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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r 22. 2024

드라마를 좋아해.

영화도 좋아.

나는 906편의 드라마와 1176편의 영화를 보았다. 이렇게 말하면 영화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드라마를 훨씬 많이 좋아한다.


영화는 고작 1편에 2시간 남짓이지만 드라마는 단막극을 제외하고, 16부작이 기본이다. 한편에 약 16시간 정도라 가정하였을 때 996편의 드라마를 본 총시간은 15936시간이라는 결과 값이 나온다.


 좋아하는 드라마는 2번 3번 심지어 30번을 재탕한 드라마도 있으니 대충 16000시간을 시청한 것이다. 1년 365일은 8760시간이다. 그렇다면 나는 약 1년 반이상의 시간을 드라마를 보는 것에 투자한 것이다.


영화 시청시간을 합치면 총 17000시간 2년 정도의 시간을 영상매체에 시간을 보낸 것이다. 내 나이 고작 30살이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씻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모두 제외하면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렇게 수치화해 보니, 내가 얼마나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지를 알겠다.     




언젠가 지인에게 영화 1000편을 돌파한 것에 대해 자랑을 한 적이 있다. 1000이라는 숫자가 대단하다고 느꼈고, 나름 자랑한 것이었다.


“너 진짜 한심하다, 그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 갔겠다.”     



라며 나를 꾸짖었다. 각자 사랑하는 게 있을 것이다. 아이돌을 덕질하고, 웹툰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예쁜 그릇을 모으는 등 자신이 꽂힌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게는 드라마였다.


내 삶은 영화에서 위로받고 드라마에서 웃었다.

바보상자이고, 인간을 멍청하게 만드는 텔레비전 속을 매일 뛰어다녔다.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보다 드라마 속의 캐릭터들과 이야기하는 게 더 즐거웠다.


내가 겪어보지 못하는 나이 때의 행동들,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소통들과 사건들은 나의 눈동자를 황홀하게 만들어주었다.   



 중학생 시절 한창 사춘기에 방황할 때 괜찮다며 손 내밀어준 것은 주변에 사람들이 아닌 영상 속 캐릭터들이었다.


삶이 고통스럽고, 스트레스가 많은 날은 그날의 감정과 기분을 모두 눌러주는 공포영화를 찾아보았다.


 연애를 하고 싶은 나이에 연애가 궁금하면 드라마를 찾아보았다. 똑똑해지고 싶어서 셜록을 찾아보고, 셜록이랑 똑같이 공부하면 잘될까 싶어서 머릿속에 궁전을 만들었다.


싸움을 해야 할 때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를 보았고, 친구와 화해할 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딸기우유를 책상에 가져다 둔다거나,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것을 행복해하는 주인공에게 반해 빗속을 뛰어다녔다.


드라마가 나의 인생이고,

영화가 나의 버팀목이었다.  



 영화보다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영화는 2시간의 러닝타임에 모든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에 짧게 나온 대사, 소품, 인물들이 모두 중요하다. 그 밖에도 영상미나 음향도 매우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정확하고, 빈틈없이 2시간을 채운다. 이러한 것들의 매력에 사람들은 영화감독이 숨겨둔 힌트들을 따라간다거나 복선을 찾아내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그러나 내게는 2시간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인물들의 성격, 삶, 깊은 속내들을 모두 알기에는 너무나 단편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는 KTX처럼 달려서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반면에 드라마는 쓸데없는 소품들, 필요 없는 대사, PPL, 인물, 배경 등이 넘쳐난다. 마치 작가가 시청자에게 자전거 하나씩 주면서 목적지에서 만나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게 시청자는 끝까지 스스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목적지를 도달한다.


걸리적거리는 것들이 넘쳐나지만 그게 인간미 있지 않나? 힘들면 쉬어가고, 비도 오고, 눈도 오는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나름 재미있다.


긴 시간 동안 각 캐릭터의 삶과 행동들에 대한 이유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풀어주고, 매화 흥미롭게 해 준다. 비로소 끝에 갔을 때 애착이 가는 인물 하나는 꼭 건질 수 있다.  그 길이 좋으면 다시 가서 또 보고, 그 풍경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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