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2배 만드는 분할 매도의 기술

feat. 하워드 막스

by 머니맥락

원칙을 지켰다는 오만이 부른 뼈아픈 추격 매수의 기억

이성적인 매도가 불러온 비극적 결말

투자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름의 가치평가 모델을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뜯어보고,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며 산출해낸 A 종목의 ‘적정가’는 10만 원이었습니다. 다행히 시장의 흐름을 타 주가는 꾸준히 올랐고, 마침내 10만 원 고지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원칙을 지키는 냉철한 투자자’라 칭찬하며 망설임 없이 전량 매도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적정가에 도달했으니 당연히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제 예상과 달리, 주가는 12만 원, 15만 원을 넘어 20만 원까지 거침없이 치솟았습니다. 처음에는 “저렇게 고평가된 주식을 사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야”라며 비웃었지만, 연일 들려오는 ‘사상 최고가 경신’ 소식에 제 마음은 갈가리 찢겼습니다. 내가 팔고 나서 두 배가 넘게 오르는 주가를 보며,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큰 손실을 본 것 같은 박탈감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광기 어린 시장의 기세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틀렸고 시장이 맞다”는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20만 원 근처에서 전량 추격 매수를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마법처럼 제가 매수하자마자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저는 수익을 모두 반납한 것도 모자라 처참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쫓겨나듯 도망쳐야 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경험은 저에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주가는 내가 계산한 이성적인 적정가에서 멈추지 않는가?”






하워드 막스가 경고한 '시계추의 법칙', 중심은 찰나일 뿐이다

사이클은 '평균'이 아니라 '양극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세계적인 투자 거장 하워드 막스는 그의 저서 <투자와 마켓사이클의 법칙(Mastering the Market Cycle)>에서 시장을 '시계추(Pendulum)'에 비유하며 명쾌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는 "시계추는 중심점을 향해 움직이지만,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고 강조합니다.

즉, 시장 사이클에서 ‘적정가’ 혹은 ‘평균’에 해당하는 중간 지점은 찰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장은 과열(고평가)되거나 침체(저평가)된 양극단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계산하는 적정가는 수학적으로 도출된 '이론적 중심'일 뿐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차가운 숫자가 아니라 뜨거운 인간의 군중 심리입니다. 탐욕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주가는 적정가라는 중력을 무시하고 훨씬 더 높이, 훨씬 더 오래 치솟습니다. 우리가 적정가에 도달했다고 전량 매도해버리는 행위는, 사이클의 중심에서 가장 화려하게 피어날 '광기의 선물'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 10일의 상승을 놓치는 것만으로 당신의 수익률은 반토막 난다

적정가 매도가 놓치는 '마법의 10일'

많은 투자자가 적정가에 도달했을 때 전량 매도하는 것을 '수익 확정'이라는 미덕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터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S&P 500 지수에 계속 투자했을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약 9.8%였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던 '최고의 날 10일'을 놓치면 수익률은 5.6%로 급감합니다. 만약 최고의 20일을 놓쳤다면 수익률은 2.9%까지 떨어집니다.

주가의 폭등은 대개 시장이 적정가를 넘어 과열 구간으로 진입할 때 집중적으로 일어납니다. 적정가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량 매도해버리면, 장기 수익률의 절반 이상을 결정짓는 이 '마법의 며칠'을 놓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밸류에이션상 '비싸다'는 신호는 매도 준비의 신호일 순 있어도, 모든 물량을 던져야 하는 신호는 아닙니다.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은 우리의 인내심보다 훨씬 길게 유지된다

고평가가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이유 (실러 PER의 교훈)

로버트 실러 교수의 CAPE 지수(실러 PER)는 시장이 얼마나 오랫동안 비이성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지표입니다. 역사적 평균 PER은 16~17 수준이지만, 1990년대 닷컴 버블 당시 시장은 이미 1996년에 '비이성적 과열'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만약 당시 투자자가 적정가를 기준으로 1996년에 모든 주식을 팔았다면, 이후 2000년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 4년 동안 이어진 역사상 최고의 랠리를 지켜만 봐야 했을 것입니다.

최근의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열풍과 유동성의 힘으로 시장은 수년째 '고평가' 논란 속에 있지만, 주가는 보란 듯이 신고가를 경신합니다. 적정가는 '끝'이 아니라 '과열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의 영역을 넘어 모멘텀의 영역으로 진입한 주식은, 우리의 상상력보다 훨씬 더 멀리 가는 속성이 있습니다.






정확한 타이밍 대신 '대응'의 영역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하는 법

예측의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분할 매매'의 미학

우리가 전량 매도를 피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이클의 진행 방향과 하락 시작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가 과열 구간임을 인지하되, 언제 꺾일지 맞추려 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전략이 바로 '분할 매도'입니다. 주가가 적정가에 도달했을 때 보유 물량의 30~50%를 매도하여 수익을 확정 짓고, 나머지는 추세가 꺾일 때까지 보유하는 것입니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후회 회피(Regret Aversion)'를 관리하는 탁월한 방법입니다. 일부를 팔았기에 주가가 내려가도 "미리 팔아둬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할 수 있고, 주가가 더 올라도 "남은 물량이 있어 다행이다"라며 심리적 평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가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서 '바닥'을 확신하고 전량 매수(몰빵)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침체의 늪은 생각보다 깊고 길 수 있습니다.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이 시작되는 초기 며칠의 강력한 상승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저평가 구간에서부터 분할 매수로 대응하며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합니다.






적정가를 넘어서는 광기마저 내 수익으로 만드는 유연함의 힘

시장의 시계추와 함께 호흡하는 투자자

결국 성공적인 투자는 내가 정한 '숫자'에 시장이 맞춰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에 나의 대응을 맞춰가는 과정입니다. 적정가라는 기준점은 우리가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나침반일 뿐, 그 자체가 매도 버튼을 눌러야 하는 종착역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시장은 결코 중간에 멈추지 않습니다. 양극단을 오가는 시계추의 속성을 이해하고, 예측 대신 대응의 영역에서 분할 매매를 실천하십시오. 상승장에서는 분할 매도로 수익의 극대화를 노리고, 하락장에서는 분할 매수로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적정가가 부의 상한선이 되지 않게 하십시오.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조차 내 수익의 일부로 만들 수 있는 여유, 그것이 하워드 막스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사이클을 정복하는 법'의 본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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