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전거를 탔던 날

언니

by 먼데이


난 어릴 적 강원도 영월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그 시절 동네에는 자전거가 많지 않았다.
우리 집에는 서울에서 살던 막내고모가 사준 하늘색 어린이용 자전거가 한 대 있었다.

세 살 위 언니와 두 살 위 오빠는 그 자전거로 자전거를 배웠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그 자전거는 이미 없었다.
내가 타보기 전에 온 동네 아이들이 돌아가며 타느라 고장이 나버린 것이다.

결국 나는 어른용 자전거로 자전거 타기를 배워야 했다.
가을 운동회마다 달리기 1등을 하던 언니, 오빠와 달리
남매 중 운동신경이 가장 없던 나는 어른용 자전거에 올라서는 게 무서웠다.
아빠가 뒤에서 잡아주시긴 했지만
해 질 무렵마다 이어지던 자전거 연습 시간은 늘 두려움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을 것이다.
또래보다 키는 큰 편이었지만, 어른용 자전거는 여전히 나에게 너무 컸다.
퇴근 후 며칠을 그렇게 지켜보던 아빠는 결국 포기하셨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었다.
집에서 평범한 주말을 보내다 언니와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아직도 자전거를 못 탄다는 말을 했다.
언니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지금 나가자”고 했다.

집 앞에서 언니는 자전거를 붙잡아주지 않았다.
대신 자전거가 굴러가는 원리를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바퀴가 계속 굴러가려면 페달을 계속 밟으면 돼.
오른쪽 페달을 밟고,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을 밟아.
그러면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고 계속 가.”

그 말만 듣고 바로 자전거를 탔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날 나는 자전거를 탔다.

그날의 언니 표정과 목소리, 날씨와 공기까지
마치 한 장면처럼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 시절 언니는, 나에게 아빠였고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