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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Sep 07. 2024

좋아서 시작한 일이 짐처럼 느껴질 때

서점 촬영자의 즉흥적 서점 방문기

서점 촬영자의 즉흥적 서점 방문기, 서점 조각 영상 모음집


맨홀 커피


서점 촬영자 에세이 : 즉흥적으로 서점을 방문하기 시작하게 된 이유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 마음을 재촉할 때, 나는 좌절을 느낀다. 일이 안 풀리고, 관계가 틀어질 때보다 더 버거운 순간은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내가 더 이상 호응할 수 없을 때다. 가볍게 적어 놓았던 일정이 달력 한 칸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부담스러운 계획이 되고, 흥겨웠던 작업들이 골치 아픈 잔업처럼 느껴지며, 과거의 장단이 이제는 시끄러운 소음처럼 들릴 때, 나는 내가 어제와 다름을 느낀다.      


몇 달 전, 일상을 따라가기가 버겁게 느껴진 순간이 있었다. 아마도 겹겹이 몰아쳤던 악재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몇 년이 지나면, 악재보다는 ‘그래, 맞아. 그런 힘든 순간도 있었지.’라며 추억할 작은 에피소드 정도겠지만, 온몸으로 어떤 일을 겪는 그 순간에는 미미한 일이라도 감당하기 힘든 재난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특히나 악재를 덮을 만한 좋은 일이 도무지 생기지 않는다면, 스쳐 지나가는 나쁜 일들은 어느새 등 위로 올라타 한 사람을 서서히 짓누른다.      


그래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색다른 일을 기획하는 건 재밌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라, 어떻게든 빠져나가야겠다는 다짐이었다. 전에 해 보지 않던 일을 하게 되면, 어느새 일에 정신이 팔려 속 시끄러운 말들이 사라질 테고, 그러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들었던 마음도 사그라들 테니까. 내겐 분명 이전과는 다른 일이 필요했다.      


그렇게 계획한 일이 ‘즉흥적으로 서점 가기’였다. 이미 서점을 다니고 있고, 서점 영상도 만드는 사람이 생각해낸 일치고는 좀 뻔하고 진부했지만, ‘즉흥적’이라는 낱말이 붙으면서 전과 같은 일들은 전혀 다른 일로 다가왔다. 영상을 촬영하고 서점을 간다는 점에서는 전과 다를 것 없는 행동이었지만, 기존 촬영과 달리 장소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거나, 촬영 동선을 고민하거나 하는 등의 부가적인 일들이 사라지며 마음과 몸이 비교적 가벼워짐을 느꼈다. 일이 아닌 여가 생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의도적으로 ‘즉흥적’이라는 말을 ‘서점 가기’ 앞에 붙여버렸다. 점점 더 일처럼 느껴지는 일들의 무게감을 털어버리기 위해서. 서점 하나를 작정하고 찾아가는 것보다는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책이 있는 공간들을 대하고 싶어서.      


누군가의 눈에는 별반 다를 것 없는 차이겠지만, ‘즉흥’이라는 단어는 동태눈으로 일관하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어제와 같았던 오늘이 조금는 달라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 더 이상 마음을 채찍질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 그런 숨구멍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하다. 앞으로 발품이 좀 더 들고, 몸은 약간 더 고단하겠지만, 그래도 이 새로운 변화가 마음에 든다. 아무 계획 없이, 즉흥으로 찾아가는 책방들이 여러 악재에 시달렸던 마음을 보듬어 줄 것이므로. 그러니 당분간은 ‘즉흥’에 기대어 달리려 한다. 또 다른 변화가 절실해질 때까지, 또 한 번 작은 나쁜 일이 악재처럼 느껴지기 전까지, 천천히 걷고 때로는 빠르게 뛰며, 나아갈 것이다.      


사각사각 책방


영상 속 서점 간략 소개      


 1) 코뿔소책방    

 

  그림책과 아동 도서로 유명한 꿈틀 책방 2호점이다. 1호점에 이어 2호점에서도 아동 도서와 그림책을 다양하게 취급하며, 소설이나 인문, 예술 중심의 어른 책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림책 원화 전시도 종종 열리며,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 읽기 수업도 진행된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reambookshop.rhino     


 2) 사각사각책방      


  ‘사각사각’이라는 책방의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필사를 장기이자 특징으로 내세우는 필사 전문 서점이며, 정기적으로 필사 모임도 이루어지는 곳이다. 의왕시 교외에 있는 서점이라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녹음이 아름다우며, 서점의 높이 솟은 지붕과 목재 인테리어도 아름다움에 한 몫을 보탠다. 드넓은 발코니도 있어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밖에 앉아 책도 읽을 수 있으니, 한적한 주말이나 오후, 휴일에 방문해 오랜 시간 즐기기 좋은 듯하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agaksagak_books     

 

3) 맨홀커피


  휘황찬란한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영국 빈티지 감성의 북카페다. 입구부터 빈티지 액자와 소품들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서, 카페에 들어서는 길목부터 이국적인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듯한 두근거림을 준다. 카페 내부도 펍과 카페, 고급스러운 귀족 저택의 응접실을 적절히 섞어 놓은 모습이라서, 영국식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영국식 멋스러움에 환상과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반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단, 인테리어용 페이크 북이 진짜 책보다 더 많으며, 책 종류도 엄청나게 다양하지는 않으니, 북카페로 공간을 즐기고 싶다면 읽을 책을 미리 한 권쯤 챙겨가도록 하자.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anhole_coffee


코뿔소 책방




그달 모나 Monah the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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