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가게에서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요즘은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진 것 같다. 직무자체도 그렇다. 한 때 나도 한번 아메리카노로 매출 크게 내보자 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교육 쪽으로 방향을 잡았더니 제조업무보다는 교육업무가 훨씬 더 많아져버렸다.
이제 코로나도 끝나서 학교나 관공서쪽의 교육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도 연락이 오는데 내가 욕심을 많이 부린 것 같다. 6살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짐을 들고 다니는 출강까지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많이 왔나 보다. 감기몸살 + 성대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 후두염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목이 어느 정도 쉰 상태로 허스키하지만 목소리는 나왔다. 그러나 3일 뒤.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고 말을 하려 하면 목이 따갑고 기침이 심각하게 나면서 아예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당장 다음날이 언양에 있는 중학교까지 출강을 가야 하는데 말이다. 하루 만에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하루 종일 꿀물에 도라지, 생강 계속 타서 먹어보고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꾸준히 먹었다.
출강 당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주 잠깐 출강을 미뤄야 하나? 고민을 했으나 이런 출강 같은 경우는 이미 강의장이라던가 강의받는 사람들의 시간을 다 빼논상태라 미룰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에는 강의를 하면서 하려 했던 말들을 다 타이핑을 치기 시작했다.
오늘의 수업은 다행히 수제청을 만드는 실습이 주가 되니 이론적인 것은 많이 할 것이 없다. 그리고 학생이 아닌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것이라 좀 안심이 되었다. (아무래도 학생들 수업을 하게 되면 집중시키기 위해서 목소리가 평소의 2~3배는 커진다.)
오늘 출강장소는 학교라 조리실이 있어서 참 좋다. 가끔 기업출강을 가면 조리실이 아닌 일반 강의실이라 탕비실에서 도구들을 씻어야 할 때도 있는데 이곳은 바로바로 씻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거기에 인덕션까지 구비되어 있어서 다음에 크림치즈 수업을 하게 되더라도 내가 따로 안 챙겨 와도 된다.
이쯤 되면 내가 학교 다닐 때가 생각난다. 이런 좋은 시설은 없었는데 언제 이렇게 생긴 거지? 이래서 라때는 라때는 하는가 보다 하며 재빠르게 짐을 옮기는데 아뿔싸! 오늘 끌차를 안 가지고 왔구나.
짐을 옮길 때 끌차가 필수인데... 다행히도 오늘 엄마아빠가 같이 오셔서 짐을 수월하게 옮겼다. 이제 인원수에 맞게 세팅을 하는데 아무리 챙긴다고 해도 꼭 빠트리는 것이 있다. 분명 앞치마를 8개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하나가 모자랐다. 내 가게에서는 늘 여분이 많으니 상관이 없는데 출강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니 나서기 전 준비물체크를 꼭 해야 한다. 초창기 때는 제일 중요한 칼을 안 가지고 와서 근처 마트에서 사기도 했으니... 이제 이런 큰 실수는 안 하는데 꼭 사소한 거에서 하나씩 빠트리는 거 보면 아직 나는 출강의 달인까지는 아닌가 보다 ㅎㅎㅎ
이제 본격적인 수업시간. 2시간 안에 모든 것을 끝내고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해야 한다. 출강의 원칙 중 하나 강의시간은 주어진 시간보다 약간 짧은 것은 좋다. 그러나 길면 안 된다. 나도 교육이다 뭐다 많이 들어봤는데 일단 생각했던 시간보다 길어지면 그 교육은 아무리 잘 받아도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점을 유념하고 수업을 진행해 본다.
내 목소리에 다들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목소리가 쉬다 못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셨으면 목이 다 나갔어요?" 라며 이해해 주고 "우리가 알아서 잘할게요. 학습부진아가 생겨도 저희가 잘 챙겨서 해보겠습니다." 하며 거들어주었다. 그리고 실습을 할 때 역시 어른은 어른이구나 할 정도로 재빠르게 진도를 잘 따라와 주었다.
수업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왔는데 목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었기에 기침과 목아픔이 두 배가 돼버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일을 해서 뿌듯했는데 몸이 아파 그런가 나도 모르게 서글퍼졌다. 그 와중에 6살 딸이 "엄마 감기 걸려서 목 아파? 내가 말 잘 들게"라고 해서 혼자 울컥해 버렸다.
제조업이든 교육업이든 내 몸이 고장 나면 스톱이 돼버리는 것. 정말 힘들다. 그래서 다들 디지털노마드를 한다고 난리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