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버핏에게 속았습니다: 지수 투자의 충격적 진실

지수 투자할 거면 차라리 예금하세요

by 머니맥락

지수 투자만이 정답이라는 일념으로 개별 종목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코스피 지수 추종 상품에 장기 투자를 결심했던 투자자 A 씨는 계좌를 열어 보고는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투자를 시작한 지 무려 5년이나 지났는데 수익률은 은행 예금 금리보다 못했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자산 가치는 오히려 후퇴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죽으면 재산의 90%는 S&P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아내에게 남긴 이 유명한 유언 덕분인지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에게 '지수 추종'을 가치투자의 정답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고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최신 뉴스를 일일이 체크하는 일은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그런데 기업을 분석할 필요 없이 시장 전체를 매수하면, 적어도 시장 수익률만큼은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주장에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역사를 냉정히 되짚어보면 지수가 수십 년간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횡보했던 '박스장(Box Market)'은 생각보다 자주 존재했습니다. S&P500 지수조차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의 고점을 완전히 회복하고 안착하는 데 2013년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왜 지수 투자가 가치투자자에게 독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성장이 멈춘 시대에 진정한 투자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상향의 신화와 일본의 34년, 그리고 미국의 착시


서점의 베스트셀러들은 대부분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과 함께 가라"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이 조언이 참이 되려면 '구조적 강세장'이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역사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장기 투자하면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이웃 나라 일본입니다. 1989년 12월, 닛케이 225 지수는 38,915포 인트라는 역사적 고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진 후 이 지수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무려 34년이 걸려 2024년이 되어서야 원점에 도달했습니다. 만약 1989년에 지수에 투자하고 '가치투자'라 믿으며 버텼다면, 한 사람의 투자 인생 전체가 고통 속에 사라졌을 것입니다. 미국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미국 증시가 뜨거웠던 것은 사실이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위험한 착시 현상이 발견됩니다. 2023년 상승장을 주도한 것은 소위 '매그니피센트 7'이라 불리는 상위 7개 기술주였습니다. 이들이 폭등하는 동안 나머지 493개 종목(S&P 493)의 수익률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이는 지수 투자가 시장 전체의 성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주도주에 의해 왜곡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국의 '박스피'와 변동성 끌림에 의한 자산 잠식


한국 증시를 조롱 섞인 말로 '박스피'라고 부르지만, 이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실제로 코스피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약 6년간 1,800~2,100포인트 사이를 지루하게 횡보했습니다. 이 기간 지수 수익률은 0%에 수렴했으나, 당시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연 3~4%대였습니다. 지수에 묻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투자자는 예금 이자라는 확실한 기회비용을 날린 셈입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박스장에서 발생하는 '변동성 끌림(Volatility Drag)' 현상입니다. 주가가 50% 하락하면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100% 상승해야 합니다. 박스장에서 지수가 +20% 오르고 다시 -20% 내리는 것을 반복하면, 지수는 제자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 계좌의 평단가는 훼손되고 자산은 서서히 녹아내립니다. 지수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만 거듭할 때, 단순히 지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복리의 마법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손실의 복리'를 견디는 미련한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동행하는 가치투자가 아니라, 그저 시장의 변동성에 내 자산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워렌 버핏의 언행불일치, 그리고 현금이라는 종목


우리는 워렌 버핏이 대중에게 한 조언과 그가 실제로 행하는 투자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그는 일반 투자자에게 S&P500 인덱스 펀드를 권했지만, 정작 본인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수를 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철저하게 개별 기업을 분석하여 선별 투자하는 방식을 고수합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최근 행보입니다. "훌륭한 기업을 영원히 보유하라"던 그조차 2024년 들어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애플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사상 최대치인 3,000억 달러(약 400조 원) 규모의 현금을 쌓아두었습니다. 이는 시장 전체가 고평가 되었거나 지수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 판단될 때, 무리하게 주식을 보유하기보다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나은 투자임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버핏에게 현금은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라, 향후 도래할 기회를 잡기 위한 '콜옵션'과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버핏의 '말(지수를 사라)'을 맹신할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태도를 바꾸는 그의 '행동'을 배워야 합니다. 박스장에서 현금 보유는 투자를 쉬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극적인 방어이자 미래를 위한 공격 준비입니다.


지수를 넘어선 '알파'의 추구와 진정한 가치투자


결국 박스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치투자자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합니다. 지수라는 평균 뒤에 숨지 말고, 시장의 등락과 무관하게 스스로 성장하는 탁월한 기업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지수가 횡보한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평균적인 성과밖에 내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산업의 사이클을 거스르는 혁신 기업이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꾸준히 이익을 늘려가는 '알파(Alpha)' 기업을 발굴해야 합니다. 지수에 투자하면 내 수익률은 시장의 한계에 갇히지만, 개별 기업의 가치에 집중하면 시장은 박스권이어도 내 계좌는 우상향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탁월한 기업을 선별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리하게 지수에 돈을 넣을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금 비중을 높이고 공부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진정한 가치투자는 아무 주식이나 사서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과정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시장 전체를 사는 것이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박스장에서는 그 게으름의 대가를 수익률 저하로 치르게 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론: 투자의 계절을 읽고 스스로의 그릇을 넓혀라


투자의 세계에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지수 투자가 지난 수십 년간 훌륭한 성과를 보여준 검증된 방법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것이 모든 시기에 통용되는 절대적인 정답은 아닙니다. 지난 몇 년간 코스피의 지지부진한 흐름에 실망했거나, 미국 지수의 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소외감을 느꼈다면 이제는 전략을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꽃이 피는 봄(강세장) 인지, 성장이 멈춘 겨울(박스장) 인지를 냉철하게 파악하십시오. 만약 시장이 겨울을 지나고 있다면, 지수 추종이라는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스스로 불을 지필 수 있는 개별 기업을 찾거나, 봄이 올 때까지 현금이라는 식량을 비축하며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워렌 버핏의 조언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그가 처했던 상황과 나의 상황이 다름을 인정하고 나만의 혜안을 기르는 것. 그것이 변덕스러운 시장에서 살아남아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얻는 길입니다. 박스장은 지루하고 답답한 구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준비된 가치투자자에게는 남들과 다른 압도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시장을 이길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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