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안 보이는데 10년 뒤는 훤히 보인다고요?

feat. 평균 회귀, 경제적 해자

by 머니맥락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간절히 미래를 엿보고 싶어 합니다. 내일 주가가 오를지, 내가 투자한 기업의 이번 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지 예측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뉴스 기사와 차트를 분석하며 내일의 날씨를 맞히듯 주가를 맞히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단기적인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그저 확률이라는 짙은 안갯속을 걷는 여행자일 뿐입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불확실한 여정에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나침반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수의 법칙’과 ‘평균 회귀’라는 수학적 진리입니다. 오늘은 주사위 던지기라는 단순한 행위를 빌려, 투자의 본질인 사이클과 장기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조용히 사색해보고자 합니다.


독립 시행의 함정과 대수의 법칙


- 단기적 운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실력을 믿는 법


책상 위에 주사위가 하나 놓여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당신이 호기심에 주사위를 던졌는데, 우연히 1이 세 번 연속으로 나왔습니다. 이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1은 나올 만큼 나왔으니 다음엔 6이 나올 차례다"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정답은 잔인하게도 '변하지 않는다'입니다. 주사위에는 기억력이 없습니다. 이전에 1이 수없이 나왔든, 한 번도 나오지 않았든, 이번에 주사위를 던져 1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변함없는 6분의 1, 약 16.7%입니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독립 시행’이라고 부릅니다. 서너 번의 짧은 시행 결과는 순전히 운에 의해 결정되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눈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기업의 성과도 이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펀더멘털을 가진 기업이라도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는 시장의 거시 경제 상황, 예상치 못한 일시적 악재, 혹은 순전한 불운으로 인해 기대 이하의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평범한 기업이 운 좋게 테마에 휩쓸려 대박 실적을 터뜨릴 수도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기업의 이익률을 예측하는 것은 마치 주사위의 다음 눈을 맞히려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도박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시간'이라는 마법의 변수를 대입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주사위를 열 번이 아니라 수백 번, 수천 번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야코프 베르누이가 증명한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에 따라, 처음에는 1만 계속 나오던 기이한 편향이 사라지고 결국 1부터 6까지의 숫자가 아주 균등한 비율로 나오게 됩니다. 시행 횟수가 늘어날수록 결괏값은 수학적 확률에 수렴합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운과 변동성(Noise)이 지배하지만, 10년 이상의 긴 시계열을 놓고 보면 기업의 이익률은 결국 그 기업이 가진 본래의 실력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운이 좋아 1년 만에 본래 가치를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10년이 지나면 운의 요소는 거의 완벽하게 제거되고 오직 실력만이 남습니다. 장기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인내심 테스트라서가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이즈는 사라지고 확률적 진실이 드러나는 통계적 필연성 때문입니다.


더 좋은 주사위를 고르는 눈: 경제적 해자


- 평균값 자체를 높여주는 구조적 경쟁 우위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아무 기업이나 골라 10년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여기서 우리는 투자의 승률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바로 워렌 버핏이 그토록 강조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식 시장의 모든 기업이 1에서 6까지의 눈을 가진 똑같은 주사위를 굴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투자의 대가 마이클 모부신(Michael Mauboussin)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의 이익률(ROIC)은 시간이 지나면 경쟁에 의해 자본비용 수준으로 하락하는 ‘평균 회귀’의 법칙을 따릅니다. 특별한 경쟁력이 없다면 이익은 결국 평범해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위 20%의 우량 기업 중 약 40%는 1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습니다. 이들은 남들과 다른 주사위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셈입니다. 비유하자면, 그들의 주사위는 1부터 6이 아니라 '2부터 12'의 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경제적 해자가 없는 기업이 불황기라는 이유로 주사위 눈 1을 기록하며 적자를 낼 때, 해자가 있는 기업은 브랜드 파워와 가격 결정력을 앞세워 최악의 경우에도 2나 3을 기록하며 흑자를 방어합니다. 호황기에는 남들이 6을 낼 때 10, 12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이익을 창출합니다. 실제로 모닝스타의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Wide Moat Focus Index)는 2002년 설정 이후 시장 평균(S&P 500)보다 연평균 약 2~3% 포인트 높은 초과 수익을 꾸준히 기록해 왔습니다.


경제적 해자가 강할수록 주사위 눈의 최솟값과 최댓값은 모두 상향 조정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평균 회귀가 일어날 때, 회귀하는 그 평균값 자체가 남들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의 역할은 단순히 주사위를 던지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높은 숫자가 적힌 주사위를 가진 기업을 찾아내는 안목을 기르는 것입니다. 경제적 해자가 강한 기업에 투자할수록, 평균 회귀가 가져다주는 확률적 우위는 확실하게 ‘내 편’이 됩니다.


