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러 가는 건데 영어시험을 보라고?
아, 어그로 끌려고 쓴 제목이긴 한데..
물론 진짜 시작은 4월에 유학원 첫 상담도 받기 전에 해커스 아이엘츠 온라인강의를 결제했다.
무려 405,000원? 정도?
그러고서 교재도 사고했으니 뭐 45만 원쯤 들었으려나?
그리고 추가적으로 아이엘츠 시험을 보려고 여권을 모두 새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성인여권 2+아이여권 2, 그리고 사진촬영비까지 거의 한 30~40만 원 또 들었다.
시험 보는데 여권이 필요할 줄이야..
자 이제 본론, 진짜 리딩, 리스닝은 해커스베이직 교재로 한 반.. 정도 풀었던 거 같고,
스피킹은 베이직 하다말고 스픽.. 하다 말고,
라이팅은 베이직으로도 안되고 스타트로도 안 되는 정도인데 진짜.. 현타가 너무 와서 에라 모르겠다.
이왕 어학원으로 결정한 거 망하고 오지 뭐. 이런 심정으로다가 결제를 했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캠브리지 17을 뜯고 리딩, 리스닝을 한 챕터씩 풀었는데
리딩은 다 맞았고, 리스닝은..????
너마저 날 배신하냐? 싶어서 너무 당황했다. 하나도 안 들리는 거지.
심지어 오빠는 나한테
"어차피 어학원 갈 건데 애매하게 점수 나오면 괜히 또 희망 갖고 그러지 말고 걍 시험 취소해~"
하길래 진짜 그래야 되나? 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취소신청을 했지만, 취소가 안 되는 기간이었...다.
그래서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지.
그래도 그 와중에 애매하게 점수가 나올 거라는 확신을 왜 가졌던 걸까 오빠는..
나는 아예 진짜 택도 없는 점수가 나올 거라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직장인이다 보니 주말밖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고,
심지어 진짜 준비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11월에 첫 시험을 보았다.
하필 또 젤 가까운 곳이 신촌/신논현인데 신촌이나 신논현이나 거리는 비슷했고
신논현은 지하철로 가기 편해서, 신논현으로 골라서 8시까지 도착..
출근도 신논현으로 하는데, 출근할 때 보다 한 시간이나 빨리 왔다.
그리고 토요일까지 출근하는 기분이라 매우 찝찝..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스토리 업로드하느라고 찍은 사진인데, 건너편에 팀홀튼 오픈 예정지가 보인다.
아니 이왕이면 나 가고 나서 생길 것이지 가기도 전에 생겨버리고 난리야.. ㅋㅋㅋㅋㅋ
아이엘츠 시험장은 평이 되게 극과 극으로 갈리는 편인데,
사실 나는 뭐 시험준비 자체가 안되어있어서 평이든 뭐든 따질 때가 아니었다.
아, 그리고 페이퍼형식이 아닌 컴퓨터베이스인 아이엘츠로 시험을 봤는데
이게 사실 우리 같은 아점마, 아저씨들 세대는 연필을 쥐고 공부하는 버릇이 있어서 괜찮겠나.. 싶었지만
하루라도 성적을 빨리 봐야 했기에 컴퓨터 시험을 신청해서 봤다.
컴퓨터 시험은 또 월요일 빼고는 매일같이 시험이 있지만,
페이퍼 시험은 한 달에 3~4번 정도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성적도 한 2주 뒤에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아무튼 오전 9시에 시험이 시작인데 11시 45분쯤 끝났고,
스피킹 시험이 1시 50분이라서 친한 전회사 후배가 와서 밥도 사주고 당도 채워주고 갔다.
또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고맙...
리스닝-리딩-라이팅 순서로 시험을 봤고, 리스닝도 리딩도 생각보다 평이한 수준으로 나왔던 것 같았다.
솔직히 리스닝, 리딩은 6점은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될 정도였다.
라이팅은 진짜 문제 보자마자 한국말로는 다 나오는데
나의 그 허접한 실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심지어 내가 어느 정도로 공부를 안 했느냐면, 나는 라이팅이 몇 자 이내로 작성해서 내는 건 줄 알았는데
시험문제를 보니 at least 250, 450 words인 거지.. 대 충격..
part1에서는 최소 250 단어, part2에서는 최소 450 단어를 채워야 했던 거다.
처음에 걍 대충 후려갈겨서 쓰고 한 10분 정도 누워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250 단어는 겨우 채워서 냈고, 450 단어는 405? 자 쓰고 있는데 시간이 끝나버려서 컴퓨터가 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450 단어를 채워서 냈더라면 0.5점은 더 받았을까?라는 생각도 좀 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스피킹 시험은 어느 백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워낙 후기가 안 좋은 글들만 많이 봐서 그런지(공부도 안 하면서 후기는 겁나 찾아봄..),
이 선생님은 굉장히 젠틀한 분이었다.
말 끊는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내가 봤을 땐 시험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타이머를 맞추고 시험을 보니 당연히 끊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고,
말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끊어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시험이 끝나고 집에 와서는 머리가 너무 복잡하고 오히려 시험 보고 오니까 스트레스가 더 쌓인 느낌이었다.
후련하기는커녕 굉장히 자괴감이 들고.. 이게 맞나 싶고.
그래서 결국 저녁에 나가서 한 시간을 넘게 러닝을 하고 돌아왔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그래도 시험 유형이 그렇게 힘들지 않고,
나 나중에 캐나다 가서 공부하면 금방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거?
평일(working day)로 3일이 지나고 수요일 오전부터 시험성적을 확인했는데 안 나왔고,
저녁에 둘째를 재우다가 밤에 확인했더니 나와있었다.
점수는 진짜 당황스럽게 오버럴로 0.5점이 모자랐고, 심지어 라이팅은 미니멈점수에서 통과가 된 점수였다.
물론 스피킹은 처참했다.
(그래도 나랑 같은 점수의 영상을 보니 그 백인 선생님이 나한테 점수를 후하게 주셨다고 생각이 들 정도..)
그리고 리딩/리스닝에서 배신을 당했다..
둘 다 6점 이상 혹은 6.5까지도 기대를 했는데 6점에 못 미치는 점수가 나왔다.
그래서 순간 재채점을 해볼까? 스피킹 조금이라도 올려주려나? 그럼 0.5점은 올라갈 텐데?
근데 재채점 기간이 4주란다.. 바로 포기. 그럼 이번주 주말에 시험을 다시 볼까?
그럼 다다음주 수요일 점수 또 나올 텐데?
그렇다고 그때도 라이팅이 이 점수가 나오리란 보장이 있나? 별 고민을 다 했다.
300만 원 아끼자고... (어학원이냐 아니면 부설 ESL이냐가 걸려있었기 때문에..)
오빠랑 한참을 이야기를 하고 결론을 내린 건,
'그냥 시험 보지 말고 어학원 가서 더 빠르게 끝내면되지~ 지금 성적 보니 금방 끝날 수 있겠네!'
가 결론이라 그냥 시험 안 보고 어학원으로 직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실 시험비가 토스나 오픽처럼 7만 원 언저리였으면 무조건 한 번 더 봤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