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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May 04. 2024

하루살이 책방지기의 일일 책방

세상의 모든 부자를 위한 책방, ‘부자 책방’

하루살이 책방지기의 일일 책방, 세상의 모든 부자를 위한 책방, ‘부자 책방’


오늘의 서점

세상의 모든 부자를 위한 책방, ‘부자 책방’     


책방 3(+1)줄 요약

1. ‘생각 부자’들의 이야기가 모여있는 곳
  : 에세이, 매거진, 독립출판물이 주류인 서점이다. ‘생각 부자가 진짜 부자다!’를 외치는 서점인 만큼, 한 권의 책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켜켜이 녹아 있다.

2. 빛과 어둠이 시시각각으로 아름다운 곳
  : 사방에서 해가 밀려드는 서점이다. 큰 창문과 테라스가 있어 채광이 끝내준다. 해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분위기를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된다.

3. ‘책방지기’라는 업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곳 & 주택을 나 홀로 이용할 수 있는 ‘독채 책방’
  : 구옥을 개조해 만든 책방이라 독채 2층이 전부 책방 공간이다. 공유 책방이라 예약 서비스를 이용하면 독채 책방을 홀로(혹은 한 팀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예약 옵션에 따라서 북케이션(책과 함께하는 휴가, book+vacation)부터 일일 책방지기까지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

4. 소설 <오로라 이엘로>가 있는 서점
  : 부자 책방에는 소설 <오로라 이엘로>가 있다! <오로라 이엘로>가 궁금하다면 부자 책방을 방문해 보시길!     

  


오늘의 책방은 세상의 모든 부자를 위한 책방, ‘부자 책방’이다.      


책을 내고 책방을 다니다 보면, 우연과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생각지도 못하게 마주한 일들은 일상의 작은 파동이 되어, 알지 못했던 세상을 일깨운다. 그렇게 파동을 견디고 나면, 나의 세계는 또 한 뼘 넓어져 있다.   

  

오늘 방문할 책방은 그런 일깨움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부자 책방에 가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내 책, <오로라 이엘로>가 입고된 서점이기 때문이다. 내 책이 있는 서점은 곧 죽어도 가 봐야 하는 성격이라, 이번에도 책방에 방문해도 괜찮겠냐고 연락을 드렸다. 보통 그런 질문을 드리면 그렇다, 아니다, 혹은 무응답 등의 대답이 돌아오는데, 이번 서점에서는 좀 색다른 답이 돌아왔다.     


“일일 책방지기를 해 보는 게 어떠세요? 오전에는 북케이션, 오후에는 책방지기를 하는 거예요.”     


하루 동안 책방지기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역제안’. 듣자마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설레서가 아니었다. 두려워서였다. 작년부터 작은 책방들을 꾸준히 다니고는 있지만, 사실 이 여행의 종착지가 ‘내 서점’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책방이 좋아서 다녔을 뿐, 서점 창업은 늘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나는 남의 가게를 대신 봐준 경험이 없을 정도로 가게와는 무관한 사람이다. 포스기 건너편에는 많이 서 봤어도, 포스기 앞에는 있어 본 적 없는, 그런 철저한 소비자.      


그래서 두려웠다. 책방지기는 나에게 한없이 낯선 어려움이었다.      



한참을 고민하고, 방 안을 서성이다, 결국 답변을 보냈다.     


“한번 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자신은 없지만)”     


망설여지는 기회를 뿌리치면, 결국 후회만 남는다는 걸 알기에 일단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내적 갈등은 책방에 다다르는 순간까지도 계속되었다. ‘오늘 하루 괜찮을까?’, ‘혹시라도 손님을 마주하면 무엇을 해야 하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하염없이 맴돌았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와 글을 쓰고 있다는 건, 결국 하루를 살아내었다는 것. 지금부터는 그날의 이야기와 함께 그날 있었던 책방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생각 부자들의 이야기가 모여있는 곳     


‘부자 책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곳은 1978년에 지어진 구옥을 개조해 만든 책방이다. 책방의 인테리어는 대부분 책방지기님께서 손수 공사한 것인데, 그 절절한 과정과 사연은 책방지기님의 블로그와 유튜브에도 기록되어 있다. 45년이 넘은 건물을 홀로 철거하고 책방으로 탈바꿈시키는 희망찬 집념과 애정은 책방의 이름과 캐치프레이즈에서도 드러난다.      


‘부자 책방’. 언뜻 보면 경제 서적만을 잔뜩 갖추어 놓고 팔 것 같은 이름이지만, 사실 부자 책방의 이름에는 숨은 뜻이 있다. 부자 책방의 ‘부자’는 물질적인 부자보다는 ‘생각’ 부자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그래서 부자 책방을 설명하는 캐치프레이즈 또한 ‘생각 부자가 진짜 부자’다. 결국 내실을 채우는 이가 진정한 부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말, 책방은 자신의 지향점을 그렇게 한 줄의 말로 간결하고도 정확하게 표현한다.      



