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옐로스톤은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다.
바이슨, 엘크, 빅혼쉽, 곰.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으니 야생에서 살고 있는 동물을 관찰하는 것은 옐로스톤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4학년인 딸 학교에서는 한 사람당 국립공원을 하나씩 맡아서 발표하는 수업이 있었다.
옐로스톤 수업을 한 날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옐로스톤에 바이슨이 엄청나게 많이 사는데 엄청 크고 위험하니 절대 가까이 가면 안 돼." 하고 귀가 못이 박히게 말했다.
그때는 ‘바이슨이 뭐 그렇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많았다. 축산업을 하는 이모집에 소가 100마리 넘게 있는데 이모집에 있는 소떼를 몇 십 배 풀어놓은 것처럼. 처음에는 바이슨을 보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는 '또 바이슨이야?'하고 지겨워할 만큼.
야생동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1. Lamar Vally
2. Hayden Vally
라고 <Your Guide to the National Parks> 책에 쓰여있다.
하지만 하이든 벨리는 올드페이스풀이나 그랜드 프리즈마틱, 핫스프링에서 접근성이 좋지만 라마벨리는 보다시피 좀 멀다.
옐로스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오전에 그랜드 캐니언 오브 옐로스톤을 돌아보고 오후에는 동물들을 보기로 했다. 동물들은 해질 무렵에 많으니 하이든 밸리를 지나 LeHardys Rapids를 가서 물놀이를 한 다음 동물들이 제일 많다는 라마밸리에 가기로 했다.
LeHardys Rapids는 옐로스톤 레이크에서 흘러나온 물이 지나가는 곳으로 옐로스톤 강의 상류다. 옐로스톤 강은 우리 숙소가 있었던 가디너를 지나 미주리를 지나 미시시피강으로 흘러든 다음 멕시코만으로 흐른다. 이런 어마어마한 발원지에서 물놀이라니, 나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좋아했다.
LeHardys Rapids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 캠핑카를 잠시 세워두고 끼니를 때우는 가족들 몇몇이 있었다. 누가 옐로스톤까지 와서 물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겠는가. 하지만 간헐천과 화산지형에 지친 둘째는 LeHardys Rapids에서 시간이 진짜 여행이었다. 아빠랑 몇 시간이나 댐을 만들고 물속을 첨벙거리고 그냥 계곡에서 노는 것 말이다.
우리는 강가에서 가지고 온 햇반과 고추참치, 김을 꺼내서 점심 겸 저녁도 먹었다.
그리고 라마밸리로 출발했다.
라마밸리로 가려면 하이든 밸리를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도무지 차가 움직이질 않는 거다.
도대체 무슨 일인건지. 그때 레인저 차량이 오더니 반대 차선으로 역주행을 하며 지나갔다.
“사진 찍느라 멈추지 말고 지나가세요.” 방송을 하면서.
그제야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앗, 도로 바로 옆에 바이슨이 다니잖아!’
우리 앞차 앞으로 거대한 바이슨이 길을 건넜다.
느릿느릿.
정체의 원인은 바이슨이었던 거다.
서둘러 어딘가 가야 할 사람들도 있는 거니 레인저는 차로 투우하듯 바이슨을 몰고, 바이슨은 후다닥 지나가고 다른 바이슨이 또 도로로 나오고.
겨우 하이든 밸리를 지났다.
한 시간이나 걸려 라마밸리로 왔다. 이미 야생동물을 보러 온 사람들이 포인트마다 주차를 하고 캠핑의자까지 꺼내 두고 자기를 잡고 앉아 있었다.
테이블까지 가지고 와 저녁을 먹는 사람들, 어마어마한 망원경을 꺼내두고 열심히 뭔가를 보는 사람, 그런 차들을 지나 밸리 끝까지 깊이 들어갔다.
그랜드 테턴 에서 봤던 것처럼 가까이가 아니라 조금 먼 곳에서, 그리고 나름 안전한 차 안에서 그리즐리 베어를 보고 싶은 소망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보이는 건 바이슨뿐.
하이든 밸리에서는 바이슨 한 두 마리가 가끔 도로를 지나가지만 라마밸리에서는 바이슨 가족이 길을 막아서 차가 지나갈 수가 없었다.
바이슨이 사는 곳을 사람이 잠시 빌려서 차로 지나가는 곳이었다.
그러니 갈 길이 바쁜 사람은 가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관광객이 적은 곳에서 넓게 펼쳐진 초원에서 살아가는 바이슨을 보는 게 왠지 안심됐다.
‘좋은 곳에서 잘 살아가고 있구나.’
결국 바이슨 밖에 못 보는 건가 했다.
그런데 숙소에 가려고 옐로스톤 북문 가까이 오니 엘크가 풀을 뜯고 있었다.
서로 사는 곳이 다른 것 같다.
바이슨은 밸리에서, 엘크는 지대가 조금 낮은 곳에 사는가 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본 적도 있고 에버랜드 사파리도 가 본 적이 있다. 모두 신기하고 즐거운 기억이었지만 뭘 봤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동물들을 모아두고 내 필요에 따라 찾아간 거라 그럴까. 그런데 이렇게 동물과 우연히 만난 경험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플로리다에서 카약을 탔을 때 악어를 만난 등골 서늘한 경험도, 그랜드 테턴 에서 하이킹 할 때 봤던 곰 세 마리와 사슴도, 그리고 옐로스톤에서 길을 막았던 바이슨과 풀을 뜯던 엘크도.
바이슨에게 길을 비켜주세요.
거기는 바이슨의 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