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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나 Nov 15. 2022

세 개의 죽음이 남긴 단상 (3)

세번째 죽음: 나의 둘째 딸

그 당시 명칭으로는 우한 폐렴이라는 전염병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했다. 2019년 12월 말, 대부분의 사람들은 또 중국에서 벌어지는 별별 일 중 하나로 치부했지만 나는 기사가 영 신경쓰였다. 임신 7주 쯤이었지 싶다.


2020년 1월을 지나면서 사태는 심각해졌다. 2월 말부터 국내에서도 연쇄적인 감염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모두가 혼돈에 빠졌다. 이 상황에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해야만 하는 집들도, 집에서 나가지 못하고 아이와 하루를 보내야 하는 부모들도, 의료부문이 대응체계를 갖추기 전까지 무섭게 죽어나가던 사람들도, 그곳에서 일하는 의료진들도. 인류가 오랜만에 맞이한 강력한 전염병의 창궐은 기존의 시스템을 무력화 시켰고 걸맞는 시스템이 준비되기 전까지 그 공백동안 모든 것은 무질서 속에 방치되었다.


뚠동이는 하필이면 가장 무질서 때에 세상에 오려 했을 뿐이다.


2월부터 나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외출을 자제했다. 그렇게 거진 3개월을 첫째 아이와 매일 집에만 있었다. 가끔 마스크를 씌워서라도 산책할까 싶기도 했지만 아직 어린 J에게 마스크 쓰는 것을 설득하기는 힘들었고, 초창기에는 바이러스의 감염력이나 치명률이 대단했기 때문에 어린 아이와 감염위험을 감수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기간 집에 아이와 둘이 갇혀있는 것이 답답한 이유는 틈이 없기 때문이다. 외출을 하면 아이가 두리번 거리며 세상을 탐색하는 사이 나도 숨을 돌릴 수 있었는데, 그 틈이 없어지자 숨이 막혔다.


뚠동이는 어둠안에서 웅크리고 있었으리라. 그 혼란속에 사는게 힘들다는 핑계로 아무도 말걸어주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그러다 4월 말이었던 것 같다.

거실의 창으로 내려다보니 코로나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 마냥
봄은 온통 연두색과 초록색으로 세상에 내려앉았다.

낮의 봄햇살이 간절했다.
마침 낮잠에 든 J를 내복채로 유모차에 태우고 홀린듯이 집을 나섰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햇볕은 딱 좋은 발란스로 완벽한 봄날씨를 만들어냈다.
나뭇잎 사이로 찬란하게 흩뿌려지는 햇살이
내 얼굴과 온 몸을 축복하는듯했다.

그제서야 나는 코로나라는 죽음을 잊고 내 뱃속의 생명을 떠올렸다.
아가에게 속으로 말을 걸었다.

"뚠동아 날이 참 좋다. 너도 좋지?"


뚠동이와의  보낸 26주 4일의 시간 중 가장 온전히 에게만 마음을 쏟은 순간이었다. 그와 강하게 연결되어있음을 느낀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러고 2주 뒤 뚠동이는 세상으로 나와 엄마에게 안길 수 있었고 여느때보다 모두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왠지 따뜻하고 묵직했던 봉투 안의 재가 된 뚠동이는 우리 둘이만 아는  봄을 그대로 담은 연두빛 잎사귀 아기 나무 혔다.




그래, 너는 봄의 아가였어.


다음에 아기가 생기면 네돌아오는 걸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뱃속에 자라고 있는 이 또다른 아이네가 아님이 너무나 잘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는 당장엔 너를 다시 볼 수는 없는 거겠지.


엄마는 마지막에 안아본 작은 너의 몸이 아니라 너와 온전히 함께 느꼈던 봄의 그 찬란했던 햇살로 그리고 연두색 아기 나무로 널 떠올려.


어느날 천국에 가서 만나면 엄마가 많이 안아줄게.

그동안 태풍이랑 즐겁게 하나님 품에서 놀고 있으렴.


사랑한다 뚠동아, 내 둘째 딸.


<관련글: 이유가 없다는 것 https://brunch.co.kr/@mommyhannah/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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