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가 확실히 알려줍니다
투자에 갓 입문했을 무렵, 나는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특히 금리 사이클과 대중 심리를 결합하여 경기 국면을 설명하는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마치 복잡한 미로를 탈출할 수 있는 보물지도와도 같았습니다. 금리가 정점에 달하면 채권에 투자하고, 금리가 바닥을 치면 주식에 들어가는 그 명쾌한 논리는 난해한 금융 시장을 단번에 꿰뚫어 보는 듯한 확신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가혹하게 찾아왔습니다. 차트를 펴놓고 현재의 경제 상황을 달걀 모형에 대입하려 할 때마다 나는 깊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지금이 금리의 저점인지, 상승의 초입인지, 혹은 이미 과열된 상태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적인 패턴이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는 불안감, 나침반이 고장 난 배에 타고 있는 듯한 막막함은 비단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투자자가 "도대체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길을 잃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분석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쥐고 있는 지도가 현대의 복잡한 지형을 더 이상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경제 사이클은 비교적 단순하고 정직했습니다. 중앙은행은 경기가 과열되면 기준금리를 올려 식히고, 침체기가 오면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양적완화(QE)'와 '초저금리'는 이 오래된 공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2010년대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나쁜 뉴스가 호재(Bad news is good news)' 현상입니다. 경제 지표가 악화되면 주가가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시장은 오히려 "경기가 나쁘니 연준(Fed)이 돈을 더 풀겠구나"라고 해석하며 환호했습니다. 소위 '연준 풋(Fed Put)'이라 불리는 심리적 안전판이 작동한 것입니다.
실제로 2020년 팬데믹 당시를 떠올려 보십시오. 실물 경제는 락다운으로 멈춰 섰고 기업들의 이익은 곤두박질쳤지만, S&P500 지수는 불과 5개월 만에 전고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이는 실물 경기와 금리의 시차를 전제로 하는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사건이었습니다. 금리의 사이클이 예측 가능한 파동이 아니라, 인위적인 유동성 공급에 의해 좌우되면서 전통적인 모형은 그 예리함을 잃게 되었습니다.
현대 시장을 분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자산 간의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붕괴되었다는 점입니다. 교과서적으로 주식과 채권은 반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경기가 나빠 주식이 떨어지면 안전 자산인 채권 가격은 올라야 우리 계좌를 지켜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은 이 믿음이 산산조각 난 해였습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식(-19%)과 채권(-16%)이 동시에 폭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주식 60, 채권 40'으로 나누면 안전하다던 전통적인 자산 배분 전략이 처참하게 실패한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비(非) 금융적 변수의 영향력이 거시 경제를 압도하는 현상도 뚜렷해졌습니다. 통상적으로 고금리는 성장주(기술주)에 쥐약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3년부터 2024년 초, 미국 기준금리가 5.5%라는 기록적인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섹터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금리가 높으면 기술주를 피하라"는 금융 공식을 파괴적 기술 혁신이라는 강력한 재료가 덮어버린 사례입니다. 이제 시장은 단순한 금리 함수가 아니라, 기술, 지정학, 전염병이 뒤엉킨 복잡계(Complex System)가 되었습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 또한 역설적으로 고전적 분석의 효용을 떨어뜨렸습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전문가만이 고급 정보를 독점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이 사라진 '효율적 시장'이 가속화되면서 대중의 심리 변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습니다.
가장 극적인 예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입니다. 과거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줄을 서서 돈을 빼던 '뱅크런(Bank Run)'은 스마트폰 뱅킹과 소셜 미디어(X, 트위터)가 결합하자 단 하루 만에 420억 달러가 인출되는 '뱅크 스프린트(Bank Sprint)'로 진화했습니다. 코스톨라니가 말한 '소신파'와 '부화뇌동파' 사이의 손바뀜이 일어날 시간조차 없이, 공포는 초단위로 전염되어 시장을 붕괴시킵니다. 현대인은 쏟아지는 정보에 따라 행동 패턴을 시시각각 바꾸기 때문에, 대중이 과거와 똑같은 속도로 반응할 것이라는 가정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나침반을 가져야 할까요? 가치 투자의 거장 하워드 막스는 그의 저서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사이클은 존재하지만, 그 시점과 진폭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하며, 단순한 예측 모델 대신 '2차적 사고(Second-Level Thinking)'를 강조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1차적 사고는 "기업의 전망이 좋으니 주식을 사자"와 같은 단순한 인과관계입니다. 반면, 2차적 사고는 "전망이 좋은 건 맞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생각해서 주가가 이미 너무 비싸다. 호재가 가격에 선반영(Priced-in) 되었으니 오히려 매도해야 한다"라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을 파고듭니다. 현대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누구나 아는 정보 그 자체보다, 그 정보에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해석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코스톨라니의 달걀처럼 고정된 모형에 현실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현재 가격에 얼마나 녹아있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역으로 이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결국 현대의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예측 모형이 아니라, 예측이 빗나갔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응 전략입니다. 코스톨라니의 달걀은 여전히 훌륭한 통찰을 담고 있지만, 오늘날의 복잡다단한 경제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낡고 단순해졌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2022년의 자산 시장 붕괴나 SVB 사태가 보여주듯, 시장은 언제든 우리의 상식을 배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이클의 움직임을 정확히 맞추려는 오만을 버려야 합니다. 대신 사이클이 어떻게 진행되든 파산하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우리는 이제 정답이 정해진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거친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서퍼가 되어야 합니다. 2차적 사고를 통해 대중의 쏠림을 경계하고,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고장 난 나침반을 들고도 망망대해와 같은 현대의 자본시장에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