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병아리가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3장 놀이로 성장하는 이야기
ep 1. 병아리가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우리 반에 엄청 키가 큰 7살이 있었다. 흡사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해도 누구나 믿을 정도의 피지컬
매주 목요일이면 유치원이 끝나고 다니는 축구교실에 가야 해야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등원을 했는데,
정말이지 그날은 유치원에 들어오는 초등학생을 맞이하는 느낌이었다.
키에 맞지 않게 씩 웃으며 등원하면 “안녕 하하하하 세요” 수줍게 웃는 귀여운 7살 아이
삼 형제 중 막내였던 우리 은수 군은 남자아이들의 평균적인 루트를 그대로 걸어가는 아이답게
유치원을 마치면 월화수 금 태권도, 목요일은 축구를 하며 일주일의 모든 평일을 도장과 잔디밭은 뛰어다니며 지내는 상남자 중에 상남자였다. 그래서인지 전인발달을 목표로 했던 유치원 시기에 치명적인 발달의 불균형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시각적 표현의 어려움이었다. 반드시 화가 정도의 수준으로 아이들을 끌어올리는 것이 유치원 시기 목표는 아닐지 몰라도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색칠정도는 마무리해 주는 끈기와 인내를 배움으로 또 하나의 성취감을 얻어야 할 시기. 은수는 미술활동을 너무나도 괴로워하는 아이였다.
미술활동에 뭐 작품을 내라고 한 것도 아니고, 친구들 앞에 발표를 시키고자 한 것도 아니지만 아이는 그냥 미술시간 자체를 싫어했다. 색에 대한 어떤 편견이 있는 사람처럼 수많은 색연필 중에 단연 고동색 색연필을 들고 동그라미 선을 한 두 번 끼적거리다가 종이를 찢어버리곤 했다. 종이를 찢는 그의 표정은 찡그리고 있었다.
하루는 같이 손을 잡고 이야기를 만들며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 선생님과 같이 해보자, 오~ 그런 일이 있었어? 나도 그거 해본 적 있는데, 이런 배경이지 않았어?”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나간 배경과 조금은 투박하지만 인원수에 맞게 그려진 가족의 모습, 밑그림을 얼추 그렸을 때 “ 오 오늘 그림 진짜 잘 그렸다. 네가 색칠만 더해서 완성해 봐^^” 하고 멀어졌다. 결과물은 빨간색으로 온통 칠해진 밑그림,
호우~ ‘잘하지도 못하지만 하기도 싫소이다 느낌..’
며칠이 지나, 간단하게 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돌아오고, 은수는 역시나 종이를 찢고 있었다.
보다 못해 오늘은 잠시 공간을 분리해 은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새로운 공간에 오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 분노에 찬 눈물로 “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요.”
예??? 아이고 이 사라마... 어디서 무슨 드라마를 본 거야, 그런 대사는 어디서 들었어? 네가 죽음을 알아? 워 워
너, 7살이야.
그냥 뭔가 하기 싫어서 꾀를 부리는 아이가 하는 대사와는 사뭇 다른 우울모드 대사에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경험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니...
나는 바로 은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공감의 대화를 이어갔다. “ 은수야, 그림을 그리는 게 힘들어? 그런데 은수한테 멋있는 그림을 그리라고 하는 게 절대 아니야, 그냥 은수가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려보면 돼.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없어, 너의 마음을 표현한 거니까. 그런데 이렇게 슬프게 그림을 그리는 게 선생님은 조금 안타까워.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러고는 은수를 안아주었다. 아이고 이 작은 사람아...
그날부터 은수가 하는 연필과 종이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표현활동 놀이를 끼어들며 칭찬과 격려와 참견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팽이 이야기를 하며 놀며 끼적일 때 다가가 “ 얼~~ 이거 그림 그린 거 내가 사진 찍어도 돼? 이거 멋있어서 나중에 나도 보고 따라 그려보게. ”
다음날, “ 얼~~ 이거 뭐야 정말 웃기잖아 이 모양 뭔데~~~” 하하 하하하핳,
그다음 날도 게임 캐릭터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 얘들아 너희들 그 그림 은수한테 그려달라고 해, 내가 봤는데 그림 엄청 웃기게 잘 그려.” 쓱싹쓱싹!!! (선생님 선생님이 뭘 알아요? 나에 대해서?라고 할만한 상황에서도 그렇게 물 흐르듯 끼적여야 했던 아이.)
2학기가 된 지금. 은수는 드로잉 미술 시간이 되면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섞어 색칠을 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냥 어느 날을 계기로 한 것이 아니라, 놀며 자연스럽게 배우며, 익히며 익숙해지더니, 그렇게 되었다.
은수는 그렇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