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제일 좋아
주말 아침.
산책을 하러 아이랑 집을 나섰다.
자연 속에는 패턴이 있고, 예술이 있고, 생명이 있다. 자연을 가까이 접하면서 아이가 이런 환경들을 천천히 바라보고 흡수했으면 좋겠다.
집 근처에 멋진 공원은 없지만, 아파트 산책로에 조경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 조경이라도 마음껏 관찰하고 누렸으면 좋겠다. 산책을 나오는 길에 카트에다 미술재료랑 스케치북을 챙겨 나왔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으면 언제든 꺼내서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건 그냥 내 바람이고ㅋㅋㅋ 아이는 카트 안에서 돋보기 하나를 꺼내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는 야생마 같은 녀석. 그래, 오늘은 그런 날이구나. 가만히 앉아서 그림 그리는 건 관심이 없는 날ㅋㅋㅋ 그런 아이를 나는 ‘가만히’ 앉아 바라만 보았다. 바쁘게 총총총 다니는 모습이 건강해 보여서 참 좋았다.
+
이슬은 이미 마르고 사라졌을 시간인데, 아이가 이파리에 이슬이 있다고 와서 보라고 한다. 실은 아파트 워커들이 방금 전 식물에 물을 주고 간 것을 알면서도, 아이의 관찰력에 호들갑을 한번 떨어준다. “어머, 진짜 이슬이 내렸네?” 하고.
“엄마, 이슬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 사람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선물이야”
아이가 이런 말을 툭 내뱉을 때마다 애미는 심쿵한다. 책 어디선가 그런 구절을 본 적이 있었던가? 이슬을 아침에만 볼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순간 이 생각의 출처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보다가 그만두었다. 모두 다 차곡차곡 쌓인 거겠지. 어디서 왔으면 어떤가.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아이가 이 순간 그저 사랑스러웠다.
그림을 그리게 해주고 싶어서 나왔는데, 아이는 이슬을 보고 시를 읊는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아이는 자신의 몫을 찾아가며 잘 논다. 산책 나오길 잘했어! 고맙다, 이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