생각 부자를 지향하는 책방인 만큼, 책방의 책들에는 ‘누군가의 생각’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부자 책방의 특징 중 하나는 ‘에세이’가 많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소설처럼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다루는 책들이 많다. 유명 작가라도 예외는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 시리즈가, 사노 요코의 동화책보다는 삶과 죽음을 논하는 산문집이 책장에 자리하고 있다.     


독립출판물 또한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부자책방에는 독립출판 책들이 거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독립출판으로 발간한 책들이 많다. 독립출판 책의 장르 또한 여타 책들처럼 여행기, 수기, 수필이 대부분이었으며 사진집이나 만화책, 소설 등의 장르는 비교적 적었다.      


그래서 신기했다. 소설이 장르인 내 책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오로라 이엘로>는 그렇게, 두어 권의 다른 이야기책과 함께 공간을 희귀한 색으로 채우고 있었다.      



빛과 어둠이 시시각각으로 아름다운 곳      


부자 책방에는 독특한 별칭이 있는데, 바로 ‘독채 책방’이다. 독채 책방은 책방의 공간 예약 시스템 ‘북케이션(bookcation = book+vacation)’에서 비롯된 말로, 문자 그대로 독채를 나 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책방이라는 뜻이다.      


부자 책방의 북케이션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손님의 입장으로 책방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전형적인 ‘북케이션’이고, 다른 하나는 북케이션과 일일 책방지기가 결합된 형태로 오전에는 북케이션, 오후에는 일일 책방지기가 되어 보는 것이다.      



‘책방지기의 업’을 경험해 보는 것은 말 그대로 ‘돈 내고 하는 알바’지만, 이 경험을 하겠다는 수요는 생각 외로 존재한다. 나만의 책방을 꿈꾸는 이든 그렇지 않은 이든, 책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한가로이 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날로그적인 로망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책방 소유에 대한 로망은 없지만, 책이 있는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에는 어떠한 거부감도 없는 나는, 얼떨결에 아날로그적인 로망을 꿈꾸는 그룹의 일원이 되어 책방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책방지기님의 권유로 시작한 일일 책방지기였지만, 하루 동안 책방을 지키며, 나는 낯설게만 보였던 타인의 로망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아마 그날의 날씨가 티 없이 맑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부자 책방은 사방에서 해가 밀려드는 곳이다. 서향으로 크게 통창이 나 있어서 해가 좋은 날에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해가 한 시도 끊이질 않고 공간에 스며들어,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특히나 풍성한 식물 사이로 드리워지는 빛이 책 위로 산산이 흩어지는 장면은,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토록 해를 듬뿍 머금은 공간은 참으로 오랜만인지라, 나는 하루종일 공간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래서 나는 책방지기의 업무를 수행하는 틈틈이 해를 따라다녔다. 카메라를 들고 빛의 꽁무니만 쫓아다녔고, 점심도 해가 잘 드는 책상에 앉아 먹었으며, 볕 좋은 베란다에 나가 해를 쬐며 책을 읽기도 했다.      


그토록 따사로운 햇볕 아래서 한없이 여유를 부리려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느긋하게 책을 읽고 빵을 우물거리면서 나는 문득 책방지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이게 책방의 일상이라면, 책방지기의 하루라면, 까짓것 해 볼 만도 할 것 같았다.      



책방지기라는 업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곳     


어떠한 업을 체험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장점을 재확인하는 한편,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일일 책방지기를 했던 그 날의 내가 그랬다. 하루종일(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홀로 책방을 지키며, 자연스레 책방지기라는 업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선, 그날 했던 업무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책방지기의 하루는 책방의 불을 켜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부자 책방에서는 대문 옆에 있는 작은 진열 쇼 케이스의 불을 끄고, 책방 곳곳의 방의 불을 켜는 것부터였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 책방을 단단히 감싸고 있던 대문을 열고, 책방의 하루가 시작했다는 ‘We are open!’이라고 적힌 팻말을 내건다. 다시 책방으로 들어와 커다란 벽을 향해 따뜻한 영상을 골라 틀고, 취향에 맞는 LP를 재생하면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끝이다.     


제법 간단한 일이었다. 빔프로젝터 리모컨을 찾지 못해 약간 헤매긴 했지만, 모든 일이 10-15분 내로 마무리되었다. 책방의 시작은 걱정했던 것만큼 두렵지도, 기대했던 것만큼 복잡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책방 문을 연 후에는 위에 적은 대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했다. 해를 쫓아다니면서 책방에서 부릴 수 있는 온갖 여유와 오지랖을 잔뜩 부린 후, 문득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고찰은 아마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급한 업무와 나른한 휴식이 모두 지나간 후, 아무 일도 없고 아무 욕망도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나는 마침내 책방지기라는 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하루 절반이 지나가는 동안 아무도 책방에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책방지기 임무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었던 터라, 일부러 평일, 가장 한가하다는 요일에 책방에 방문했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책방지기로 있던 날, 책방에는 손님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책방을 대충 둘러보고 돌아서는, 그 흔한 뜨내기 손님조차 방문하지 않았었다. 손님이 오는 걸 내심 반기지는 않았지만, 한 명도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해 보지 못한 터라 시간이 지날수록 내심 초조해졌다.     



