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인스타 가입을 해달라고 조른다.친구들도 다 한다는데 해주기도, 그렇다고 안 해주기도 부모 입장에서는 고민이 된다. 아이들에게 인스타가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보도가 많아서남편 의견도 그렇고 못하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다. 무심하게 하루이틀 뭉개고 있었는데 계속 조르길래 조건을 걸었다.이야기해 놓고 스스로 순발력 아주 칭찬해!!
남편에게도 찡긋~~ 신호를 보냈더니 "오호?" 한다.
주제 정해서 릴스 하나 일주일 내로 만들어 와!
못하게 막는다고 안 할리 없다.
무조건 막기보다는 더불어 사는 법을알려주는 게 맞다.예상대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 : 아니,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나 : 그러니까! 만드는 법 검색해서 해 봐.
아이 : 어떤 프로그램 쓰는데?
나 : 네가 원하는 것 알려주면 설치해 줄게.
아이 의견에 따라 Cap***을 아이패드에 설치해 줬다. 주제는 '혈액형'으로 정했단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뭘 하고 있긴 한건지.
여전히 아이는 정신없이 쇼츠만 휙휙 넘기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남편에게 한마디.
요즘 영상들 전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아? 정신 산만해 죽겠네.
뭐라도 공감의 대답을 갈구하는 내 표정,
.
.
보고 있니?
남편이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지긋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한 마디.
거.. 있잖아. 우리 어렸을 때도 부모님한테 비슷한 말 들었던 거 같지 않아?
엉???
무슨... 말??
나는 아리송하게 고개를 기웃기웃했다.
랩 처음 나왔을 때 말이야. 부모님들이 노래 가사가 귀에 들어오냐.. 고...
갑자기 머리가 띵, 울렸다.
그 입 다물지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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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꼰대가 되어 버린 걸까 ㅎㅎ
혈액형 릴스는아주별로였다.
그래, 그래도약속했으니 가입해 줄게!
자, 하나하나 정보 입력..
"회원가입"
클릭.
어랏.
실패??
왜지??
엄마, 나도 해봤는데 똑같이 안되더라고.
아.. 으.. 응..
그렇다. 아이는 이미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해본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없는 것 이상을 나에게 기대한 것이다.
그.. 그래, 엄마가 알아보고 다시 해줄게.
언젠간 아이가 나보다 뭐든 잘하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때도 왜 이런 걸 하냐고 뭐라 할 수 있을까.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해도 못해주는 그런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