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이자가 매년 몇 배씩 늘어나는 미친 채권이다?

feat. 워렌 버핏

by 머니맥락

저는 천성적으로 겁이 많은 투자자였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격언은 저에게 매력적인 제안이라기보다 피해야 할 경고문처럼 들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주식보다는 채권 시장을 기웃거렸습니다. 원금이 보장되거나 그에 준하는 안정성을 가지면서 꼬박꼬박 이자가 들어오는 구조야말로 마음 편한 투자의 정석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안전함을 선택한 대가는 너무나 가혹한 '저수익'이었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간신히 따라잡는 수준의 3~4%대 국채 이자를 보며, '도대체 이런 방식으로 언제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복리의 마법을 누리기엔 기본 수익률이라는 불씨가 너무나 약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저는 투자에 대한 관점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워런 버핏이 1977년 포춘(Fortune)지 기고문에서 언급했고, 이후 그의 투자 철학을 집대성한 서적들에서 구체화된 '채권형 주식(Equity Bond)'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채권에 준하는 안정성을 가지면서도 수익률은 채권의 몇 배,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수십 배에 달하는 '미친 자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채권의 안정성을 갈망하면서도 수익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저에게, 이자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년 성장하는 이 채권형 주식의 발견은 그야말로 유레카였습니다. 오늘 저는 왜 우리가 일반 채권이 아닌 이 '성장하는 채권'에 주목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주식은 배당과 재투자를 통해 복리로 성장하는 채권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과 채권을 정반대의 자산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꿰뚫어 보는 대가들의 눈에는 주식 역시 채권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국채나 회사채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채권은 발행 당시에 이자율이 고정되어 만기까지 동일한 금액의 이자(쿠폰)를 지급합니다. 하지만 '채권형 주식'은 이자가 매년 늘어나는 마법 같은 구조를 가집니다. 워런 버핏은 이를 두고 "주식은 변동 금리 채권이 아니라, 금리 자체가 성장하는 채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채권형 주식은 벌어들인 이익(현금)을 주주에게 두 가지 방식으로 환원합니다. 첫째는 채권의 이자처럼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배당'입니다. 둘째는 이익의 일부를 회사 내부에 유보(Retained Earnings)하여 고수익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입니다. 사실 더 강력한 마법은 두 번째에서 일어납니다. 탁월한 기업은 유보된 자금을 활용해 공장을 짓거나 신제품을 개발하여 더 큰 이익을 창출합니다. 이렇게 불어난 자본 총계는 결국 기업의 내재 가치를 상승시키고, 이는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이라는 형태로 주주에게 보답하게 됩니다. 즉, 채권형 주식은 꼬박꼬박 들어오는 배당 수익뿐만 아니라, 잉여현금의 재투자를 통한 주가 상승이라는 거대한 자본 차익까지 안겨주는, 금융 시장에서 가장 강력하고도 매력적인 자산인 셈입니다.


현금흐름할인법(DCF)이 정석이다, 상대가치평가법은 참고만 해라


그렇다면 이러한 채권형 주식의 적정 가격은 어떻게 산출해야 할까요? 많은 투자자들이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 같은 상대가치평가 지표를 맹신합니다. "업종 평균 PER가 10배인데 이 기업은 8배니까 싸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고 부정확한 접근입니다. 상대가치평가법은 기업의 고유한 현금 창출 능력을 무시한 채, 시장 참여자들의 기분과 유행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하는 가격을 비교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전체가 거품에 씌어 있다면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주식조차 실제로는 터무니없이 비쌀 수 있습니다. 따라서 PER이나 PBR은 단순한 참고용 지표로만 사용해야 하며, 결코 투자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존 버 윌리엄스는 그의 저서 <투자가치의 이론>에서 "주식의 가치는 미래에 받을 모든 배당(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값"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금흐름할인법(DCF)'입니다. 채권 가격을 계산할 때 미래의 이자와 원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합산하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논리입니다. 특히 채권형 주식은 이익 변동성이 적고 잉여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DCF 모델을 적용하기에 가장 이상적입니다. 현실적으로 미래 현금흐름을 완벽히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배당할인모형(DDM) 같은 간소화된 방식이 쓰이기도 하지만,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이 뱉어내는 현금의 총합"이라는 DCF의 철학만이 주식의 절대 가치를 알려주는 가장 정확한 나침반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경제적 해자, 흔들리지 않는 현금흐름의 원천


