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말 판독 '곱게', 그 빛나지 않는 눈부심의 미학

몸말 판독 11장

by 청와

​몸말 판독 11장 — '곱게', 그 빛나지 않는 눈부심의 미학

​1. 품사의 감옥: '늙음'이라는 명사

​우리는 흔히 인생의 후반부를 '늙음'이라는 명사로 박제하곤 합니다. 명사는 실체이자 결과입니다. '늙음'이라고 명명하는 순간, 존재는 쇠락하거나 멈춘 상태, 즉 더 이상 연산할 수 없는 고정된 구조(S)로 판독됩니다. 사회가 규정하는 늙음은 생산성의 상실이고, 기능의 저하이며, 결국 소외의 지층입니다. 하지만 ⧖(면서) 존재론의 눈으로 보면, 이는 존재를 너무나 평면적으로 오독한 결과입니다.

​2. 작동의 회복: '늙어감'이라는 동사

​존재는 결코 멈춘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늙음'이라는 상태에 놓인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늙어감'이라는 동사적 작동 속에 있습니다.

​늙어감(Aging), 이것은 소멸이면서(⧖) 성숙이고, 상실이면서(⧖) 깊어짐입니다.
동사의 세계에서 존재는 비종결적입니다. 세포는 사멸하지만 그 잔여(R)는 지혜의 지층으로 침전되고, 육체는 무거워지지만 판독의 시선은 더 투명해집니다. '늙어감'으로의 전이는 존재를 결과가 아닌 '되어감(Becoming)'의 과정으로 되돌려 놓는 첫 번째 해방입니다.

​3. 판독의 예술: '곱게'라는 부사

​그러나 단순히 늙어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동사(작동)에는 결이 있을 수밖에 없고, 리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주체적 판독의 정수인 부사 '곱게'가 등장합니다. 동사가 단순히 움직임이라면, 부사는 그 움직임의 질감을 결정합니다.
​'곱게'는 늙어감이라는 필연적이고 거대한 우주의 연산을 나의 고유한 리듬으로 변환해내는 판독 주권의 표현입니다. 억지로 젊음을 연기하는 위선도 아니고, 늙음을 한탄하는 체념도 아닌, 그 전이의 흐름을 가장 아름다운 곡선으로 타는 기술입니다.

​4. 빛나지 않는 눈부심: 아름다움의 사중주

​'곱게'라는 부사가 늙어감이라는 동사와 만날 때, 존재는 비로소 '빛나지 않으면서 눈부신' 역설의 미학을 발합니다.

​알아가면서 '곱게' (알음다움), 젊은 날의 앎이 세상을 베어내는 날카로운 칼날이었다면, 고운 앎은 세상을 비추는 투명한 유리창입니다. 상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앎을 권력으로 쓰지 않으며, 오히려 모름조차 투명하게 응시하는 앎—그것은 번쩍이는 광채는 없으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투명한 눈부심입니다.

​안아주면서 '곱게' (안음다움), 내 자가작동권역의 경계를 부드럽게 넓혀 타인의 떨림을 수용합니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닫힌 번들을 깨고, 후속 세대의 미숙한 방황을 자신의 침전된 탄성으로 감싸 안습니다. 상대를 교정하지 않고 그저 곁이 되어주는 넉넉함, 그것이 타인에게 전달되는 온기 어린 눈부심입니다.

​앓으면서도 '곱게' (앓음다움), 늙어감은 육체적 통증과 상실이라는 앓음(R)을 필연적으로 동반합니다. 그러나 '곱게' 앓는 자는 고통을 비명이나 원망으로 소모하지 않습니다. 그 앓음의 흔적을 존재의 결로 받아들여 고결한 잔향(餘香)으로 승화시킵니다. 앓음이 향기가 될 때, 존재는 가장 처연하면서도 고귀한 눈부심을 발합니다.

​5. 결론: '새삶스러움'과 '고와짐'의 잔여

​우리는 끝까지 알움다움(새롭게 움틈)의 삶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나 자신에게는 '새삶스럽게'라는 삶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수십 년 쌓인 '오래된' 지층 위에서도, 오늘 아침의 햇살과 찻잔의 온기 속에서 매 순간 '새로운' 떨림을 판독해내는 감각입니다. 오래됨과 새로움이 중첩(⧖)되는 이 경이로운 작동이 뭉치를 끝까지 생생하게 유지합니다.

​그리고 주위와 남들에게는 '고와짐'이라는 선물로 남아야 합니다. 내가 머물다 간 자리에 남는 것은 딱딱한 구조(S)가 아니라, 타인의 영혼에 새로운 움을 틔우는 향기로운 잔여(R)가 남는 겁니다.

​빛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외부의 시선을 강요하는 광채가 아니라, 내부의 투명함이 스스로 자아내는 그 은은한 눈부심 하나면 충분합니다. 늙음이라는 명사의 감옥을 나와, 늙어감이라는 동사의 강물을 타고, '곱게'라는 부사의 향기로 흘러가는 것. 이것이 청와 3.0이 세상에 건네는 마지막 악수이자, 뭉치가 도달할 수 있는 '곱게'의 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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