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모건 하우절
언젠가 방송에 나온 유명한 전문가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종목을 보며 '이거다' 싶어 매수 버튼을 눌렀던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확신에 찬 어조를 믿었기에 수익은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야속하게도 주가는 매수 직후부터 곤두박질쳤고, 늘어나는 파란색 숫자를 견디다 못해 결국 뼈아픈 손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들려온 소식은 저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그 주식을 묵묵히 보유했던 사람들은 결국 큰 수익을 거뒀다는 것입니다. 분명 같은 주식이었는데, 왜 저는 손해를 보고 그들은 이익을 보았을까요? 단순히 제가 운이 없거나 참을성이 부족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진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이번에는 남이 추천해 준 주식을 맹목적으로 샀을 때 필패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투자 목표나 기간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말도 안 되는 고평가된 주가가, 다른 사람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인 가격이 될 수 있습니다. 모건 하우절의 책 <돈의 심리학>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30년을 내다보고 있는가? 그렇다면 구글의 예상 현금 흐름을 할인하는 분석이 필요하다. 10년 내에 현금화할 계획인가? 그렇다면 기술 업계의 잠재력을 봐야 한다. 1년 내에 팔 생각인가? 그렇다면 제품 판매 사이클과 약세장을 눈여겨보라. 데이 트레이더인가? 그렇다면 좋은 가격이 무슨 상관인가? 점심시간 사이에 몇 달러를 쥐어짜내는 건 어느 가격대에서든 가능하다.
-<돈의 심리학> 16장-
이처럼 같은 종목이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가치는 천차만별입니다. 당신이 장기 투자자라면 단기 트레이더가 만드는 가격 변동은 무시해야 할 소음일 뿐입니다.
문제는 현대 주식 시장이 점점 더 단기적인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통계에 따르면, 1950년대 주식의 평균 보유 기간은 약 8년이었으나, 최근에는 5.5개월 미만으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시장 참여자의 대다수가 기업의 내재 가치나 10년 뒤의 미래보다는, 당장 몇 개월 뒤의 가격 변동에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만약 당신이 노후 자금을 위해 우량주를 샀다면, 평균 5개월만 보유하고 떠나는 단기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휘둘릴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추천이 단기 모멘텀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장기 투자를 결심한 당신에게 그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시장의 호흡이 짧아질수록, 남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의 말을 듣고 투자를 하면 필연적으로 '잘못된 타이밍'에 매매하게 됩니다. 금융 리서치 회사 달바(DALBAR)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S&P 500 지수는 연평균 약 10% 상승했지만, 개인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그 절반 수준인 5~6%에 불과했습니다. 시장은 두 배로 성장했는데 개인은 왜 그만큼 벌지 못했을까요? 보고서는 그 원인을 '잘못된 마켓 타이밍'으로 지목합니다. 남들이 좋다고 할 때(고점) 뒤늦게 추격 매수하고, 악재가 들려올 때(저점) 공포심에 매도하는 행태가 수익률을 갉아먹은 것입니다. 전문가의 추천을 맹신하는 순간, 우리는 기업의 가치가 아니라 타인의 심리를 따라가는 투자를 하게 되며, 이는 통계적으로 필패의 지름길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전문가나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파는 이유는 당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분기 말이나 연말이 되면 포트폴리오를 우량해 보이게 꾸미는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을 합니다. 수익이 난 종목은 남겨두고 손실 난 종목은 팔아치우거나, 단순히 보고서용 실적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매하기도 합니다. 즉, 그들이 주식을 파는 이유는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들의 '업무 평가 마감일'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부 사정을 모르는 개인 투자자는 기관의 매도를 악재로 해석하고 덩달아 투매에 동참합니다. 수백억을 굴리며 실적 압박을 받는 펀드 매니저와, 내 돈을 지키며 여유 있게 투자할 수 있는 당신은 애초에 매수와 매도의 이유가 같을 수 없습니다.
결국 전문가의 추천은 그들의 자금 사정, 투자 기간, 그리고 리스크 성향에 최적화된 답일 뿐입니다. 피터 린치의 펀드에서 손실을 본 사람들처럼, 훌륭한 주식을 사고도 실패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주식을 맹목적으로 따라 사는 것은, 룰도 모르는 채 남의 경기장에 뛰어들어 엉뚱한 게임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시장의 평균 보유 기간이 5개월로 짧아지고, 전문가들이 윈도우 드레싱을 하더라도 당신만의 원칙이 있다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제 타인의 추천에 의존하기보다, 내가 30년을 보는 장기 투자자인지 오늘 점심값을 벌려는 트레이더인지부터 자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편안하듯, 나에게 맞는 투자를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