현금흐름할인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예측 가능성'입니다. 내일 당장 망할지 대박이 날지 모르는 바이오 벤처 기업에는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채권형 주식을 찾기 위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봐야 합니다. 채권처럼 안정적으로, 그러면서도 꾸준히 증가하는 이익을 창출하려면 그 기업은 반드시 강력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보유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모닝스타는 기업의 초과 수익을 장기간 방어해 주는 구조적 경쟁 우위를 '해자'라고 정의하며, 이것이 없는 기업의 이익은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가진 소비재 기업(코카콜라), 전환 비용이 높아 고객이 떠날 수 없는 플랫폼 기업, 혹은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가격 결정권(Pricing Power)'을 가집니다. 물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려 이익을 보전하고, 그 늘어난 이익은 다시 재투자되어 주주 가치를 불립니다. 재무제표의 숫자 이면에 숨겨진 비즈니스 모델의 견고함을 확인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기업이 지난 10년, 20년간 어떤 위기에서도 현금흐름을 창출해 왔는지 확인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주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채권형 주식'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경쟁 없는 독점,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형 주식


기업의 이익이 불규칙해지거나 훼손되는 가장 큰 이유은 바로 '경쟁'입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5가지 경쟁 요인(Five Forces)' 이론에 따르면, 진입 장벽이 낮은 산업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끊임없이 들어와 수익률을 갉아먹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채권형 주식을 찾으려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구조적으로 보호받는 산업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때 가장 강력한 진입 장벽 중 하나가 바로 '정부의 규제와 보호'입니다.

도시가스, 전력, 공항, 통신과 같은 인프라 산업이나 카지노, 면세점처럼 정부가 허가권(License)을 발급하여 진입 장벽을 쌓아주는 업종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습니다. 법적인 제약과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러미 시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독점적 필수 소비재 및 헬스케어 섹터는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망할 확률이 제로에 수렴하면서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꾸준히 요금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채권형 주식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결론: 채권 투자자처럼 편안하게, 수익은 그 이상으로


투자의 세계에서 '안정성'과 '고수익'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채권형 주식은 이 불가능해 보이는 조합을 현실로 만들어줍니다. 채권이 가진 원금의 안정성을 독점적 비즈니스 모델로 확보하고, 채권에는 없는 '이익의 재투자를 통한 성장'을 통해 복리의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주가는 시장의 공포와 탐욕에 따라 춤을 춥니다. 하지만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주인과 개' 산책 비유처럼, 기업의 이익(주인)이 우상향 한다면 주가(개)는 결국 그 내재 가치에 수렴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채나 우량 등급의 회사채를 금고에 넣어둔 투자자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들은 매일 채권 시장을 기웃거리며 "이번 달 이자가 제대로 들어올까?"라고 의심하며 전전긍긍하지 않습니다. 발행 주체가 건재하는 한, 약속된 날짜에 정확히 이자가 지급될 것임을 100%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채권형 주식 투자자도 이러한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매일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깜빡이는 시세판을 보며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이 고른 기업이 강력한 해자를 통해 현금을 창출하고 있고, 그 잉여현금을 똑똑하게 재투자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일반 채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불어나는 '성장하는 이자'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이 사실을 믿고, 시세 확인 대신 편안한 일상을 즐기십시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식 시장의 소음에서 벗어나 진정한 채권형 주식 투자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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