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몽 써봤나요? 창업자라면 대부분 아는 사이트입니다. 창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리랜서와 업체가 많이 있거든요. 크몽의 주요 비즈니스 카테고리인 디자인, 콘텐츠 제작, 마케팅, 컨설팅 등의 분야는 창업에 꼭 필요합니다. 물론 카테고리는 더 늘었습니다. 운세와 상담, 레슨과 같은 분야도 있죠.
사실 크몽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진 않았아요.
WHAT?!
그러나 크몽은 누군가의 작은 시도에 그칠 뻔했습니다. 박현호 크몽 대표는 "단순하게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창업자의 1년'을 살펴보는 이 시리즈의 목적은 크게 보자면 하나입니다. 과연 우리가 아는 수많은 스타트업은 시작이 어떠한가를 알아보는 거죠. 그래서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에 관심을 둔 사람들에게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려 합니다. 저는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는 대략 1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박현호 대표와의 인터뷰는 즐거웠습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쌓인 경험은 그의 답변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습니다. 그만큼 설득력도 컸습니다.
이 콘텐츠에는 크몽이 설립되기 전후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크몽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표님! 크몽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이스라엘에 '파이버(Fiverr)'라는 서비스가 있어요. 5달러에 다른 사람의 재능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금의 크몽과 비슷합니다. 재미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모델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10년도 더 전부터 저는 해외에서 ‘핫’한 스타트업이나 아이템을 항상 찾아봤어요.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혹시 비슷한 게 해외에 있나 찾아보죠. 그러면 항상 누군가 그 아이디어를 더 다듬은 형태의 사업이 있습니다.
fiverr도 5달러 원칙은 폐지했다. 다양한 가격대의 서비스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첫 버전은 테스트도 제대로 안 됐어요.
그래서 단순하게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당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는데, 사실 크몽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진 않았어요. 서버비용 등을 살 돈이 없어 어머니의 신용카드를 빌려 몇 십 만원으로 시작했죠. 테스트도 제대로 안된 상태였고, 또 디자인도 별로였습니다. 단지 빨리 사람들의 반응이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크몽의 올라오는 서비스의 가격은 5,000원으로 통일했습니다. 파이버가 5달러에 가격을 고정한 것처럼요. (현재는 파이버도, 크몽도 다양한 가격대의 서비스가 올라온다) 초기엔 사용자가 없으니 지인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얼리어답터나 인플루언서에게 크몽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반응은 좋았습니다. 미디어에서도 자주 보도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도 올라왔습니다. 아침에 모닝콜을 해준다거나, 악덕 상사 대신 욕을 들어준다거나 하는 식의 콘텐츠가 등장했습니다. 방문자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결제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구경만 할 뿐이었죠.
한 동안 유지되던 크몽의 5000원 가격 정책은 1년 반 이후에 변경되었다.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 모멘텀이 있나요? 5000원 가격 정책은 언제 바뀌게 되었나요?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상품이 크몽에 올라왔어요. 주문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죠. 이후 디자이너 분들이 배너나 웹 디자인과 관련된 콘텐츠를 올려주었어요. 발 빠른 마케팅 종사자 분들도 관련 서비스를 올리기 시작했죠.
가격에 대한 피드백이 계속 들어왔습니다. 5,000원으로 한정된 가격대를 풀어달라는 요청이었죠. 하지만 한동안 유지했습니다. 5,000원이 크몽의 정체성(indentity)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이소의 1,000원대 상품처럼요. 그러다가 2012년 10월 정도에 가격 제한을 풀었습니다. 2011년 봄에 크몽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1년 반이 더 지난 후에 가격 정책을 바꾼 셈입니다.
크몽 법인은 언제 설립했어요?
사실 크몽 초기엔 이 비즈니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2012년 들어갔는데 크몽을 키우려는 생각보단 일할 공간을 먼저 확보해놓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지원할 생각도 없었는데 당시 대학교의 교수님이 한 번 지원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접수 마지막 날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법인을 설립한 때도 2012년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할 게 있었는데 법인이 필요했습니다. 크몽을 본격적으로 키워보겠다는 생각은 그때까진 없었어요. 당시에도 크몽 외의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었습니다.
처음 만든 건 인터넷 쇼핑몰이었어요.
여러 사업을 하셨다고 했잖아요. 창업을 처음 한 때는 언제예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입니다. 원래 어렸을 때 프로그래밍을 좀 했었고, 대학교도 관련 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대학교에서는 당장 할 수 있는 걸 가르치는 대신 이론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다뤘어요. 당시엔 그게 답답했습니다. 혼자 독학해서 인터넷 프로그래밍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만든 건 인터넷 쇼핑몰이었어요.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살 수 있는 걸 만들었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게임을 사는 게 되게 힘들었어요. 내성적인 사람들은 전화해서 주문하는 것도 안 좋아했죠. 그래서 재미로 게임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었는데 실제로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용산 전자상가에 가서 그 게임을 산 다음에 우체국 택배로 보내줬습니다. 되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뭔가 창업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층 침대 놓고 합숙을 시작했습니다.
한창 PC방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저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PC방 사용법을 잘 모르는 거예요. 채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게임을 어떻게 실행하느냐 등 직원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PC방 컴퓨터 바탕화면에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많은 PC방에 깔면 뭔가 기회가 올 것 같았죠.
