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부터 버리세요

호황기에는 누구나 돈을 번다는 착각

by 머니맥락

최근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밤사이 뉴욕 증시에서는 AI 반도체 열풍으로 나스닥이 신고가를 썼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그 온기를 이어받은 코스피 역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주식 축제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합니다. 하지만 정작 제 증권 계좌를 열어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시장은 붉게 타오르는데, 저평가된 기업이라 확신하며 공들여 담은 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처참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거나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다 버는데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뜯어보면 이것은 저만의 잘못도, 한국 시장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저는 이 현상을 분석하며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이 '통계적 착시'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저는 이 뼈아픈 박탈감을 넘어, 우리가 맹신하던 투자의 통념을 깨부수고 진짜 기회를 포착하는 법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비이성적 시장에서의 비교가 불러오는 치명적 오류

'인덱스를 이겨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라

투자자들 사이에는 "시장 지수(인덱스)보다 수익률이 낮으면 실패한 투자"라는 통념이 지배적입니다. 평상시라면 이 기준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극단적으로 쏠려 있을 때, 이 통념은 가치투자자를 망치는 독이 됩니다. 최근 미국 S&P 500 상승분의 약 70%는 'M7'이라 불리는 소수 빅테크 기업이 만들었고, 나머지 493개 기업은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한국 시장 역시 소수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 수익률을 인덱스와 비교하는 것은, 내 건실한 '가치주'를 시장의 '거품 낀 주도주'와 비교하며 자학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치투자자가 이 시기에 인덱스를 이기려 든다면, 결국 저평가된 기업을 팔고 이미 비싸진 주도주를 추격 매수하는 뇌동매매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억하십시오. 광기 어린 장세에서 시장 수익률을 하회하는 것은 당신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거품에 편승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이때는 인덱스를 벤치마크로 삼는 것 자체가 논리적 오류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성장주 랠리와 유동성 장세에서 가치주가 소외되는 구조적 이유

필연적 패배의 구간과 시장의 색깔

우리는 늘 시장을 이기고 싶어 하지만, 가치투자의 메커니즘상 시장 평균을 하회하는 구간은 필연적으로 존재합니다. 특히 경제 회복 초기 단계나 유동성이 넘쳐나 성장주 중심의 랠리가 지속될 때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 시기 시장의 자금은 당장의 현금 흐름보다는 꿈과 혁신을 파는 성장주로 쏠립니다. 실제로 2020년 팬데믹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가치주들은 철저히 외면받았습니다. 묵묵히 실적을 내고 자산을 쌓아가도 '지루하다'는 이유만으로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뒷걸음질 칩니다. 이때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기업 분석이 틀려서가 아니라, 시장이 선호하는 색깔과 내 포트폴리오의 성격이 일시적으로 불일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경기가 과열되거나 특정 인기 업종이 지수를 왜곡하며 끌어올리는 시점에, 수익률이 낮다고 해서 자신의 투자관을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때 대중의 환호성에 휩쓸려 "시대가 변했다"며 뒤늦게 성장주로 갈아타는 것이야말로 가치투자자가 경계해야 할 가장 치명적인 통념의 함정입니다.






줄리안 로버트슨의 실수와 2022년이 증명한 금리 인상의 나비효과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비극과 반전의 역사

그렇다면 가치투자자가 빛을 보는 언제 찾아올까요? 바로 성장주의 거품이 꺼지고 금리가 인상되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깁니다. 헤지펀드의 전설 줄리안 로버트슨의 사례는 뼈아픈 교훈을 줍니다. 그는 닷컴 버블 당시 고평가된 기술주를 거부하고 가치주를 고집하다가, 수익률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2000년 3월 30일, 결국 펀드 청산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 같은 반전은 그가 떠난 직후에 일어났습니다. 그가 펀드를 닫은 바로 다음 달인 4월부터 기술주 거품이 처참하게 터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가치주의 화려한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가 딱 한 달만 더 버텼다면 월가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22년에도 증명되었습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3%나 폭락했지만,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오히려 4%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시장의 색깔은 예고 없이 바뀝니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소외감은 머지않아 다가올 달콤한 보상을 위한 지불금과도 같습니다. 사이클은 반드시 돕니다.






호황이야말로 공격적으로 매수해야 할 '바겐세일' 기간

'불황에 사서 호황에 팔라'는 거짓말

우리는 주식 투자의 절대 진리로 "불황에 사서 호황에 팔라"는 격언을 배웁니다. 하지만 가치투자자에게 이 통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매우 위험한 조언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호황'이 오면 "시장이 너무 비싸다"며 주식을 팔고 현금화하거나 관망합니다. 그러나 진짜 가치투자자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거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특정 섹터가 주도하는 호황기에는 시장의 관심이 한 곳으로 쏠리면서, 그 반대편에 있는 알짜 기업들은 펀더멘털이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수급 공백으로 인해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폭락(개별 종목의 불황)'하기 때문입니다.
즉, 시장 전체의 '호황'은 역설적으로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최고의 '매수 기회'입니다. 남들이 주도주에 취해 축배를 들 때, 당신은 대중이 버린 주식들을 헐값에 쓸어 담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지수가 높으니 팔아야 한다"는 낡은 통념에 갇혀, 눈앞에 널려 있는 다이아몬드를 줍지 않는 실수를 범하지 마십시오. 지금이 바로 용기 있게 매수 버튼을 눌러야 할 때입니다.






최후의 보상까지 남은 마지막 관문

폭락의 공포마저 집어삼키는 강철 멘탈

결국 가치투자는 우리가 상상하는 우아한 백조가 아니라, 진흙탕을 뒹구는 외로운 늑대의 싸움입니다. 명심하십시오. 당신이 공격적으로 매수한 뒤에도 시장의 광기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심지어 버블이 붕괴되는 초기에는 공포 심리로 인해 가치주마저 인덱스 펀드보다 더 깊게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가치투자자가 넘어야 할 마지막 죽음의 계곡입니다. 이때 "역시 내가 틀렸어"라며 투매에 동참한다면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됩니다. 하지만 이 구간을 지날 때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더 싸게 살 기회를 준 시장에 감사하며 과감히 추가 매수하는 '강철 멘탈'입니다. 남들이 환호할 때 소외감을 견디고, 남들이 공포에 질릴 때 용기를 내십시오. 통념을 거스르는 그 고독한 인내의 끝에, 시장은 반드시 당신에게 합당한 보상을 안겨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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