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나는 6개월 정도 집에서 무기력하게 천장만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육아도 싫고 그냥 나 자신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부터 해서 온갖 나쁜 생각들만 머릿속에 가득 들어있었다.
그러다 인생이 재미없는데 꼭 살아야 해? 허무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 내 정신이 지금 심각한 상황이구나. 이렇게 해서 아무 일 없이 우울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는구나" 나에게는 가족이 있는데 지금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됨을 깨닫고 그때부터 어렸을 때 믿던 하느님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약해진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댄스학원 취미반도 등록했다. 그 당시만 해도 헬스는 남자들이 많이 있었고 요가는 이미 배운 터라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댄스 라이프는 거의 2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허리디스크도 있고 워낙 몸치라 잘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선생님과 좋은 언니들이 있어서 우리끼리 댄스 발표회도 하며 신나게 오전을 보냈다. 그때 나보다 10살 많은 언니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나에게는 아주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 예약한 반찬 찾으러 왔어요" 하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손님! 눈을 보는 순간 바로 알아차렸다. 10년 전 스트레칭을 하다가 허벅지 근육이 다쳐 아픔에도 불구하고 늘 나와서 살살 뛰던 눈이 예쁜 언니! 실상은 우리 가게에 들어오려 한 것이 아니고 옆집 반찬가게에 예약해놓고 실수로 우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언니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니는 그대로였지만 나는 10 년 전과 비교해서 딱 9킬로가 찐 상태니 어찌 알아보겠는가(이거 울어야 할 타이밍 맞지?) 그러다 내가 댄스학원 이름을 이야기하며 언니가 기억해 냈다. 그리고는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다시 연락을 했는데 언니가 너 과거 사진이라며 우리 댄스 발표할 때의 사진을 보내주었다.
언니는 지금도 꾸준하게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때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었고 그 댄스학원이 없어져서 줌바를 시작했는데 벌써 5년 차란다. 그래서 그런가 10년 전 그대로의 체형 그대로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근황을 묻고 언니는 나에게 줌바 5주년 기념 답례품을 주문했다.
예쁘게 만들어 배송을 하려 했으나 언니가 와서 놀다 가라는 말에 얼떨결에 줌바 5주년 행사에 참여했다.
언니와 사진도 찍고 오랜만에 줌바를 통한 댄스를 시작했는데 아.. 왜 이리 못 추는지 ㅎㅎ 그래도 언니와 함께 열심히 흔들다 보니 땀도 많이 나고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다시는 못 볼지 알았는데 같은 울산에 살고 있으니 이렇게 보는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문득 예전에는 친했지만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여러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가끔이라도 나를 생각할까? 얼굴은 많이 변했을까? 그리고 나와 좋지 않았던 사람들은 나를 만나면 과연 인사를 할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렇게 만날 사람들은 어디서든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도 인간관계를 하는 데 있어서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행동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이렇게 가게를 하면서 하나씩 깨닫는 것이 많아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