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Nov 04. 2023

<오로라 이엘로>, 독립출판으로 낸 두 번째 책의 이름

짧고도 긴, 두 번째 책 제작일지

독립출판, 두 번째 책의 기록, <오로라 이엘로> 작업일지



<오로라 이엘로>. 독립출판으로 낸 두 번째 책의 이름.      


책을 제작할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이번 책은 이렇게 만들었다고 적어야지. 저런 말은 꼭 쓸 테다. 라며. 책을 만드는 건지, 셀프인터뷰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이런저런 말들을 모아 두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완성하고 나니 다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휘발되어 버렸다. 대신, 기억이 남았다. 현실의 고단함을 애써 날리기 위한 화려한 수사적 표현들이 아닌, 실제의 기억. 결국 난 부연하는 감정과 상념들을 날려 버리고, 두 번째 책을 만들며 내가 정말 무엇을 했는지만을 기록하기로 했다.     


아래는 그런 다짐에서 만들어진, 내 두 번째 책. <오로라 이엘로>와 함께한 짧은 회고록이다.      



<오로라 이엘로>, 책의 앞, 뒷면



1. 기쁨의 탈고     


책의 초고는 올해 3월에 이미 완성했었다. 3월은 첫 번째 책이 한창 판매 중일 때라서, 첫 번째 책에 집중하고자 잠시 원고를 접어 두었었다. (당시 영상을 막 찍고 편집하기 시작하던 때라 정신이 오만 개로 분산되어 있었다.) 그리고 7월에 원고를 다시 펼쳐 보았을 때, 난 할 수만 있다면 컴퓨터 화면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었다. (아니면 내 머리통을 처박거나.) 세상에나, 내가 글을 이렇게까지 못 쓰다니. 원래도 대단하지 않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였다니.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원고를 처음부터 갈아엎었다. 계획대로였다면 7월에 이 원고로 책을 냈어야 할 테지만, 이런 원고로는 초등학교 학급 문집에도 내기 어렵다는 부끄러움이 앞서서 모든 걸 뒤로 미뤘다. 그렇게 수없는 퇴고가 이어졌다. 8월, 9월. 영상을 촬영하고 제작하는 틈틈이 난 이야기를 다시 썼다. 이야기의 주요 골조와 인물, 약간의 결말 부분만 남겨놓고 전부 새로 썼다. 거짓말 안 치고 300시간 가까이 퇴고에 투자했을 것이다. 엄청난 대공사이자 리모델링이었다.      


다음 책은 처음부터 똑바로 쓸 거다. 퇴고만 300시간 하는 건 정말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오로라 이엘로>. 책의 표지와 내지의 히든 카드(부록)



2. AI와 협업한 디자인     


원고에서 대충격을 받았던지라, 표지는 처음부터 칼을 갈고 만들었다. (처음부터 똑바로 한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한 후라서...) 하지만 단순히 원고 때문만은 아니었다. 표지는 처음부터 숙원 사업이었다. 저번 책에서부터 가장 아쉬웠던 것이 표지였다.      


첫 번째 책이 판매 시작된 이래, 난 내 책이 입고된 책방들을 순방하며, 다른 책 곁에 있는 내 책에게 매번 사과만 하고 다녔다. 이렇게 예쁜 책들 사이에 네가 있구나. 내가 널 조금 더 어여쁜 모습으로 만들어 주었다면, 넌 지금보다 더 빛났겠지, 하면서. 하지만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책이 들을까 봐서. (검은 소 누렁 소도 귀가 있는데, 책이라고 없다고 넘겨짚지 마시라. 사물한테 과몰입한다고?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적은 말을 철회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내 책은 분명 더 나아질 수 있었다.      


원래도 미술에 엄청난 소질이 있었던 건 아니었던지라, 표지를 그나마 ‘괜찮은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끌어모아야 했다. 핀터레스트(Pinterest)와 인스타그램을 뒤지며 책 표지 디자인을 무수히 찾아보았고, 자다가도 좋은 생각이 들면 벌떡 일어나서 곁에 놓인 공책에 그림을 휘갈겨 놓았다. 그렇게 표지 구성을 잡고 난 후에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는 건 AI에게 맡겼다. (Adobe Photoshop에 내장된 AI와 Dall.E를 병행해 사용했다.) 하지만 AI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일부뿐이었다. 내가 명령어를 제대로 입력하지 못한 건지, 나랑 작업했던 AI가 눈치가 좀 없는 친구였던 건지, AI로는 생각보다 원하는 이미지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력된 이미지들은 너무 공장에서 찍어낸 것같이 밋밋하고 매력 없었다.   

  

결국 뽑은 이미지 중 일부분(여자와 달)만 살리고, 별밤 배경 사진 한 장만 남겨놓은 채 전부 삭제해 버렸다. 이렇게 남은 이미지를 놓고서 디자인을 처음부터 새로 했다. 어차피 구체적인 형상 몇 개를 남겨놓고는 선만 긋고 색깔만 입히면 되는지라 엄청난 금손을 요하지는 않았다. (그마저도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결국 표지는 그렇게 AI 반, 나 반의 노동력으로 완성되었다.     



