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말 판독 제2장 규범과 존재의 작동

몸말 판독 연재

by 청와

몸말 판독 제2장 규범과 존재의 작동 — 상(喪) 중 ⧖ 축(祝) 중

​1. 규범의 질서: 상(喪)은 축(祝)을 멈추게 한다

​사회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정의 구획을 긋는다. 그것이 규범의 언어이다. 규범의 언어는 선형적이고 배타적이다. 상(喪)은 애도의 시간이며, 축(祝)은 기쁨의 시간이다. 이 두 시간은 서로 섞여서는 안 되는 기능적 영역이다.
​죽음 뒤에는 애도가 오고, 애도가 충분히 침전된 후에야 비로소 회복과 축하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것이 규범이 요구하는 '정돈된 삶'의 순서이다. 만약 이 순서가 어긋나면 규범은 그것을 '부적절'이나 '결례'라는 이름으로 판정하려 든다.

​2. 존재의 작동: 멈추지 않는 중첩

​그러나 실제 존재의 작동은 규범의 선형성 아래에서 흐른다. 규범의 언어는 존재의 위에서 존재를 작동시키려한다.
그러나 존재의 작동은 존재의 밖에서, 존재의 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중첩된 관계가 전이되는 것이고, 침전된 탄성이 밀어올리는 것이다.
슬픔이 완전히 끝난 뒤에 기쁨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파고가 여전히 높은 채로 기쁨의 사건이 그 위를 덮쳐온다. 존재는 '순차'가 아니라 '중첩'이다.

​처남이 떠난 지 불과 17일.

조카가 상복을 벗고 턱시도를 입은 장면은 규범의 눈으로 보면 '성급한 비약'일지 모르나, 몸말철학의 눈으로 보면 무너진 세계를 일으켜 세우려는 존재의 강렬한 복원력이다. 규범은 멈춤을 요구하지만, 존재의 엔진은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3. ⧖(면서)의 실제: "울면 안 돼"라는 미소

​결혼식장에서 처남댁이 나에게 다가와 건넨 한마디는 이 중첩작동의 결정이었다.

​"고모부, 오늘은 울면 안 돼~!"

​그 말을 하며 짓던 처남댁의 미소에는 묘한 여운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눈물을 참으라는 '금지'가 아니었다. 그 미소 안에는 남편을 보낸 슬픔과 아들을 장가보내는 환희, 그리고 이 모순된 상황을 견뎌내는 미안함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 미소는 정서의 다성성(Polyphony)이고, ⧖(면서) 논리의 살아있는 증거이다.

​슬프면서 기쁘고,
​금지하면서 이해하며,
​죽음을 기억하면서 삶을 밀어 올리는 상태.

​처남댁은 규범의 언어("울면 안 돼")를 빌려왔지만, 그 이면의 미소(몸말)로는 존재의 복합성을 껴안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축제를 완수해야 한다'는 안음다움(O)의 실천이었다.

​4. 정서적 중첩작동

비가(悲歌)이면서 축가(祝歌)인
​이 결혼식장에서 정서는 단일한 선율로 연주되지 않았다. 식장 바닥에는 처남의 부재라는 묵직한 기저음(Bass)이 깔려 있었고, 그 위로 신랑·신부의 주선율(Melody)이 흘렀다.
그 교향은 조화라기보다, 끝내 풀리지 않는 긴장의 공명이다.
​신랑 조카의 입장은 규범적으로는 행진이었지만, 정서적으로는 '부재하는 아버지의 잔향(餘香)을 몸으로 잇는 수행'이었다. 하객들의 박수 소리 사이로 흐르던 미세한 침묵은, 이 예식이 단순한 축하를 넘어 고통을 곰삭여 새로운 생명력으로 전환하는 앓음다움(R)의 현장임을 증명했다.
중첩은 섞임이 아니다.
상과 축이 평균값으로 중화되는 것도 아니다.
둘은 각자의 위상을 유지한 채
동시에 울린다.

​5. 결론: 문턱 넘기 - 규범의 문턱을 넘는 존재의 탄성

​'문턱 넘기'란 규범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규범이 다 담지 못하는 존재의 깊이를 인정하는 일이다. 슬픔을 끝내고 기쁨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슬픔을 안은 채 기쁨의 자리로 '전이(Transition)'한 것이다.
​규범은 악보를 제공하여 '여기서는 이 음을 내라'고 지시하지만, 실제 연주는 그 악보를 쥔 인간의 몸에서 일어난다. 처남댁의 미소 섞인 당부는 그 복잡한 연주를 멈추지 말고 계속하라는 격려였다.
​인간은 완료형이 아니라 언제나 '중(中)'의 존재이다. 상(喪) 중이면서 축(祝) 중인 그 팽팽한 긴장 속에서, 존재는 분열되지 않고 오히려 더 깊게 연결되었다. 삶은 하나의 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위상의 음들이 겹치고 공명하며 이어지는 다중 중첩의 교향악이기 때문이다.
​규범의 단호한 언어와 처남댁의 미묘한 미소가 교차하는 이 장면은 '몸말철학'이 왜 우리 삶에 필요한지를 가장 절절하게 보여준다. 이 '문턱 넘기'의 판독을 통해 처남의 '예쁘게'와 청와의 '아름답게'는 이제 하나의 매듭으로 묶였다.
하나의 매듭이란, 둘이면서 하나인 삶의 작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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