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더 많은 걸 담아야 할 때가 있다
그 문장이 너무 익숙해진 어느 날,
나는 축하한다'는 말보다 먼저
금액부터 고민하는 내가 조금 낯설었다.
가까운 친구의 결혼이라면 10만 원?
애매한 직장 동료라면 5만 원?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지만 딱히 연락은 안 하는 사이라면?
계산기를 두드리는 마음이,
이상하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축의금은 단순한 돈이 아니다.
관계의 거리, 감정의 크기, 그리고 나만의 기준이 다 얽혀 있다.
그래서 늘 쉽지 않다.
'나한테 얼마나 해줬지?'를 먼저 떠올릴 때,
'이만큼 냈는데 연락 한 번 없었네' 하고 서운해질 때,
'혹시 내 마음이 작아 보일까' 눈치 보일 때,
그때마다 나는 축의금 봉투를 앞에 두고
수없이 마음을 고치곤 했다.
그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선택처럼.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축의금 봉투에 적을 숫자를 정하지 못한 채
그 사람과의 지난 관계를 머릿속에서 되감곤 한다.
결국 어떤 숫자를 적더라도
그게 진짜 내 마음을 온전히 담지는 못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일까.
항상 조금 모자라고, 조금 넘치는 기분.
'얼마가 적당할까'가 아니라
'이 정도면 충분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얼마를 줄까' 대신 '왜 주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그 사람의 앞날이 정말 축하받을 일이었다면,
오래 보지는 않았지만 따뜻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면,
다시 연락하지 않더라도 예의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그때는 액수가 아니라
'내가 줄 수 있는 마음의 최댓값'을 꺼낸다.
그게 때론 5만 원일 수도, 10만 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적는 금액보다, 다녀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
축의금은
'정해진 답이 없는 돈'이라 더 어렵다.
그래서일까, 그 작은 봉투 앞에서
나는 늘 마음을 몇 번이고 다듬는다.
누구는 너무 많이 넣는다고 하고,
누구는 너무 적다고 말하지만,
결국 내가 얼마나 진심을 담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수많은 봉투를 지나오며 배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 돈이 그 사람에게도, 내 마음에도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봉투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