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말 판독 프롤로그 : 청와

몸말 판독 연재

by 청와

몸말 판독
프롤로그 : 청와

1. 청와(靑蛙, 청개구리)

청와(靑蛙)는 지금부터 40여년 전, 대학 1학년 때 제가 제 자신에게 지어준 호(號)입니다.
그 뜻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나의 지식과 오성이 정당하게 판단한 나의 주관.

지금 돌아보면, 그것이 청와 1.0이었습니다.

2. 청와 1.0 — 언어의 절권도

청와 1.0은 절권도 버전입니다.
절권도는 이소룡이 창시한 실전 무술입니다.
형식에 매이지 않고, 무형의 형, 무식의 식이라는 원리로 실전에 필요한 기술을 몸에 익히는 무술입니다.

저는 언어를 칼날 같이 벼려서 절권도를 만들려 했습니다.

고정되지 않고 애매하게 사용되는 개념들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 정의를 무기로 삼아 다시 세계를 베어내는 것.
청와식 개념 정의를 마련하고
그 정의들로 상대를 몰아세우는 논쟁 기술.

그것이 언어의 절권도였습니다.
그러나 언어의 절권도는
상대를 베기도 했지만
저 자신이 베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상처투성이 청와 1.0으로 20년을 살았습니다.

3. 청와 2.0 — 자기 성찰의 응결

어느 날, 윤동주의 싯구가 제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쓰여진 시, 부분)

그날 저는 처음으로 저의 실존을 응시했습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윤동주의 영혼과
상처투성이의 청와 1.0이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위에 청와 2.0이 충적되기 시작했습니다.

청와 2.0은 전투가 아니라 성찰이었습니다.

정의로 남을 몰아세우는 대신
눈물 짓는 나를 돌아보는 언어.

저는 그렇게 또 20년을 살았습니다.

4. 몸말의 재등장

자기 성찰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지,
삶의 자세로 설정한 아름다움이 얼마나 실천되고 있는지
되돌아보던 어느 날,
청와 1.0 시절에 만들어 두었던 ‘몸말’이라는 개념이
가라앉아 있다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몸말’은 정의된 개념으로 존재해온 것이 아니라,
제 삶의 역동적인 작동으로 함께 해왔다는 것을.

그 지점에서 <몸말철학>이 구성되었습니다.

5. 청와 3.0 — 작동과 판독

청와 3.0은 1.0과 2.0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위에 다시 충적됩니다.
전투도, 성찰도
모두 작동이었고
그에 대한 판독이었습니다.
1.0은 얼(언어)의 편향이 우세했고,
2.0은 그 편향을 의식한 넋(몸말)의 반작용으로의 전이가 이루어졌고,
3.0은 양쪽을 동시에 판독하는 중첩작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6. 되어가는 청와의 세상 판독

청와 1.0, 2.0, 3.0이라는 이름은
되어간 뒤에 붙여진 번호일 뿐입니다.
작동은 번호를 모릅니다.
판독이 번호를 붙입니다.
청와는 완성된 이름이 아닙니다.
청와는 되어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 연재는
그 '청와의 되어감' 위에서
‘세상’을 다시 판독해 보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하려 합니다.

“여기가 끝이다”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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