오후 4시에서 5시,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시간이 흐를수록 문밖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골목의 발자국 소리에도 귀를 세우고 집중했다. ‘혹시 책방에 들어오려는 손님이었나?’라는 착각은 빈번하게 일어났고, ‘문을 여는 방법을 몰라서 못 들어오는 거 아니야?’라고 자문하며 괜히 책방 문이 있는 1층까지 내려가 여닫아 보기도 했다.      


평온한 고요로만 느껴졌던 감각은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은근한 고독으로 변해갔다. 창밖으로 밀려들던 해가 사라질 즈음에는 처음의 두려운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왠지 모를 아쉬움이 피어났다. 애끓는 절절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책방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쌉싸름함이었다.     



결국 그날 나는 책방의 유일한 손님이 되었다. 마감 직전, 한참 전에 골라 두었던 한 권의 책을 골라와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넣고 결제하며, 나는 책방지기로서의 마지막 소임을 다했다. 그토록 걱정했던 카드단말기는 우스울 정도로 사용법이 어렵지 않았고, 기계는 채 몇 초도 되지 않아 영수증을 뱉어냈다. 기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영수증을 뜯으며 머릿속은 여러 생각들로 복잡했다.     


“책방지기란 평안과 파란을 넘나드는 직업이구나.”     


그날 혼자 소란하게 주고받았던 내면의 대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대략 이러하다. 그날에서야 비로소 나는 여태까지 보고 듣고, 읽었던 책방지기님들의 말과 글이 이해되었다. 책방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 왠지 모를 불안에 시달린다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잠깐이나마 체험해 본 책방지기의 삶은, 의외로 휘몰아치는 파도와 같았다.     



물론, 단 몇 시간 경험하고서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게 도의에 어긋난 것임은 알고 있다. 내가 미약하게나마 느꼈던 건 책방지기가 겪는 수만 가지의 어려움 중 극히 일부의 일부이기에, 괜히 넘겨짚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날을 겪으며 선명하게 깨달은 것은 하나 있다. 여태껏 만났던 책방지기님들이 전부 강인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내적으로 단단하고 굳건한 이들이었다는 것. 고요와 고독을 넘나들면서도, 쉽게 굴하지 않고 매일 성실하고 꾸준하게 책방을 지켜나가는 분들이었다는 것. 그 하나를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방에서의 시간은 유의미했다.      



소설 <오로라 이엘로>가 있는 서점     


아, 마지막으로. 부자 책방에는 소설 <오로라 이엘로>가 있다. 에세이가 주류인 서점에 소설인 내 책이 있다는 사실은, 꽤 신기했다. 책방에서 내 책을 발견할 때마다 매번 새롭긴 하지만, 이번 책방에서의 재회는 유독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렇다. 그뿐이다. 이미 지난 글에서 내 책에 대해 한동안 떠들었으니, 이번 글에서는 내 책의 소재만 간단히 밝히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아, 혹시 책이 궁금한 분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부자 책방’을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책방에 입고된 책 중에는 이미 팔린 책도 있다고 하니, <오로라 이엘로>의 타율은 (저번 책방에 이어) 이번 책방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다. 또 한 번 대견하다 내 책!      



부자 책방을 권하고픈 사람

1. 다양한 에세이와 독립출판물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
  : 소설(및 문학)은 적고, 에세이(여행기, 수기 등)가 많은 서점이다. 서점의 책 절반 정도가 독립출판 서적이라고 해도 될 만큼, 독립출판 서적들도 많다
2. ‘세련된 따스함’의 감성으로 무장한 공간이 취향인 사람

  : 구옥의 인테리어와 잔잔히 흘러나오는 LP, 초록초록한 식물들이 어우러진 책방의 분위기는 묘하게 세련되었으면서도 어쩐지 따스하다
3. 책으로 가득한 ‘독채’를 나 홀로 차지하고서 책을 읽고 싶은 사람
  : 책방의 공간 예약 서비스 ‘북케이션’을 이용하면 세련되고 따스한 공간 전체를 나 홀로 마음껏 누릴 수 있다
4. 책방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 특히 일일 책방지기를 체험해 보고 싶다면 추천
  : 손님과 책방지기를 모두 체험해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 일일 책방지기 체험 매뉴얼도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일일 책방지기가 처음이어도 전혀 어렵지 않다
5. 광합성에 굶주린 사람
  : 맑은 날 책방의 채광은 정말 끝내준다. 특히 통창 앞의 책상과 테라스의 햇빛은 가히 최고!     



부자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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