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글 쓰고 앉아있네

나에게 글쓰기란, 근자감 놀이

by 마미태


요즘 생각이 많아지긴 했다. 아이는 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그에 대한 준비는 뒷전이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해서. 이런 고민의 시간들이 오히려 나는 더 즐겁다. 뭐라도 하나 배우고자 하고, 읽고, 쓰고 하면서, 하루를 더 유익하게 사용하는 듯하다. 그렇게 하나라도 내 몸 안에 남기고 나면 나 자신을 파악하는 시야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있음에 감사하다.

부작용은 있다. 잠이 줄어든다는 것. 쉽게 잠들지 못해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아니면 오늘처럼 자다가 새벽에 눈이 번뜩 떠지기도 한다. 이럴 때의 정신상태는 꼴까닥 깊은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처럼 아주아주 맑아진다. 오늘 눈을 뜬 시간은 새벽 2시 50분 무렵. 상태를 보아하니 다시 쉽게 잠들 정신은 아니었다. 식구들이 깨지 않게 스르르 문을 열고 나오니, 문 앞에서 쪼그려 자고 있던 멍뭉이가 비몽사몽으로 눈을 뜨고는 꼬리를 흔들고 반겨준다.



일어난 김에 차 한잔을 우려서 하루를 시작해보기로. 전날 밤 다운받아 놨던 글쓰기 책을 읽고, 책 안에서 제시해 준 소재가 있어서 키보드를 신나게 두들기며 글을 적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이 고요한 새벽. 알코올에 물들지 않은 이 말짱한 정신과 약간의 공복! 너무 좋아~ 이러고 있는데 벌컥 방 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저 문을 연 게 남편일까, 아이일까, 생각하며 못 들은 체 계속 내 할 일을 이어갔다ㅋㅋㅋㅋ 다행히 남편이었다. (아이였다면 난 침실로 다시 연행되었어야 함) 게슴츠레 눈을 뜨고 다가온 남편은 측은한 시선을 건네며 내 등을 쓰다듬었다.

“우리 와이프는 왜 이렇게 한시도 편하게 있지를 못할까. 물속에서 계속 쉬지 않고 수영하고 있는 것 같아.”

그 말을 듣고는 잠깐 생각해봤다. 난 지금 편하지 않은가? 그리고 대답했다.

“나 지금 너무 편하게 있는 건데?ㅎㅎㅎ”
(그러니까 말 시키지 말고 어서 들어가.....^^)

나의 편안한 상태를 존중해주고 얼른 사라진 남편ㅋㅋㅋ 이 새벽에 덕분에 알게 됐다. 무언가 읽고, 쓰는 것이 나에게는 ‘놀이’라는 것을.


그러고 보니, 오늘 읽고 있던 책에 첫 미션으로 등장한 글쓰기 주제가 있다. <나는 왜 쓰고 싶은가>

남편이 등장하기 전, 혼자 끄적여 놨던 그 메모.



그렇다.

사실 나는 지금 놀고 있는 중인거다.



sticker st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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