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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팟 Sep 24. 2019

할머니를 보내드린 날

나의 친할머니는 올해 97세 연세로 가족들의 곁을 떠나셨다. 

오늘 장례 절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어렸을 적 명절 때마다 갔었던 할머니 댁을 영정 사진을 들고 한 바퀴 돌게 되었다. 

그 당시의 흔적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은지 오래되어 잘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어렸을 적 사촌동생들과 뛰어놀았던 돌담이 있었던 널찍한 마당과 큰 감나무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그때 같이 놀았던 꼬맹이 사촌 동생들도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성인으로 자라났다. 그런 사촌 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 당시 같이 즐겁게 뛰 놀았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이 보였다면 지나친 착각일까. 


장례를 치르는 내내 난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었다. 내가 감정을 느끼는 감각이 너무 무뎌진 걸까 하는 고민까지 했는데. 모든 절차를 끝내고 혼자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 냉장고에서 꺼내 주셨던 사이다 한잔이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 걸까.

30년이 지났지만 그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할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가 꽤 있었지만 조금 더 살갑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 드리지 못한 자책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리라. 


평소에는 각자 바쁘게 살다 보니 친척들도 모이기가 참 어려웠는데. 아주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고 소식들을 전해 듣게 되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약간은 서먹한 느낌마저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나만 바라보고 나만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이제는 나만 바라보고 나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주변도 돌아보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맛보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신경을 너무 못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라도 익숙지 않지만 관계 유지를 위한 안부 연락은 먼저 하면서 살아야겠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할머니께서 주셨던 사랑 저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행복하게 잘 살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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