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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Nov 28. 2016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여행

(나만 알고 싶은 여행 TOP 10)


                                                                               

 

요즘 들어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것’ 에 관심이 많아진 내게

무작정 읽고 싶어졌던 책이 있다면 그건 내가 좋아하는 ‘정여울’ 작가의 여행기였다.

이미 첫 책을 읽었던 나로서는 두 번째 책도 두말의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며 온몸에 퍼지는 전율을 느꼈다.


P. 337

 작가에게는 때론 아픈 경험이야말로, 쓰라린 추억이야말로 아름다운 이야기의 재료가 된단다. 내 삶이라는 장작더미를 이야기 불로 피워 올려서 세상의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심장을 따스하게 데워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작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니까.

— 당신의 마음이 머무르는 곳을 찾아, 오늘도 떠나고 싶은 사람 으로 부터.



이 이야기는 작가의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등 4학년들에게 저자가 작가에 관한 강좌를 하던 어느 날.

‘선생님은 왜 여행을 다니세요?’ 의 질문을 들었다.

그것은 마치,

'몸이 불편해서 여행을 못가면 작가가 안되나요?'

'꼭 여행을 가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건가요?'

처럼,  

아프게 들려왔단다.

그래서 해주고 싶었던 말을 에필로그에 담았다.

나 역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어쩌면 어린아이들의 질문이야말로 우리 인간 내면의 불필요한 장신구를 떼어낸 순수한 어른들의 물음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나도 그런 의문에 휩싸이곤 했었으니까

남들에게 보여지는 그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여행을 하고,

사진작가도 울고 갈만한 그런 멋들어진 사진들을 올려야만 비로서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마음 말이다.

언제부터 인지 나도 후미진곳을 전전하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이 편해졌다.

그렇다고 아무도 없는 그런 장소가 아닌,

사람들로 북적대는 카페 구석에 앉아 많은 사람들의 잡담 속에서도 나만의 고독을 느낄 수 있다.

혼자 있어야만 고독을 느낀다는 그런 차원과는 다르게

낯선 곳, 낯선 음악 속에서도 나는 혼자 자유로운 독백을 할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어쩌면 낯선 나라로의 여행과도 부쩍 닮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무작정 떠나고 싶어졌다.

그 동안 '' 아니면  안돼! 라는 공허한 집착 속에 차마 떠나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무작정 떠나 보라고…

또 다른 나와 똑 닮아 있는 쌍둥이 같은 책 속 친구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온전한  ‘나’ 를 만나는 그곳으로 떠나보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것만 같아서 두렵지만 설레인다.

마음속 깊은 언저리에서 용기의 희망이 아지랑이처럼 올라오며 뜨겁게 데워지는 것 만 같아서

한동안 서랍 안에 깊이 넣어두었던 여권을 나도 모르게 다시 꺼내어 만 지 작 거렸다.


P. 58

 내게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인생의 선물은 바로 여행이었다.

항상 일에 치여 살거나, 어차피 해결되지 않은 걱정을 붙들고 살아 가다 보니 아무런 목적 없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 별로 없었던 나에게 여행은 사물에 담긴 삶의 흔적을 묵묵히 관조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여행의 깊이는

낯선 곳으로 나를 던져 온전한 나를 만나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그 자리를 보듬어갈 줄 아는 힘과

다듬어 갈 수 있는 열정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

나도 그 깊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올 겨울이 지나가기전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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