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의 크기만큼 자라날 너에게

2026년 3월 8일(일)

할머니의 장례식 날, 왕할머니 예쁘게 가시라며 맑게 노래하던 조그만 아이.

그 모습을 본 지인분의 권유로 우연히 동요 선생님과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노래하러 가는 길을 마냥 행복해하던 아윤이는 세 번째 수업 무렵, 무대에 서보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회를 앞둔 첫 주, 나는 그저 아이가 음악을 즐기기만 바랐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만으로는 가사를 외우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노래하다 몸을 비비 꼬거나 갑자기 발레 동작을 하는 등 아이의 행동은 어수선해 보였다.

이대로 무대에 올랐다간 아이가 가사를 잊고 패닉에 빠지지는 않을까, 그토록 원하던 무대가 두려움으로 남지는 않을까 덜컥 겁이 났다.


결국 매일 세 번의 연습이 시작되었다.

처음 이틀은 노래를 잘하는데 연습을 왜 하냐며 뾰로통하던 아이는, 반주에 맞춰 함께 화음을 넣어주자

"엄마랑 같이 부르니 우리 너무 아름답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날부터 2주간, 아윤이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에 매달렸다.


대회 당일 아침, 체온계는 38.7도를 가리켰다.

오늘은 쉬는 게 좋겠다고 조심스레 달래 보았지만, 아이는 해열제를 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약 기운에 열은 조금 내렸지만, 잔뜩 쉰 목소리는 갈라져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조그만 손으로 선생님을 의지해 오른 첫 무대.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을까.

반주가 흐르고 노래가 시작되었지만 예상대로 음은 올라가지 않았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목소리에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윤이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다행히 중간부터는 조금씩 목이 트였지만, 무대를 내려온 아이는 종일 풀이 죽어 있었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아이는 웃긴 이야기나 고양이 쿤이의 장난에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금세 다시 생각에 잠기곤 했다. 아마 저 작은 마음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다투고 있지 않았을까.


저녁 무렵, 유치부 3위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7세 언니들을 제외하면 6세 중에서는 단연 1위였다. 상을 받았다는 소식에도 아윤이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했던 시간들,

아픈 몸을 이끌고 기어코 무대에 올랐던 일,

끝까지 웃으며 노래했던 사실들은 아이에게 큰 의미가 없는 모양이다.

오직 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속상함.

한참을 꾹꾹 눌러 담던 감정은 결국 세상이 떠나가라 우는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어린아이에게 괜한 시련을 안겨준 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살아가며 겪어내야 할 크고 작은 좌절이겠지만,

그 과정을 잠자코 지켜보는 일은 나에게 생각보다 더 많은 인내를 요구했다.


오늘은 혼자 만화를 보며 밥을 먹고 싶다는 아이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식탁에 마주 않은 나와 남편은 멀찌감치 떨어진 아윤이의 책상 쪽으로 들리게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대화했다.


"오늘 아윤이가 어떤 아이인지 확실히 알았어. 정말 멋있고, 대단해.

내 딸이지만 존경스러울 정도야. 아윤이는 앞으로 뭐가 돼도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