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싼게 비지떡인 이유
투자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반전 드라마는 워렌 버핏이 자신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초기 버핏은 그레이엄의 가르침대로 이른바 '담배꽁초(Cigar Butt) 투자'에 집착했습니다. 길에 떨어진 꽁초가 볼품없어도 공짜로 한 모금 필 수 있다면 이득이라는 논리처럼, 기업의 질과 무관하게 자산 가치보다 싼 주식을 사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전략의 정점이자 최악의 실수가 바로 1964년 '버크셔 해서웨이' 인수였습니다. 당시 버크셔는 사양 산업인 섬유 회사였지만, 주당 순자산 가치가 19달러인 반면 주가는 고작 7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버핏은 이 괴리에 매료되어 회사를 인수했지만, 20년 동안 쏟아부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섬유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훗날 버핏은 이를 두고 "2,000억 달러(약 260조 원) 짜리 실수"라고 회고했습니다. 싼 주식에 묶여 있는 기회비용 탓에 보험업과 같은 위대한 사업에 더 일찍 집중하지 못했다는 통탄이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파트너 찰리 멍거의 조언을 통해 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1972년, 멍거는 장부가치의 3배에 달하는 2,500만 달러를 주고 초콜릿 회사 '시즈 캔디(See's Candies)'를 사라고 버핏을 설득했습니다. "그저 그런 기업을 싼 가격에 사는 것보다(Fair company at a wonderful price), 위대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것(Wonderful company at a fair price)이 낫다"는 논리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2,500만 달러에 인수한 이 회사는 추가 자본 투입 거의 없이 2011년까지 누적 16억 5천만 달러의 세전 이익을 버크셔에 안겨주었습니다. 이는 버핏이 양적 투자에서 질적 투자로 진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숫자만 싼 주식이 아니라, 비싸 보이지만 위대한 기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주식을 찾아 헤맵니다. 과거 워렌 버핏은 자산 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저PBR 투자를 두고 "10달러짜리 돈이 든 지갑을 단돈 1달러에 사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했습니다. 1달러만 지불하면 9달러의 공짜 이익과 지갑까지 얻는 셈이니, 수학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거래입니다. 하지만 현대 시장에서 이 매혹적인 비유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겉보기엔 10달러가 든 빵빵한 지갑처럼 보이지만, 막상 열어보면 그 돈이 '위조지폐'이거나 이미 휴지 조각이 된 가짜 돈일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함정이 발생하는 이유는 시장 환경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정보가 부족해 싼 주식이 방치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정교한 주식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보편화되었습니다. 누구나 클릭 몇 번이면 저PER, 저PBR 주식 수백 개를 순식간에 추려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투자자와 알고리즘이 24시간 내내 시장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진짜 10달러가 든 지갑이 1달러에 방치되어 있을 확률은 '0'에 수렴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저평가 상태가 유지된다는 건, 그 기업이 실제로도 쌀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PBR 지표의 배신은 데이터로도 증명됩니다. 오션 토모(Ocean Tomo)의 연구에 따르면, S&P 500 기업 가치 중 유형 자산(공장, 설비)의 비중은 1975년 83%에서 2020년 10%로 급감한 반면, 무형 자산(브랜드, 특허, 소프트웨어)의 비중은 90%까지 치솟았습니다. 과거의 PBR은 공장의 가치를 대변했지만, 오늘날의 낮은 PBR은 그 기업에 브랜드나 기술력 같은 미래 성장 동력이 전무하다는 것을 자백하는 '경고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스크리닝 프로그램에 걸리는 싼 주식은 10달러짜리 지갑이 아니라, 그 속에 든 자산이 가짜 돈에 불과한 '밸류 트랩(Value Trap)'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내재가치보다 싼 주식을 사서 적정가에 파는 전략과 위대한 기업을 사서 동행하는 전략의 결정적인 차이는 '세금'과 '복리'에서 발생합니다. 잦은 매매는 복리의 가장 큰 적입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평균 15%의 수익을 내는 두 투자자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A는 위대한 기업을 사서 30년 동안 한 번도 팔지 않았고, B는 매년 15% 수익을 내고 팔아서 세금(약 22% 가정)을 내고 재투자했습니다. 1억 원으로 시작했을 때 30년 후의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잦은 매매를 한 B의 자산은 세후 약 27억 원에 불과하지만, 진득하게 보유한 A의 자산은 약 51억 원에 달합니다. 단순히 매매 횟수를 줄인 것만으로 자산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워렌 버핏이 강조한 '과세 이연 효과(Tax Deferral)'의 마법입니다. 주식을 팔지 않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고, 세금으로 나갔어야 할 돈이 계속 계좌에 남아 다시 수익을 창출합니다. 버핏은 이를 두고 "정부로부터 무이자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싼 주식을 찾아 제값에 파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잦은 매매를 유발하고, 그때마다 세금과 수수료라는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반면, 위대한 기업은 주가가 올라도 팔 이유가 없으므로 세금 납부를 무기한 미룰 수 있습니다.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 자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금을 비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재투자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오래 동행할 수 있는 위대한 기업을 선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기업의 퀄리티와 시간의 상관관계입니다. 맥킨지(McKinsey)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률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표는 저PER이 아니라 높은 '투하자본이익률(ROIC)'이었습니다. 위대한 기업은 높은 ROIC를 바탕으로 벌어들인 돈을 효율적으로 재투자하여 이익을 눈덩이처럼 불립니다. 영국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는 테리 스미스(Terry Smith)가 "좋은 기업을 사라, 너무 비싸게 사지 마라,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3원칙으로 시장을 압도한 비결도 여기에 있습니다.
찰리 멍거는 이 원리를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주식의 수익률은 그 기업의 ROE(자본이익률)와 비슷해진다. 만약 기업이 40년 동안 자본 대비 6%의 수익만 낸다면, 당신이 처음에 아무리 싸게 샀더라도 당신의 수익률은 결국 6% 언저리에 머물 것이다. 반대로 기업이 18%의 수익을 낸다면, 처음에 비싸게 샀더라도 당신의 수익률은 엄청날 것이다." 즉, 평범한 기업(낮은 ROE)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은 효율성이 발목을 잡아 수익률을 갉아먹습니다. 반면 훌륭한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 효과가 폭발합니다. 싸구려 주식을 사서 제값 받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이지만, 위대한 기업과 함께하는 시간은 자산 증식의 축복이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데이터와 대가들의 경험을 통해 왜 위대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것이 유리한지 살펴보았습니다. 2,000억 달러짜리 실수에서 배운 버핏의 교훈, 그레이엄조차 인정한 시장의 효율성, 그리고 27억과 51억의 차이를 만든 세금의 마법은 모두 하나의 결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눈앞의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그 숫자 뒤에 있는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 즉 '경제적 해자'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싼 주식은 잠깐의 시세 차익을 줄지 모르지만, 위대한 기업은 평생의 부를 안겨줍니다.
위대한 투자자 필립 피셔는 "주식을 매수할 때 일을 제대로 했다면, 그 주식을 매도할 시점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HTS 화면 속의 깜빡이는 시세에서 눈을 돌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라보십시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쓰레기통을 뒤져 꽁초를 줍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부를 창출하는 위대한 기업의 동반자가 되는 것입니다. 주식은 사고파는 종이 조각이 아니라 기업의 소유권임을 기억할 때, 비로소 시간은 우리의 편이 되어줄 것입니다. 16억 달러의 기적을 만든 버핏의 선택처럼, 여러분의 계좌에도 위대한 기업이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