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1세가 되었다. 나는 늘 바쁘게 살고, 욕심도 많고 계획도 많았다. 그래서 늘 새해 초가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이상 200퍼센트까지 계획을 세우고는 했다. 올해도. 그랬다. 사람들은 욕심을 적당히 부리라고 한다. 어차피 다 못한다고 한다. 그럴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요. 다 못해도.”
그러나 내가 이런 욕심을 부리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이유가 있다.
나는 25세 대학을 졸업하고 25세,26세,27세 3년간 암흑의 시간을 겪었다. 그 3년은 내게 많은 것을 잃게 했고, 또 깊은 슬픔과 고통, 그리고 나에 대한 실망과 체념, 끝 없는 우울을 선사했다. 그때의 나는 내일의 내가 살아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살아있지 않길 바랐던 것이 더 컸다. 그리고 매일을, 매 순간을, 매 초, 끝내고 싶다는 절망을 겪었다. 그 절망은 나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고 그 바람을, 실행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죽었다.
그리고 죽음을 겪고 난후, 눈을 떴을 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아니 찾으려고 했다. 생명을 다시 얻은 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작게 깨달았던 것일까.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째든, 나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그건 내 안에 짙게 물든 우울을 겉어 내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이미 물감처럼 내 안 곳곳에 물들어있는 검은 물을 빼는 방법, 나는 그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뭘 하면 내가 이 엿 같은 어둠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 나를 옭아매는 사슬을 끊어 낼 수 있을까.
그건, 새로운 것. 내가 해보지 않은 것. 나라는 사람이 절대 하지 않을 미친짓. 그 미친 짓이 가져다 주는 일탈감과 행복을. 그것들은 다양한 얼굴로 내게 찾아왔다. 10살 차이가 나는 친구로, 웃음으로 그리고 분노와 반항으로, 여행으로, 책, 좋은 사람들로. 이 순간들은 내게 반짝였다. 어둠 속의 별처럼 빛났다. 그렇게 점차 나는 어둠을 걷어냈다.
마침내, 용기라는 것이 내게 생겼다. 티끌같이 남은 내 마음 속 구석에 박힌 검은 먼지들까지 털어낼 기회가 생겼다. 머리에 무언가 맞은 듯 했다. 왜 지금 까지 이 생각을 못했지?
반짝이는 순간들을 겪으면서 반짝이는 별이 되겠다는 생각은 못했을까. 직접 별이 되기로 했다.
그래, 새로운 환경으로, 새롭게 시작하자
3년을 괴롭혔던 어둠, 그림자, 고통을 밀어내자. 그렇게 3년만에 내 발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아니, 천천히는 아니었다. 아니, 뛰쳐나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땐 결심이 섰으니까.
결심이 서고 홀로 세상에 나왔을 때 그 기분은 정말,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 같았다. 환하고, 밝고, 또 두렵고, 무섭고, 신기했다. 잠시 생각했다. 그럼 그 다음 내가 뭘 하면 될까. 그리고 계획을 세웠다. 하루, 이틀, 삼일, 그리고 일주일. 내가 살아갈 날들에 대한 계획을.
나는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었다. 조금씩 발광하고 있었다. 어둠을 완전히 밀어내고 번듯하게 반짝였다. 계획, 그게 나의 변화의 시작이자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25년 31세. 내 삶을 구축하고 안정기에 접어들어 내가 나를 책임지고 살아가게 된 어른이되었다.
“계획은 삶의 연장이다.” 라고 믿었던 날들은 이제 조금 놓아주었다. 그리고 새로움은 좋은 경험이고, 그 경험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니면, 좋은 인연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것쯤은. 올해는 그렇게 보냈다.
해본 적 없는 미친짓이자 행복의 연장선.
그건 콜드플레이 콘서트, 제주도 여행, 싸이 콘서트, 요리 배우기, 드라마 수업, 그리고 웹소설 쓰기의 얼굴로 남았다. 특히나, 콜드플레이 공연장에서 수만 명이 함께 부르던 떼창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꾹꾹 담아서 25년을 채웠다. 그런데도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다 실행하지 못했다.
괜찮다. 그래도 행복했으니까. 즐거웠으니까. 내게 남은 것들이 가득하니까.
나는 연말이 되면 기분이 좋다. 내년의 내가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을지 새로운 사람이 되어있을지 기대가 된다.
잘하고 있다는 것을 매일매일 칭찬한다. 자라고 있다는 것을 매순간 느낀다.
그게, 나의 새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