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 자랑을 한다. 사람들의 부러움과 덕담을 듣게 되면 달뜬 기분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헤어져 오는 길이 쓰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잘난 사람이 수두룩한데 서푼짜리 자랑을 했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의 입장이 썩 유쾌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늘 후회한다.
친정 모친의 구순이라 거제 콘도에 다 모이기로 했다. 흩어져 사는 형제들은 길목인 가덕도 휴게소에서 만났다.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했다.
큰언니가 당신 아들 대목에서 얼마 전에 안마의자를 사 주더라고 했다. 비싼 거라 그런지 팔다리 아플 때 앉아있으면 너무 좋다고 했다. 나 또한 팔도 아프고 무릎까지 욱신거리고 안 아픈 데가 없다. 한의원에 치료받으러 갔다가 그 안마의자라는 델 앉아봤는데 찌뿌드드한 몸이 풀리며 개운했었는데. 부러웠다. 부러움이 샘을 동반할 때 얼른 마음을 다스린다. 그녀는 아들이 서울서 카페 차릴 때 큰돈을 보태줬으니까 아마도 아들이 여유가 있어서 사 줬겠지라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동생이 외국 과자와 외제 핸드크림을 나눠 준다. 웬 거냐고들 했다. 여행 다녀왔다고. 지난달에 아들이 환갑 선물로 튀르키예를 7박 8일로 보내주더라고 했다. 나도 ‘오스만 제국의 꿈’이라는 영화도 보고 ‘위대한 세기’도 보니 튀르키예라는 나라가 궁금하고 가 보고 싶었다.
애드벌룬을 타고 대자연을 눈 아래로 볼 때는 마치 큰 새가 된 듯 경이로웠다고 했다.
순간 내만 사는 게 왜 이리 빡빡한지 속상했다. 하지만
그네는 아들이 서울로 대학 갔을 때부터 아파트를 사 줬으니 우리 아들처럼 원룸 투룸으로 전전하며 전세금을 모을 필요가 없으니 사는 게 수월했겠지. 그래서 빨리 여유가 생겼으리라. 속으로 부러움을 가라앉히려고 애 를 쓰며 겉으론 평화로운 표정으로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좋았겠다 는 말을 연발했다.
우리 자식들은 생일에 외식하고 조그마한 봉투 주는 것이 다다. 아이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해서 도회지로 나갔을 때, 원룸 얻어준 것으로 경제적인 원조는 끝인 내가 부러워하면 양심도 없는 거라고 다독인다. 자식들에게 많이 못 해 준 것이 미안할 따름인데도 샘이라는 놈은 체면도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려 한다.
한참 자랑질을 하던 동생이 가만있는 내가 의식이 되었는지, 나를 보더니 "언니 그 패딩 못 보던 건데 멋있네. 누가 사 줬노."라고 물었다. 불쑥 이를 겨우 진정시키다가 당황해서 튀어나온 말이 겨우
"이 옷, 내돈내산이다."라고 했다. 모두들 웃었다. 나도 웃으니 좋았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아"를 듣는다. ‘
‘너네 자랑하고 싶은 것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아.. 왜냐면 난 부럽지 않아. 한 개도 부럽지가 않아ᆢ. 내 심정과 똑같은 노래가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