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는심부름을 완수하고 차에 올라 자리를 잡는다.동시에 남자아이도 쏜살같이 올라탄다. 둔탁한비명소리가이미 울부짖고 있던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와 합쳐진 건 바로 그때였다. 9인승 SUV는 세 아이의 난타전으로 밖에서 보일만큼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자아이의 미소에 화답하기도 전이었다.순식간에 일어난 이 상황에 엄마는 어떠한 스탠스도 취하지 못한다.
구정물 흐르는 음.쓰.를처리한첫째를 칭찬해야 할지,
심부름 보상에무임승차하겠다는 둘째의 욕심을 설득해야 할지,
난데없는 차 안 자리싸움에 새우등 터진막내를 달래야할지.
엄마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진다. 이성적인 판단은 글렀다. 그래,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에서 정보의 양이 늘면 사람이 산만해지는 거랬어. 내 판단력이 예전만치 아닌 건 나이 탓이 절대 아니로다.
띠링~
집중력 게이지가 1% 하락하였습니다!
엄마는 그저 입을 굳게 다물고 무서운 표정으로상황정리를 대신한다. 늘 이런 식이다. 세 아이의 이해관계는 순서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뒤엉키고 겹쳐져 그 누구의 감정도 해결되지 못한 채 미결로 남는다. 외식은 무산되었다. 뒤집어질 듯 흔들리는 차를 뒤로 하고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엄마는 차에서 탈출한다.
피난처는 평화로운 집 안.
클래식을 틀고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아이들은 곧그들끼리 상황을 정리할 것이다.
삐삐삐~
현관문이 열린다.세 아이가 하하호호 비집고 들어온다.어린아이는 차에서 과자 한 봉지를 찾았다며 연신 히덕거리며 자랑한다.아직 분노의 카오스에 있는 엄마의 마음은 이제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띠링~
수명이 1년 단축되었습니다!
나 10분 후에 집에도착해요.
카운트다운 시작.
남편의집에 오면 바로 3박 4일 외출길에나설 것이다.나는 28인치 캐리어에 다섯 가족 짐을 눌러 담고 아이들은 각자 취향껏 개별 짐을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