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투자 해도 되는 사람 vs 절대 안 되는 사람
가장 중요한 투자의 원칙 첫 번째는 잃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워렌 버핏-
김 과장님은 잃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적인 투자자입니다. 철저하게 안전마진이 확보된 서너 개의 저평가 우량주에만 집중 투자하는 아주 보수적인 전략을 고수해 왔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신중함 덕분에, 지난 3년 동안 주식 시장에서 단 한 번도 연간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지옥철에 몸을 싣고 출근하며 김 과장은 확신합니다. "이렇게 보수적으로 투자해서도 수익을 냈는데, 전업 투자자가 되어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면 수익이 폭발하지 않을까?" 김 과장님은 자신의 '무패 기록'을 전업 투자자로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인증서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김 과장님이 간과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3년간 한 번도 손실을 내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인 그 '지나친 신중함'과 '보수적인 태도'야말로, 전업 투자자로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이번에는 김 과장의 자랑스러운 '보수적 무패 기록'이 왜 전업 투자의 세계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지 냉정하게 증명하려 합니다.
많은 분이 안전마진을 단순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전마진의 가치는 수익 추구보다는 리스크 흡수에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안전마진의 기능은 본질적으로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
-《현명한 투자자》제20장-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서 안전마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즉, 안전마진은 수익 창출 도구가 아니라, 내가 틀렸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 주는 에어백이자 생존 장치입니다. 내 생각이 틀리더라도 안전마진이 어느 정도까지는 손실을 방어해 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논리가 성립합니다. 일반적으로 안전마진을 크게 잡을수록(더 싸게 사려 할수록) 그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는 종목의 수는 줄어들고, 그에 따라 기대 수익률 또한 낮아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안전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기회는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일반인 투자자는 리스크를 감내하는 자금력과 담력이 크지 않고,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정확성도 전문가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인정하는 보수적인 투자자일수록 안전마진의 기준을 높여야 하고, 그 결과로써 낮은 기대수익률과 적은 보유 종목 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이 투자의 정석적인 메커니즘입니다.
그런데 워렌 버핏이라는 거대한 예외가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버핏은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의 영향을 받은 상당히 보수적인 투자자로, 그의 안전마진 기준은 무려 30~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논리대로라면 이렇게 높은 안전마진을 고집할 경우 살 수 있는 주식이 거의 없어 수익률이 낮아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그는 소수 종목에 집중하면서도 연평균 20% 이상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반세기 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안전마진을 높게 설정할수록 필연적으로 수익률은 낮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위대한 기업'을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에 찾아내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했기 때문에 이런 경이로운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즉, 그의 높은 수익률은 집중 투자라는 '형태' 때문이 아니라, 그의 압도적인 '능력' 덕분에 발생한 예외적인 현상인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인이 버핏의 겉모습만 보고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것만이 고수익의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버핏의 집중 투자는 그가 가진 천재성의 결과물일 뿐, 능력이 부족한 일반인이 무작정 따라 했다가는 안전마진도 챙기지 못한 채 리스크에만 노출되는 참사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장인 투자자는 왜 종목 수를 줄여야 할까요? 많은 사람이 "일반인은 관리하기 어려우니 종목 수를 줄여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놓친 반쪽짜리 설명입니다. 우리가 종목 수를 줄여야 하는 진짜 이유는, 대부분의 직장인 투자자가 전업 투자자에 비해 리스크를 감내하는 능력이 크지 않고, 기업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정확성 또한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예측 능력이 부족하고 보수적인 투자자일수록 자신의 실수를 방어하기 위해 '안전마진'을 높게 설정해야 합니다. 남들은 적정가보다 10%만 싸도 매수할 때, 우리는 분석의 오차를 감안해 30%, 40% 더 싼 가격을 기다려야 합니다. 혹은 재무구조가 훨씬 더 완벽한 '초우량 기업'만을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렇게 안전마진의 기준을 높이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종목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안전마진을 극도로 확보하려다 보면 기대 수익률은 필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서 정말 싸고 좋은 주식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답입니다. 능력이 부족한데 욕심을 부려 종목 수를 늘리는 것은 '분산 투자'가 아니라 '위험의 방치'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안전마진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직장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억지로 줄인 것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소수의 종목만 남겨진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김 과장님이 전업 투자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흔히 전업이 되면 더 깊이 분석해서 더 완벽한 종목을 찾을 거라 기대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전업 투자자야말로 안전마진 기준을 낮추고, 수십 개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며 포트폴리오 전체를 관리하는 '공격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직업입니다.
전업 투자자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매달 생활비를 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처럼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완벽하게 안전한 기회'만 기다려서는 생활비도 못 벌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전업 투자자는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수익 기회가 보이면 진입해야 하고, '자산 배분'을 통해 기계적으로 리스크를 헷지(Hedge) 해야 합니다.
반면, 김 과장님이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안전마진을 극도로 높게 잡고, 무작정 기다리는 '보수적인 낚시'입니다. 이것은 직장인에게는 최고의 미덕이지만, 회전율을 높여야 하는 전업 투자자에게는 '지나치게 안일하고 게으른 방식'이 됩니다. 김 과장님처럼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가 전업의 세계에 뛰어들어, 생전 해보지 않은 '적극적 리스크 테이킹'과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려고 하면 반드시 탈이 납니다. 당신의 그 훌륭한 신중함은 전업 시장에서는 무능함이 될 뿐입니다.
전업 투자는 수십 개의 기업을 기민하게 관리하고 리스크를 즐길 줄 아는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의 영역입니다. 김 과장님처럼 신중하고 보수적인 투자자는 전업이 적성에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직장인으로 남을 때, 당신의 그 성향은 빛을 발합니다.
나심 탈레브(Nassim Taleb)는 그의 저서 《안티프래질》에서 '바벨 전략(Barbell Strategy)'을 제안했습니다. 자산의 대부분을 극도로 안전한 곳(직장, 현금)에 두고, 소액을 확실한 기회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김 과장님은 이미 이 전략을 본능적으로 실천하고 계십니다. 전업 투자자가 매일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한 매매를 할 때, 월급이라는 든든한 방공호 안에서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의 조언처럼 수면제를 먹고 푹 자면 됩니다. 당신이 가진 그 '보수적인 기다림'의 미학은, 오직 월급이 있을 때만 유효한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러니 김 과장님, 당신의 그 소중한 무패 기록을 지키고 싶다면, 사표는 잠시 넣어두시고 지금의 자리에서 위대한 직장인 투자자로 남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