<오로라 이엘로>, 책의 한정판 부록. 히든 카드



3. 인쇄, 생각보다 괜찮았던     


다음은 인쇄. 다시 저번 책 이야기를 해야겠다. 저번 책을 만들던 시절, 난 인쇄 단계에서 꽤나 골머리를 썩혔다. 컴퓨터에서 작업한 표지의 색상과 인쇄소에서 작업하겠다고 보내왔던 이미지가 상당히 달랐기 때문. 몇 번이나 수정을 요청했고, 전화까지 걸어 왜 이렇게까지 색깔의 차이가 있느냐며 물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인쇄소는 오히려 원본과 작업본 색깔이 비슷하다 말했다. 거짓은 아니었다. 색은 비슷한 수준이긴 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생동감이 있고 없는, 그런 약간의 차이. 디자인과 인쇄를 한 번이라도 해 본 분이라면 내 말이 무엇인지를 알 거다. 색깔은 아주 약간의 변화로도 많은 차이를 초래한다.)

    

거듭된 반려와 수정 끝에, 결국 난 모든 걸 포기한 채 첫 번째 책을 인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내 컴퓨터가 이상하거나, 그들의 컴퓨터가 이상하거나, 혹은 ‘인쇄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체념했었다. 하지만 그 후에 몇 권의 책을 탐독한 결과, 난 원인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컴퓨터가 아니었다, 작업자인 ‘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무지’였다.      


인쇄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할 때에는, 프로그램을 ‘인쇄에 맞는 설정’으로 놓고 작업해야 한다. RGB를 CMYK로 바꾸는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인쇄용으로 제작할 때는 그보다 더 구체적인 설정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내가 봤던 한 권의 책을 언급하려 한다. 어차피 내가 뭘 적든 이 책을 그대로 베낀 것이기 때문에, 주저리주저리 적기보다 책 한 권을 내놓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 디자이너를 위한 인쇄색상 매칭 실무가이드 vol.1 & vo.2 >
(윤고선 지음, 채움북스)     

제대로 된 색상 인쇄를 위해 여러 권의 책을 봤지만, 표지를 제작할 때 가장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인쇄를 위한 구체적인 설정 방법은 물론이고, 인쇄에 대한 잘못된 상식, 모니터의 색상 값 설정 방법, 인쇄색상 확인법, 감리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등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인쇄 결과를 용지별로 엮어두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용하다.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 좀 있다는 건데, 인쇄 관련 전문 지식이 갈급하다면 지불할 만한 비용이다. 특히나 주변에 물을 데가 하나도 없는 나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면, 돈을 써서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보다 이 책을 사는 편이 더 낫다.

           

정말 좋은 내용의 책이라 전체를 보길 추천한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우니, 책에서 내게 가장 유익했던 두 가지 부분을 간단히 언급하겠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Adobe 프로그램(photoshop, illustrator 등) 기준의 설명이다.)     


1) CMYK 설정이라고 다 같은 CMYK가 아니다. CMYK는 인쇄용지에 따라 CMYK가 coated, uncoated, newspaper 등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인쇄 종이에 맞추어 설정값을 변경해 작업해야 한다.     


2) 국내에서 상업 인쇄를 하려면 세팅 값을 Japan Prepress 2로 해 놓고 작업하는 게 좋다. 국가별로 인쇄기의 유형이 달라서 Adobe의 기본값만을 기준으로 작업한다면, 국내 인쇄 시에 낭패를 보기 쉽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기기와 거의 유사한 일본 기기를 설정값으로 두어야 나중에 인쇄할 때 문제가 없다.      


저번 책을 인쇄할 때 표지가 엉망진창이었던 이유는 내가 이 설정값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내 맘대로 작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쇄 관련 정보를 공부하며,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되었고, 다행히 이번 책은 큰 문제나 난리 없이 인쇄를 마쳤다.      


아, 그리고 시험 인쇄본(가제본)을 제작하고 검수하는 과정도 있는데, 그건 영상에 잘 담아 놓았으니 혹시 궁금한 분이 있다면 영상을 확인하시라. (별 얘기는 없다. 그냥 가제본이랑 인쇄물들 보면서 세상 어여쁘다며 주접떠는 누군가가 있을 뿐. 내 창작물을 가장 사랑하는 건 아마 나일 거다.)          



<오로라 이엘로>, 책의 한정판 부록. 히든 카드



4. 부록 작업, 그리고 노동. 노동. 노동. 아, 노동.     


