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우리 아이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AI시대에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얼마 전 구글, IBM 등 글로벌 대기업에서 대규모 인원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줄이는 기업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입사원이 맡게 될 업무 대부분을 이제 AI가 처리해준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 채용과 교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AI를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 와중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툴들이 쏟아져 나오고, 업데이트되는 기능들을 보다 보면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과연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나의 작은 AI실험


사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GPT를 네이버 검색 기능처럼 단순하게 사용했다. 도담이가 열이 나면 해열제 교차 복용을 해야 하는지, 지인들과 얘기하다 생각이 나지 않는 것들이 있으면 물어보는 그 정도.


그러다 올해 4월, 그 유명한 '지브리 사건' 이후로 뭔가 스위치가 켜졌다. 도담이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 하나로, 다양한 AI도구들을 사용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사용해 봤던 건 음악 생성 AI인 SUNO였다. "Hello"라는 단어로 아이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단번에 너무나도 좋은 음악이 나왔다.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5분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뽑기 운으로 되었다는 생각은 채 하지 못했다.) 도담이에게 들려줬더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이 음악에 맞춰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영상과 이미지 생성 도구들을 하나씩 사용해 보기 시작했다. Kling, 미드저니, 소라, Hailuo 등 이름만 들어도 어지러운 도구들을 하나씩 써보기 위해 구독료를 아주 마~~~않이 지불하면서.


한 달쯤 AI세계에 푹 빠져 있었을까.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모든 구독을 취소했다.


음악을 만들었을 때와는 달리, 이상한 사진이나 영상들이 생성됐다. 내가 생각한 캐릭터의 행동이나 표정이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침 창밖 나무에 앉아있는 새가 기분 좋게 지저귄다."라고 입력하면 -> 새와 나무가 방 안에 배치되어 있었다. "새와 나무를 창밖으로 배치해 줘."라고 수정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 나무와 새는 창밖으로 이동하지만 변경되지 말아야 할 다른 요소들이 마구 바뀌어버렸다. 대환장 파티였다.


도담이의 팔이 여러 개로 나오고, 캐릭터는 장면마다 다른 아이로 생성되고, 갑자기 도담이가 괴물로 변하는 이상한 영상들. 심지어 발가락이 여섯 개라니.


프롬프트를 잘못 쓴 걸까 싶어 거금을 들여 강의도 듣고, 프롬프트 작성에 열을 올렸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여러 한계가 있다고 느낀 나는 결국 '내 입맛에 맞는 AI를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일념하나로 노드 기반의 ComfyUI라는 프로그램까지 사용해 봤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사양의 내 노트북으로는 이것마저도 역부족이었다. 하루에도 화가 몇 번씩 났다. 이게 뭐라고 악착같이 여기에...


그렇게 반년이 지났다.


SUNO로 만든 "Hello" 동요에 맞춘 짧디 짧은 뮤직비디오.. 참 힘들었다..



그리고 6개월 후, 본격적으로 채선생을 고용하다.


얼마 전 다시 AI세계로 들어간 나는 '놀랄 노'자를 연발했다.

불과 반년 전에 일관된 캐릭터 생성조차 제대로 안되었던 것이, 이제는 어떤 AI툴이든 거뜬히 해낸다. 게다가 간단한 코딩 작업을 몇 개 시켜봤는데, 몇 분도 안돼서 화면을 뚝딱 만들어준다.


나는 요즘 도담이의 발달 과정을 기록하고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채선생'을 고용했다. 도담이의 언어 발달 과정을 기록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채선생이 나에게 보고서를 전달해 준다. 뿐만 아니라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도담이의 학습 진도표나 Daily Conversation에 나오는 문장이나 단어들을 기반으로 집에서 해줄 수 있는 놀이 방법도 채선생과 함께 구상하고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신사업을 맡게 되었다. 도통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 엄청난 공부와 시장조사가 필요했다. 아마 직접 발로 뛰어들어 조사해야만 했던 예전이라면 몇 달은 걸렸어야 할 일을, 단 일주일 만에 끝낼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걸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AI로 이뤄지고 있다.


요즘은 에이전트 모드나 자동화 도구들이 너무 잘 나와 있어서, 내가 만들고 싶거나 조사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약간의 코딩 지식과 도구 사용법은 알아야 하지만, 이조차도 AI가 어느 정도 가이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6개월. 고작 6개월 만에 이 정도라니.


그때 다시 생각했다. 도담이가 스무 살이 되려면 앞으로 약 15년. 6개월마다 이런 식으로 기술이 진화한다면, 그 시대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


정답은 뭘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AI를 직접 써보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구조화하는 능력, 이게 핵심이었다.


AI에 지침을 줄 때를 떠올려보면, 막연하게 "예쁜 그림 그려줘"라고 하면 (뽑기로 정말 예쁜 그림이 나올 때도 있지만) 정말 이상한 결과물이 나올 때가 많다. 하지만 "지브리 스타일로, 따뜻한 오후 햇살이 비치는 방 안에서, 바닥에 앉아 레고를 조립하는 네 살 여자아이, 미디엄샷, 파스텔 톤"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내가 원하던 장면에 점점 가까워진다.


이 모든 걸 내가 알고, 말할 수 있어야 했다. 문체와 어투, 장면의 구도, 일러스트의 분위기, 음악이라면 악기 구성과 장르까지.


그러려면 결국 기본이 되는 지식이 필요했다. 팝과 재즈의 차이, 수채화와 유화의 느낌, 정중한 문체와 친근한 어투의 구별, 최소한의 언어를 알아야 내가 원하는 걸 표현할 수 있으니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아는 것이었다.


어떤 그림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지, 어떤 멜로디가 기분을 좋게 만드는지, 어떤 문장에 공감하게 되는지.

이걸 알아야 AI에게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줘."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지난 몇 년간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으면 먼저 특정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거나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포토샵을 배우고 프리미어를 익히고 코딩을 공부하는 것과 같은.

그런데 지금은 자연어만으로도 많은 것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것은 결국 본질에 충실해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원하는 것을 말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힘. AI 리터러시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이것을 구조화하여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AI시대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 대한 답은 앞으로도 계속 찾아가는 여정이 되겠지만, 도담이가 살아갈 세상에서 필요한 건 어쩌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