 증발되어 있었다.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지 않을 거면 차라리 잠이라도 자서 피로 회복이라도 하는게 났다. 그런데 중독이란게 무섭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보지 말자고 마음먹어도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둘째, 매 순간 사진촬영하는 내 모습에 신물이 났다.
내가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든 일상의 순간들이 인스타에 올리기 위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고 예쁜 영상을 건질 수 있을지를 떠올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셋째, 타인의 삶에 거리 두기를 하고 싶었다.
지인 혹은 내가 팔로우한 인플루언서들의 삶이 생중계되고 있는 것을 멈추고 싶었다. 누군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해질 틈도 없다. 그들이 점심에 뭘 먹고 주말에 어떤 곳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그만 알고 싶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싫었다. 하나뿐인 내 인생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들로 채우고 싶었다.
지우고 나니 세상이 고요해졌다. 삶의 매 순간이 더 농도 깊게 느껴졌다. 인생샷의 집착에서 벗어나니 홀가분해졌다.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심심해졌고 전자책을 더 읽게 됐다. 인스타그램피드 보는 일과 독서 모두 컨텐츠 소비의 일환이다. 하지만 사진과 영상을 보고 있는 동안에는 뇌가 정지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고 독서하면서는 문장과 문장 사이를 내 생각으로 채우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하던 다른 집 육아법들을 끊어냈고 지금은 전문가들이 써낸 육아서에서 정보를 얻는다.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여행지를 보고 나도 가고 싶단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를 정하고 정보를 찾는다.
인스타그램을 지우니 내 삶의 주인이 된 기분이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나와 같은 부작용을 느끼고 있진 않을 것이다. 제일 가까운 내 남편이 그렇다. 타임의 삶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워낙 삶의 중심이 본인 안에 잘 잡혀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증상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앱을 삭제하고 살아보시길 추천한다. 지우자마자 공기의 농도부터 달라지는 느낌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