친구 몇을 모으고 집에 이층 침대 놓고 합숙을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600곳에서 700곳에 이르는 PC방을 돌아다녔습니다. 무료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면서 꽤 많은 곳에 설치할 수 있었죠. 이제 사용자가 많으니 광고가 저절로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광고가 좀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수익을 내기 어려웠고, 일부 팀원의 군대 입대와 복학 문제 등이 겹치면서 사업은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1998년 시작한 PC방 프로그램 사업은 1999년에 접게 되었습니다.
PC방에 무료 프로그램을 깔아주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를 대학교 때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돈도 떨어지고, 전기도 끊겼어요.
또 다른 사업은요?
게임 아이템에 관한 사업도 했어요. 중국과 미국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의 가격이 차이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사다가 미국에서 팔면 당장 수익이 나는 거였죠. 저는 그런 거래를 하기보단 아예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 투자도 받고 유저도 많이 모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결제’에서 일어났어요. 당시 페이팔로 결제를 진행했는데, 페이팔은 게임 아이템 거래를 정책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중국 유저들은 이걸 이용해 사기를 치기 시작했어요. 아이템을 페이팔로 결제해 산 다음, 다시 페이팔 결제를 취소하는 방식이었어요. 페이팔은 게임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서 결제 취소 요청이 들어오면 처리를 해주어 버렸습니다. 중국 유저는 아이템만 챙기고 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됐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플랫폼에서의 재구매율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에서 있다가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와 같은 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공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습니다. 서른 살에 접어들었는데 빚만 있게 된 거였죠. 다른 친구들은 결혼하고 취업하고 하는데 저는 아직 이룬 게 없었습니다. 당시 아버지 사업도 어려워졌죠.
빠르게 사이트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마음에 여러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파밍’했습니다. 단기간에 조회수가 크게 늘었고,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가입자 수도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파밍이 문제가 되었고, 사업은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더 장기적으로 봤더라면 후회가 든 때이기도 합니다.
돈도 다 떨어졌고, 화장실 물도 안 내려갔어요. 전기도 끊겼죠. 그래서 어머니가 계신 지리산 인근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선 크몽을 만들게 된 거군요.
그렇죠.
실패가 반복되면서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갈 때 마음이 힘들진 않았나요?
다들 힘든 데 그걸 어떻게 극복했냐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저는 즐거웠어요. 밥 걱정 없이 다시 뭔가를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들었거든요. 철이 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감은 있었지만, 자존심은 많이 떨어진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대학교 다니면서 창업할 땐 모두가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줬습니다. 유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패가 반복되면서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에 별로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크몽이 잘 되겠다'라고 생각한 때는 언제예요?
그전에 생각하던 다른 아이디어를 크몽에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몽에선 무형의 무언가를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거든요. 2014년 초에 이런 결심을 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2015년 5월 즈음에 서울로 다시 올라왔습니다. 만약 그때 대출 대신 투자를 받았더라면 2년 정도의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이후로 동문파트너스에서 첫 투자를 받고, 2년 더 지나서 알토스벤처스에서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8월에 인터베스트 등 4개의 벤처캐피털로부터 11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업이 커지면서 직원을 많이 뽑았을 텐데 채용 기준이 있나요?
제일 중요하게 보는 건 동기입니다. 지금 당장 실력도 중요하지만 5년, 10년 뒤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더 봅니다. 예전엔 빨리 뭔가를 하려 했는데, 이젠 더 길게 보려고 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사람 중 하나가 워런 버핏입니다. 그 사람이 복리에 대해 강조하는데,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복리는 힘을 발휘합니다.
많은 실패를 경험했군요.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웠나요?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아이템에 집착합니다. 저도 여럿 그런 분들을 만나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찾아보면 그 아이템은 이미 누군가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몽과 비슷한 서비스는 현재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입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냐는 고객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가 더 잘 실행하고 빠르게 사업을 만드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경쟁력이 기반이 되고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창업 전에)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길 권합니다.
여러 사업 경험이 큰 도움이 되나요?
여러 번 실패한 경험은 진짜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해 주었습니다. 또 젊었을 땐 여건도 좋았습니다. 실패해도 잃을 게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대학생들이 창업하겠다고 하면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길 권합니다. 준비가 너무 안된 상황에서 시작하려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크몽에서 창업 멘토링 서비스를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40명 정도를 멘토링 해주었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잘못 생각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려 했습니다. 실패하는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죠.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몽 리소스의 20%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쇄 창업자 기질이 있군요. 또 다른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습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참고 참다가 작년 11월부터 회사 내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급하게 구해야 하는 가게들을 위한 플랫폼 ‘순(Soon)’입니다. 크몽 리소스의 20%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제가 힘들 때 프랜차이즈에 의탁할 당시 얻은 것입니다. 프랜차이즈들은 가맹점 관리하는 데 노력을 많이 기울였는데, 특히 사람 문제가 힘든 점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들은 갑자기 그만두기도 하고, 근속 기간도 짧기 때문이죠. 그래서 빠르게 사람을 구해야 할 니즈가 있었습니다.
크몽
크몽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 14만 명 이상이 자신의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많은 디자인과 마케팅, IT&개발 전문가들이 크몽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고 있다.
최대한 간편하게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크몽은 UX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시에 안전한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는 서비스가 완전 판매된 이후 대금을 결제하게 된다.
크몽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총 동기 지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즉,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해 성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길드 모임, 닉네임 사용, 생일 반차, 장기근속 포상, 도서구입비 지원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