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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ug 22. 2023

옐로스톤 북쪽입구 마을 가디너

옐로스톤

옐로스톤의 북쪽 입구에 있는 가디너는 옐로스톤에서 내려오는 물이 콸콸 흐른다.

강 이름마저 옐로스톤 리버.

와이오밍 옐로스톤에서 시작해서 몬테나주 동쪽, 노스 다코타 주의 서쪽을 지나 미주리 강을 통과해 미시시피 강과 합쳐진다.


북적거렸던 올드 페이스풀에 비하면 이곳은 물이 흐르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숙소 앞에 사슴도 내려오는 곳


우리가 묵은 숙소는 옐로스톤 리버가 보이는 강변에 있어서 그런지 이름도 ‘리버사이드’. 퀸침대 2개에 오븐과 스토브, 전자레인지도 있는 4인가족 맞춤 숙소였다.

숙소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버팔로 고기도 팔고 있었다.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사서 숙서에 와서 구웠다. 

소고기가 더 맛있다.

신라면과 버팔로 고기로 충전하고 좀 쉬었더니 다시 기운이 났다.


좀 쉬다 보니 5시. 뜨거운 해도 어느 정도 넘어가서 우리는 매머드 핫 스프링으로 갔다.

저녁이라 그런지 엘크도 내려와 있었다.

옐로스톤에서는 화산지형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또 하나의 즐거움을 꼽으라면 야생 동물을 보는 거다.





미국에서 살다 보면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나도 그 중 한명이다.

나는 아침마다 연필로 종이에 끄적이며 아침 일기를 쓴다.

아침 7시. 식구들은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몸살 기운이 있었지만 이제 일기를 쓰는 건 삶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여행길이라 노트와 연필은 챙겨오지 않았다. 그래서 핸드폰을 들고 숙소 강변에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당연히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벌써 누군가 와있었다. 아마 커피가 담겨 있을 것 같은 컵을 왼손 근처에 두고 손바닥보다 조금 큰 노트에 볼펜으로 뭔가를 쓰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자주 본다.

물론 카메라와 휴대폰으로 무장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노트에 그림을 그리거나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본다.

나는 같은 아날로그 감성을 만나면 왠지 반갑다. 모든 것을 데이터로 저장하는데 데이터로 저장하지 않는 더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이 남아 있다는 동질감인지.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휴대폰 메모장을 켜고 가만히 앉았다.

콸콸 흘러내리는 황톳빛 물, 강 건너 보이는 집들 몇 채. 이 마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여기 사람들의 주 수입원은 뭘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어떨까? 여기는 하늘은 파랗고 나머지는 참 노랗구나.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의식의 흐름을 메모장에 기록했다.


옐로스톤에서 무엇을 봤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걸까.

내가 가보지 않았던 곳,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

나는 옐로스톤이 조금씩 지겨워지는 참이었다.

그냥 차를 타고 새로운 것을 보고 걷고, 이런 것이 여행이라지만 6시간의 하이킹과는 다른 피로감이 밀려왔다.

이렇게 비싼 곳에 묵었으니까, 비싸게 비행기까지 탔으니까, 다시는 안 올 곳이니까 무엇을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압박감 때문에 옐로스톤이 더 지겨웠는지도 모르겠다.

봐봤자 간헐천이고 봐봤자 화산지형이다.

단, 어디서도 보기 힘들다는 것.


내가 레인저라서 옐로스톤에 묵으면서 옐로스톤을 몸으로 체득하고 그것이 일상이 되면 다를까.

신기한 화산 지형을 저 산 위에 두고 나는 가디너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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