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로 인한 관계의 재해석

나의 박여사

by 모모

새벽 3시경,


늘 잠이 부족하던 나는 3년 전 받은 갑상선 반절제 수술을 받고 나서부터 새벽에 늘 잠에서 깬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들이 춥지 않게 잠을 잘 자는지 조용히 방문을 열어 확인을 해보고 이불을 걷어차고 자고 있는 둘째가 감기에라도 걸릴까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순간 나는 박여사가 생각이 났다. 내 어릴 적 잠을 잘 자는지 살포시 문을 열고 확인하고 가던 박여사의 인기척은 잠결에도 느낄 수 있었다. 혹시라도 추위를 느낄까 포근하고 보드라운 이불을 덮어주면 나는 이내 다시 잠이 들기도 했다. 내가 성인이 되어 집에 가서도 시차 때문에 잠을 못 잘까 내방을 지나칠 땐 발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려던 박여사였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고 특별할 것 없던 일상의 모습이었지만, 지금 박여사의 모습은 없고 내가 박여사가 되어있었다. 우리 박여사는 그런 마음이었겠구나.


작년 24년 9월 17일, 전날 여행 잘 다녀오겠다고 오랜만에 화상통화도 하고 가족 모두와 인사를 나누었던 박여사가 여행을 떠난 날이었다. 늘 둘째 아기 사진에 제일 먼저 답을 주었건만 그날은 단체 톡방에 올라간 둘째 아기가 처음으로 제대로 목을 가누는 사진에도 답이 없었다. 여행 중이라 바쁜가... 내 눈은 핸드폰으로 계속해 움직였다,


그러던 중 결혼하고 한 번도 연락이 없던 올케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말이 없던 올케는 한마디를 했다. "어머님 돌아가셨어요..." 나는 올케에게 왜 돌아가셨냐고 몇 번을 물었지만 올케는 그이후에도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난 그 상황이 믿기지 않음에도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박고 목놓아 울었다. 내 옆에는 이제 겨우 4개월 된 둘째 아기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은 동생이 나와 전화가 되지 않는다며 대신 전화를 받았다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다.


나는 그날 이후의 시간은 멈춘 듯 이전의 시간을 회상하고 특별할 것 없이 지나갔던 일상들을 그리워하며 무심코 떠올린다. 그리고 부재로 인해 돌아보는 관계가 얼마나 부질없는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