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오늘도 재미있게 놀다 와~”
1장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도록
ep1. “오늘도 재미있게 놀다 와~”
나는 유치원에서 근무한다. 아침 당직 당일, 내 아침은 챙겨 먹지 못한다 할지라도
직장인 평균 출근시간보다 일찍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을 향해 “ 안녕하세요, 준석이~ 아침 먹었어?”
인사를 건넨다. 이른 아침 사실 아이와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 주제는 대략, 그날 아이의 옷에
그려진 패턴이나 디자인이라던지 색감, 그 아침 밝게 웃는 얼굴 표정이라던지, 아침밥 이슈뿐이다.
다행히 아침을 먹었다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뭐 먹었는지부터 맛있었을 것 같다는 부러움의 표현까지
할 수 있는 다채로운 주제이다. 혹시나 안 먹었다고 배고픈 표정으로 대답하는 아이들에게는
“힝, 웬일이야, 선생님이랑 정말 똑같네, 나도 못 먹었자낭~~~
이따 우리 점심 많이 먹자!!” 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감을 잃어서는 안 될 점은 아침에 엄청 피곤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컨디션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에 피곤한 얼굴을 가뿐히 넘겨주며 화제를 빠르게 전환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 와 오늘 신발에서 삑삑 소리 난다 뭐야~뭐야~~ 귀여웡” 아니면 진짜 아이와 피곤 배틀을 하면서 누가 누가 더 피곤한지 왜 피곤한지, 어떻게 피곤을 풀어갈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하지만 다음 귀염둥이가 오면 자칫 관심을 빼앗겼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에 상황을 봐 가면서 대화 주제를 선택하도록...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 주변 성인 인간들의 미니어처 판이라고 할 만한 다양한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1년 혹은 길게 3년 유년기 동안에 성장하는 아이들을 직접 경험하고 만나다 보면 ‘어머~~ 저저저, 승부욕 있는 것 좀 봐. 꼬옥~ 크면 땡땡이(강아지 이름 아님) 같아지겠네 “ 라며 혼자 생각에 빠져 신기할 때도 있다.
나도 지금보다 더욱 열정이 넘치고 생기발랄했던 초임시절이 있었다. 한 가지 생각나는 건
초임 시절에는 아침 등원을 하는 아이와 학부모가 나누는 인사가 너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엄마: ”오늘도 재미있게 놀다 와~“
- ”응,, 댜녀오게씁미다.”
이 아름다운 엄마와 아이의 작별 인사 장면 속에서 나는 혼자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뭐야 놀다 오라니~ 유치원은 끊임없이 배우는 곳인데, 학교 가서 놀다 오라니 말씀이 심하시네”
마치 놀다 오라는 말에 배움의 과정을 비하당했다는 황당한 생각을 했던 그 시절 초임 교사는 그렇게 발작 버튼이 눌려 학부모님들을 다 같이 배움으로 이끌어주기 위해 <놀이중심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부모교육자료를 찾아 헤맸다. 사실 유치원 교육과정을 말로써 유창하고 정직하게 설명할 짬밥이 되지 못해서였지 싶다. 지금은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유치원에서 진심 아이들과 많이 놀아보았다.
“와 오늘 진짜 재미있는 날이다!!!! 재미있는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 배 깊숙한 아래에서 올라오는 구수하고도 농익은 말, 아이에게 유치원 시절은 정말 중요한 인생의 한 페이지다. 그리고 이제, 놀이는 유아들에게 왜 진정한 배움이라고 하는지 당당히 나서서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된 것 같다.
”자 모두 들어보세유 ~ 아이들은 자고로 말이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