부록. 이번 책을 만들면서 꼭 덧붙이고자 했던 항목이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하고, 책방을 순회하며 난 독립출판물이 얼마나 자유로운 장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출판’이라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책들은 저마다의 특색 있는 포인트들을 하나씩 갖추고 있었다. 그 사실에 적잖은 깨달음을 얻었던 나는, 두 번째 책에는 반드시 ‘내 책만의’ 무언가를 넣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 ‘히든카드’다. 히든카드는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종의 ‘마음 부적’이다. 그래서 카드 안에도 그림과 함께 책의 ‘숨겨진 제목’과 핵심 메시지, 그리고 잔잔한 위안의 말을 담았다. 카드의 말들은 독자에게 보내는 나의 편지이자, 책의 주인공 ‘피페’의 편지다. 실제로 처음에는 한 장의 편지를 쓸까 했다. 하지만 편지로 쓰면 말만 길어질 게 뻔하고, 휴대성을 고려하다 보니 결국 카드 형태로 제작하게 되었다. 부적처럼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아무래도 독자 입장에서 더 유용할 것 같아서였다.  

    

책을 읽고, 그 안에 메시지가 마음에 드신 분들. 혹은 그게 아니더라도 종종 울적하고 답답한 순간을 마주하는 분들이 카드를 보며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작은 카드 속 짧은 말뿐이고, ‘읽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는 카드라 아주 오래 유효한 효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팍팍한 삶에서 벗어날 한 줄기 환풍구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래서 부록은 이렇고. 이제 ‘노동’은 어딨냐고? 영상 안에 있다. 부록 작업은 내 생각보다 더 녹록치 않은 과정이었다. 단순히 카드를 봉투에 담아 책 뒷면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책이 한두 권 정도였을 때 ‘단순한’ 것이었다. 카드를 붙일 ‘책’의 단위가 수십 권이 넘어가면서부터 부록 작업은 ‘부록 노동’이 되어 버렸다. 카드를 책에 부착하는 작업을 하며, 난 부록을 한정 수량만 제작하기로 했던 과거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그냥 ‘부록’이 아닌 ‘한정판 부록’으로 하길 얼마나 잘했는지. 책을 입고할 때마다 이 ‘부록 노동’을 해야 했다면, 난 통탄의 눈물을 머금고 책을 절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록 노동은 이미 지난 일이고, 끝난 일에 대해서는 잘 궁시렁거리지 않는 나인지라. 현장감 넘치는 궁시렁이 궁금하다면 위에 있는 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글로 쓰려니 아무래도 생동감이 없어 안 되겠다.   

   


<오로라 이엘로>, 책의 한정판 부록. 히든 카드



이렇게 두 번째 책, <오로라 이엘로>에 대한 기록을 마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반년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책을 제작하는 건 언제나 다사다난한 굴곡과 뿌듯함이 공존한다. 이번 작업이 딱 그랬고, 아마 앞으로도 그건 변치 않을 듯하다.     


그리고 남은 건 판매.

<오로라 이엘로>는 현재 알라딘(온라인)과 영풍문고(2023년 11월 한 달간), 그리고 인디펍 온라인 서점과 인디펍을 통해 유통된 동네 책방에서 판매 중이다.      


<오로라 이엘로>의 가장 대중적인 구매처, 알라딘


영푼문고에서도 구매 가능 (2023년 11월 한 달간)


혹시 책방을 운영하는 독자라면, 인디펍 구매 추천


느닷없이 책 구매처는 왜 달았냐고? 에이, 알면서. 판매는 책 제작만큼이나 작가에게 꽤 중요한 일이다. 그러니 은근슬쩍 링크 한 번 달아 봤다. (한 번 들러주십쇼. 꾸벅.)      


혹시 구매는 딱히 생각이 없는데, 책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추천한다. 현재 브런치에 책 전반부 내용을 공개 중이다. 책 찍먹하기 딱 좋은 체험판이니 궁금한 분은 한 번 들러주세요. (제발요.)     


<오로라 이엘로> 미리보기



앞으로 당분간은 여러 질문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닐 것 같다.      


이번 책은 어떤 독자를 만나게 될까, 어떤 책방에 입고될까.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하고, 사람과 장소를 마주하게 할까.     


부디 또 한 번의 재미난 세상이 펼쳐지기를.

:)           



신간 <오로라 이엘로>, 많이 사랑해 주세요 ♡   






 소설 < 오로라 이엘로 >


 “행복의 제물, 우리는 모두 행복의 제물이에요”


 가까운 미래, 행복마저 상품이 되어 버린 시대. 행복과 특별함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가장 평범한 노동자 피페의 이야기.


 꿈으로 행복을 만드는 오로라 제작소. 피페는 지난 10년간 그곳의 성실한 제작자였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교체되고, ‘그’마저 사라졌지만, 그녀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녀를 지탱하는 힘은 하나였다. 특별하고도 평범한 성공의 꿈. 평생 그 꿈이 온당하다 믿었다. 어느 날, 삶에 한 질문이 날아들어 모든 걸 뒤흔들기 전까지.






그달 모나 Monah thedal


링크트리 : https://linktr.ee/monah_thedal

모나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monah_thedal

모나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monah_thedal/

모나 브런치 : https://brunch.co.kr/@monah-thedal#works

모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monah_theda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