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봄은 없어.

by 도코

겨우내 결산이 끝나고 나니, 어느새 봄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야근을 했고, 지겹도록 주말에 나와서 일을 했다. 이번 겨울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났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하얗게 센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겨울, 몇 번이나 속수무책으로 내리던 폭설처럼, 내 머리 위에도 속수무책으로 눈이 내렸다. 이제는 이걸 새치라고 해야 할지, 흰머리라고 명칭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은 것들, 고된 삶을 명징하는 것들, 어쨌거나 흰 머리카락을 뽑으면 머리숱이 줄겠네.라는 걱정을 했더니, 어제는 꿈에서 머리가 뭉텅뭉텅 빠지는 꿈을 꿨다.


봄은 또 이렇게 말도 없이 불쑥 찾아온다. 태어나 계절을 깨닫게 되고서, 나는 오늘로 몇 번째 봄에 접어들었을까. 아침 출근길, 지하철 출구에서 회사까지 고작 100미터 남짓한 거리, 빼빼 마른나무들 사이에서 저 혼자 패딩을 입고 출근하던 겨울이 불과 어제일 처럼 느껴진다. 패딩을 입으면, 세상에 내가 조금 더 많이 존재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던, 그 겨울이 끝났다. 언젠가 나는 세상에, 부피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메마른 가지뿐이던 세상에 매일매일 살이 붙어간다는 걸,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눈여겨보게 됐다. 새순이 돋고, 작은 잎사귀들이 달리더니, 오늘은 부쩍 두툼해졌다. 언제 살이 쪘나 싶게 살이 찌는 것처럼 네게 달린 잎사귀들이 부쩍 많아졌다. 나무에도 살이 쪘다. 새로운 가지처럼, 네가 자라났다. 성큼성큼 봄이 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눈 깜빡할 사이, 마음에 봄이 뿌리를 내렸다. 봄이다. 그리고, 다시, 봄.


Victor Borisov-Musatov, Spring Sun. 1899, tempera on canvas, Russian Museum, Saint Petersburg, Rus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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