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키로는 무리예요...
홀린듯이 신청한 현대 롱기스트런2023
코로나때문에 비대면으로 했을 때 신청해놓고 안 뛰었던 거 같은데, 이번엔 진짜 뛸 수 있을 것 같고 런데이로 15분 5번만 완주하면 무료로 참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바로 친구한테 얘기해서 같이 신청을 했다.
근데 아니 작년에는 90분 코스도 있었다는데.. 왜 이번엔 70분이 끝인건지..
괜찮을까? 하면서 후덜덜 하면서 신청한 롱기스트런!
한번도 10km를 뛰어본 적이 없어서 둘 다 얼떨떨했지만, 일단 9키로는 뛰어봤으니 한 번 질러봤다.
우리의 목표는 차타고 돌아오지 않고 내 발로 완주하는 것! 70분이 넘어가면 차를 타고 돌아와야한단다.
왜냐하면 차량통제시간이 풀리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그냥 막 뛸 수는 없으니까 일단 다들 달린다는 고구마 10km를 해보기로 한다. 런데이를 하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코스였는데 한 번도 못해보다가 진짜 드디어 해보자 하고 도전했다.
고구마런이란?
여의도 한바퀴를 돌면 10km가 되는데, (아 살짝 모자라서 사진처럼 파먹기를 해야함) 그 모양이 고구마 모양이라 러너들 사이에서는 고구마런이라고 불린다.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돌아야하는지 몰라서 블로그로 진짜 많이 찾아보고있는데, 실패글들이 종종 보여서 아 절대 실패하기 싫은데.. 하면서 친구랑 위에 나눴던 대화처럼 이야기를 많이 했다. ㅋㅋㅋ
근데 친구가 '나 여기 한 번 가봤어 올 땐 지하철탔지만 ㅋㅋ' 이래서 길 잘 찾는 내 친구를 믿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다들 시작하는 여의도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당산역'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고구마 파먹기 싫어서.. 고구마 꼭지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실 파먹기 길을 몰라요..)
아침에 당산역으로 지하철을 타고가서 당산역 한강공원이 시작하는 길부터 뛰기 시작했다.
사실 잠이 덜깨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뛰었는데, 한 3~4키로 뛸 지점부터 조금씩 잠이 깨기 시작했다.
진짜 5살때도 그랬지만 나이가 마흔인데도.. 아직 잠깨는데 한참 걸리는 어른이..
이 곳이 사람들이 실패하는 구간 중 하나인데, 고구마모양이다보니 당연히 왼쪽으로 가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친구가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왼쪽길로 갈 수 있대서 그 곳으로 뛰었더니 63빌딩이 나왔다! 드디어... 우리 성공하나보다 하고 신남. 예습한 보람이 있었구나. 그리고 한 8키로 지점에서는 잠이 홀랑 다 깨가지고 텐션이 진짜 최고조에 이르렀는데 너무 신나가지고 팔랑대고 다녔다. 친구 왈. 진짜 너는 이제서야 텐션이 올라오냐.. 나 힘들다고 하면 먼저가~ 라고 함 ㅋㅋㅋㅋ
결국 우리가 원하는 대로 고구마 꼭지를 만들어서 완벽한 뚱뚱이 고구마 런에 성공했다! 안파먹어서 더 이쁜 것 같은 우리 뚱뚱이 고구마런!
당산에서 시작해서 선유도에서 끝났다. 그래서 조금 고구마 꼭지라기 보다 약간 고구마 줄기 같은 느낌? ㅋㅋ
아침에 잠 깨는 속도가 엄청 느린 나는 한 4키로나 뛰고나서 잠이 깨고 텐션이 올라와서 속도가 빠르게 뛴 느낌은 아니었는데도 70분 안으로 들어왔으니 롱기스트런 우리 충분히 가능하겠다! 하면서 목표를 65분대로 잡았다.
62~65분안에 꼭 들어오자!! 했었고, 사실 맘은 한 시간을 넘기고 싶진 않았다.
...이런? 마지막 주자들이라 대기하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황당..
출발하고 한 3분 만에 앞이 안보일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졌다. 한 10분 지나니까 가장 먼저 출발했던 A그룹은 들어오기 시작했고, (부럽..)
우리는 계속 비를 다 맞고 뛰었다.
서강대교에 올라가서 뛰기 시작하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지만 진짜 짜릿했다. 마라톤의 묘미는 이렇게 길을 막고 차도에서 뛰는 거 아닌가? 너무 재밌었다. 합법적인 도로점유.. 뭔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만 그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거지.. 심약한 쫄보는 이런 것에 쾌감을 느낀다.
아니 비 다 맞고 뛰고나서 서강대교 반환점 돌고 올라오니까 해가 쨍~ 아니 이러기 있냐고요! ㅋㅋㅋㅋ 첫 마라톤이 우중런이라니.. 그래도 서강대교 위에서 보는 맑은 하늘은 너!무! 예뻤다!
친구랑 같이 뛰기로 했는데 내가 먼저 우당탕탕 뛰어와가지고 서로 사진도 못남기고 아쉬웠지만
잘 뛰다가 마지막 내리막길-오르막길 반복되는 코스에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혼자뛰니까 더 돌아버리는 줄.. 그러다가 절대 안 걸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한 1~2분 걷다가 다시 힘을 내서 뛰는데, 마지막 오르막길에서 진짜 아 그만둘까 ㅋㅋㅋㅋ 이 생각했다. 오르막길 진짜 경사 미쳤다고요. 원래 나 오르막길에서 잘 뛰는데 이 날은 비 다 맞아서 발도 너무 무겁고.. 결국 오르막길 뛰기를 실패하고 걸어올라가서 마지막 길 건너고 있는데 옆에 응원해주신 분들이 이제 끝났다고 빨리 뛰라고!!!!! 하셔가지고 뜀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완주를 하고 완주 사진도 남겼다. 처음 뛰어보는 10km 마라톤에서 일단 62-65분대의 목표였으니 완주 뿐 아니라 목표달성까지 했다.
물론, 내 진짜 목표였던 59분대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다음 목표로 59분을 잡았다. (하지만 우리는 곧 헤어지게 되니 각자 뛰어야겠지 ㅠㅠ)
친구는 올해 한국에서 롱기스트런으로, 나는 캐나다에서 다른 마라톤대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