하워드 막스의 사이클과 확률적 사고


- 역사적 저점에서 용기를 내야 하는 수학적 이유


좋은 주사위(해자가 있는 기업)를 찾았다면, 이제는 '언제' 주사위를 던질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전설적인 투자자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 저서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에서 시장과 기업의 이익에는 항상 '사이클'이 존재하며, 이는 시계추처럼 움직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시계추가 한쪽 끝(과도한 낙관)으로 치우치면 반드시 반대쪽(과도한 비관)으로 돌아오듯, 극단적인 고평가나 저평가 뒤에는 반드시 평균으로 돌아오는 회귀 과정이 반복됩니다.


앞서 말했듯 다음번 주사위 눈(단기적 주가 흐름)을 정확히 맞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우리가 사이클의 어디쯤에 서 있는지는 가늠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PER)나 쉴러 P/E 지수가 역사적 평균보다 현저히 낮고, 뉴스에서는 비관론이 쏟아지며 시장에 공포가 가득하다면, 이는 사이클의 저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워드 막스는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사이클의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이클이 역사적 저점일 때 투자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게임에 베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밸류에이션이 낮을 때 투자했을 때의 향후 10년 수익률은, 고평가 구간에 투자했을 때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평균 회귀의 힘은 고무줄과 같아서, 아래로 깊게 눌릴수록 위로 튀어 오르려는 복원력이 강해집니다.


이때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비록 내가 매수한 직후에 주가가 더 떨어져 일시적인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저점에서 튼튼한 주사위를 쥔 채 매수했다면, 시간은 결국 내 편이 되어 이익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하락할 확률보다 상승할 확률이, 잃을 폭보다 얻을 폭이 훨씬 큰 '비대칭적 기회'를 잡는 것, 이것이 사이클 투자의 묘미입니다.


리스크 관리: 주사위가 바뀌었을 가능성


- 일시적 불운과 구조적 쇠락을 구별하는 통찰


하지만 "역사적 저점이니까 무조건 오를 거야"라는 맹목적인 믿음은 위험합니다. 사이클 투자에서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일시적인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인 쇠락을 사이클의 저점으로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다시 주사위 비유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는 2~12가 나오는 좋은 주사위라고 굳게 믿고 베팅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어 슬그머니 1~6 주사위, 심지어는 0~5 주사위로 교체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 자체가 도태되거나(필름 카메라 시절의 코닥처럼), 경영진의 치명적인 오판으로 해자가 무너진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과거의 영광스러운 평균 수익률로 회귀하지 않습니다. 주사위 자체가 나쁜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투자 용어로는 '밸류 트랩(Value Trap)'이라 부릅니다. 겉보기에는 싸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함정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사이클의 저점에서 투자할 때는 반드시 냉철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의 이익 감소와 주가 하락이 경기 침체나 일시적 악재 때문인가, 아니면 기업의 펀더멘털(주사위 자체)이 망가졌기 때문인가?" 만약 주사위 자체가 깨져버렸다면, 평균 회귀는 희망이 아니라 재앙이 됩니다. 반대로, 주사위는 여전히 튼튼한데 단지 운이 나빠서 낮은 숫자가 연속으로 나온 것이라면, 그때야말로 공포를 이기고 과감하게 매수 버튼을 눌러야 할 때입니다.


결론: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지혜


- 소음과 공포를 이기는 현명한 투자자의 길


투자는 예언가의 영역이 아니라 분석가의 영역이며, 감각의 게임이 아니라 확률의 게임입니다. 오늘 주사위 던지기라는 비유를 통해 우리는 세 가지 중요한 투자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단기적인 결과는 예측 불가능한 운의 영역이지만, 장기적인 결과는 대수의 법칙에 따라 기업의 본래 실력에 수렴한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남들보다 더 높은 숫자가 나오는 좋은 주사위, 즉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투자의 핵심입니다. 셋째, 사이클의 저점에서 투자할 때 평균 회귀의 힘이 극대화되며 확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리스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1년 뒤의 주가를 알 수 없습니다. 내일 당장 폭락장이 올지, 급등장이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든든한 친구로 삼고, 튼튼한 해자를 가진 기업이 일시적인 불운으로 고전할 때 용기를 낸다면,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담긴 기업은 어떤 주사위를 굴리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주사위는 지금 우연히 1을 가리키고 있습니까, 아니면 주사위 자체가 깨져버린 것입니까?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시장의 소음과 공포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투자자의 길에 들어선 것입니다. 결국 시간은 확률적 우위를 점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투자의 변치 않는 진리입니다.






-평균 회귀와 경제적 해자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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