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지구본을 사용하다

by 미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그녀는 휴대폰에 매달려 있는 작은 지구본 열쇠고리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 지구본은 어릴 적부터 항상 휴대폰과 함께 가지고 다녔던 물건이었다. 그냥 장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마치 마지막 희망처럼 보였다. 미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지구본을 떼어내 손에 쥐었다. 왠지 모르게 이 지구본이 길을 안내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걸로 나갈 수 있을까?" 그녀는 서둘러 방을 나가 복도로 나섰다.

미희는 복도의 중앙에 서서 지구본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작은 지구본은 미끄러지듯 바닥을 따라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구본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았다. 지구본은 바닥의 경사에 따라, 낮은 곳을 향해 정확하게 방향을 잡고, 복도의 끝을 향해 빠르게 굴러갔다. 마치 그것이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효과가 있어!" 미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지구본이 굴러가는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구본은 계속해서 벽에 부딪히면서도 방향을 바꿔가며 굴러갔고, 그녀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지구본은 이 벽, 저 벽에 부딪히며 방과 복도를 지나 계속 굴러갔다. 복도가 끝날 때마다 지구본은 다시 방향을 바꾸어 새로운 길을 안내했다. 몇 번의 복잡한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미희는 긴장을 놓을 수 없었지만, 지구본은 마치 정확한 목적지를 알고 있는 듯 무리 없이 나아갔다.

이내 그녀는 1층에 도착했다.

"이게 정말 통할 줄은 몰랐네…" 익숙한 복도와 방들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자, 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1층이야." 그녀는 손에 지구본을 다시 집어 들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지구본은 결국 그녀를 제대로 된 길로 안내해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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